전체기사

2025.12.21 (일)

  • 맑음동두천 1.1℃
  • 구름조금강릉 6.6℃
  • 맑음서울 1.5℃
  • 맑음대전 3.9℃
  • 구름많음대구 3.4℃
  • 흐림울산 5.0℃
  • 구름조금광주 4.3℃
  • 흐림부산 5.4℃
  • 구름조금고창 3.7℃
  • 구름많음제주 6.8℃
  • 맑음강화 0.0℃
  • 맑음보은 2.9℃
  • 구름조금금산 3.3℃
  • 구름조금강진군 4.8℃
  • 흐림경주시 3.3℃
  • 구름많음거제 5.3℃
기상청 제공

사회

여성 파워 ‘강풍(强風) 시대’

URL복사

전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을 받아왔던 남성들이 최근엔 여성들의 파워에 그 기세가 눌리고 있다. 학교 전체 성적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앞선다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법조계에서도 여성 검·판사와 변호사들이 종횡무진 누비고 있고, 아직은 보수적인 정치와 경제계에서도 여풍이 일고 있다. 전 분야에 걸친 여성들의 활약은 ‘금녀의 벽’을 부수고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학업 성적 여성이 크게 앞서

예나 지금이나 학업 성취도 면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앞지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우리나라 학생의 2002년 학력수준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초,중,고교 전 교과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높았다. 과거에 남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수학, 과학 분야에서도 여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향상되었다.
대학가에서는 지난해 모두 7명의 여성 총학생회장이 등장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최근 성적 우수자와 교환학생 합격자, 수석졸업생 모두 여학생이 절대적 강세”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가 졸업식에서도 여성들이 전체수석이나 단과대 수석을 과점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20학개부 수석 졸업생 중 70%인 14명이 여성이 차지했고, 경희대는 15개 단과대 중 11개에서, 더구나 여학생 비율이 27%에 불과한 의학계열을 여학생이 휩쓸었다. 한국외대와 한국과학기술원은 여학생이 전체수석을 배출했다. 이같은 현상을 대학 관계자들은 여학생들이 취업시 불이익을 우려해 상대적으로 공부를 더 열심히 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각종 입사시험에서도 여성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국민·기업은행의 신입행원 채용에선 전체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 공채도 합격자의 30~50%를 여성이 차지했다. 올해 초 이통업계 여성 신입사원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나로텔레콤이 45%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KT 33%, 데이콤 31%, KTF 30%, LGT 29%, SKT 22% 순이다.


법조계 여풍(女風) 강세

여성이 가장 단기간에 남성의 영역을 잠식해 들어간 분야는 국가고시다. 지난해 사법·외무·행정·기술고시, 변리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 주요 국가자격시험 8개의 수석을 모두 여성이 휩쓸었다. 여성의 합격자 비율도 행시는 40%에 육박했고 사시는 24%, 기술고시는 지난해 11.5%보다 무려 9% 증가해 20%를 넘었다.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성실함이 남성 위주의 문화를 극복하려는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나타난 결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법조계의 여성파워는 가히 ‘강풍’(强風) 수준이다. 최근 7년간 사법시험을 수석 합격한 여성이 5명에 이르고 올해 사법연수원생 수석 졸업생 또한 여성이다. 사법연수생 중 판·검사 임용에서 여성 비율이 44.6%나 됐고, 20대 검사 59명 중 여성이 52.5%에 달한다. 신임판사의 절반 가량인 47명이 여성이고, 신임검사 95명 중 36명이 여성을 차지했다. 특히 김소영(사시 29회) 서울고법 판사가 대전지법 공주지원장으로 부임하게 돼 여성으로서는 첫 지방법원지원장이 탄생했다.

경찰계에선 역사상 올해 첫 여성 지방경찰청장과 지방 여성 총경이 탄생해 경찰 내 ‘여풍’이 몰아쳤다. 올해 60년 경찰 사상 처음으로 김인옥 경무관이 지방경찰청장(제주)이 됐고 충남지방경찰청에선 송정애 여성청소년계장이 첫 여성 경정의 자리에 올랐다. 대구지방경찰청에서는 설용숙 보안 1계장이 처음으로 여성 총경으로 승진했다. 여경의 활약은 남성 경찰관도 꺼리는 수사분야에 여경들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올해 초 도입된 수사경과제가 시행된 뒤 첫 여성 수사과장이 나오고 여경들이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군 59년 역사에 군(軍)에서도 여군시대가 열렸다. 현재 69만명 장병 중 여군의 숫자는 4,150여명(0.6%)이며, 하사관 이상 간부 중 비율은 2.3% 정도다. 1997년 공군사관학교가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한 데 이어 육사(98년), 해사(99년)도 뒤따랐고 2000년대 들어서는 여군 부사관 모집이 이뤄지면서 여군의 숫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IMF 이후 계속되는 불황 탓에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한 결과다. 2002년엔 양승숙 국군간호사관학교장(준장)이 여군 중 첫 별을 달았다.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올해 육군과 공군에 이어, 해군이 임신한 여군에게 올해부터 근무할 때 입는 특수 제작된 임신복을 지급하기로 했다.


17대 국회 여성의원수 두자릿수 증가

대기업 임원 자리에도 여성이 부쩍 늘었다. 작년 말 삼성그룹 인사에서 신규임권 3명을 합쳐 6명의 여성임원이 승진 대열에 합류했다. 삼성은 현재 여성임원이 14명이다. LG그룹도 신규임원 3명을 포함해 9명의 여성임원이 활동 중이다. LG전자의 WCDMA 성공신화의 주역인 류혜정 상무(39)는 이례적으로 30대에 임원을 달았다. 지난해 SK텔레콤 인사에서 최연소 상무로 승지난 윤송이씨(29)도 단연 돋보인다.
대기업 여성 CEO 중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은 가장 주목받는 여성 경제인 대표로 꼽힌다. 현 회장은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사망한 후 현대그룹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평범한 주부에서 경영자로 전격 변신했다.

CJ그룹에서는 지난해 말 이재현 회장 누나이자,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 장남인 이맹희 씨 큰딸 이미경씨(46)가 그룹 차세대 사업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김성주 성주인터내셔널 사장은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주목할만한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에 오르면서 화제를 모았다.
17대 국회가 전체 의원정수 299명 가운데 243개 지역구에서 10명이 선출됐고, 비례대표 56명 가운데 29명 등 총 39명의 여성당선자를 탄생시켜 본격적인 여성 정치인 시대를 열었다. 특히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여야의 여성 대변인으로 맹활약하면서 양당의 얼굴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의원수가 제헌국회 후 9대 국회를 제외하고 줄곧 한자리수를 맴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여풍 현상에 대해 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 교수는 “조기퇴직 등 조직내부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여성의 불리함을 딛고 생존하기 위해 실력과 노력을 배가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면서 “임용고시나 자격증 시험 등을 통해 등용되는 공직 및 대기업에서 여풍이 더욱 거세지는 것도 우수한 여성인력들이 이런 분야를 집중공략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대법원 예규 제정에도 여야 내란전담재판부 정면충돌...“연내 설치법 처리”vs“명분 없다...중단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률안의 국회 통과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내란재판과 내란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신속한 내란 종식과 제2의 지귀연 같은 재판부 원천 차단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넘도록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책무인 내란청산을 외면해 왔다. 지귀연 재판부의 노골적인 늑장 재판을 방치한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며 “예규 하나로 내란재판 지연과 사법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

경제

더보기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