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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투박한 주먹질이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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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의 핵심은 ‘승리’에 있다. 이 승리는 게임에서 이기는 것으로 표면화되기도 하고 ‘졌지만 이긴’ 다소 철학적인 승리로 내재화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우리는 투쟁하는 자를 응원하고 그가 승리를 거머쥐었을 때 희열을 느낀다. 인생의 난관들이 그렇듯 상대는 ‘록키4’처럼 냉혈하거나 ‘소림축구’처럼 악질적이거나 혹은 ‘쿨러닝’처럼 좋은 조건에서 훈련한 엘리트들이다. 주인공은 무조건 그들을 이겨야 한다. 스포츠 영화에서 적은 적일뿐이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타인도 나처럼 절박하고 힘겹다.


적이 없는 스포츠 영화

인생 막장에서 모든 것을 건 두 남자의 복싱 사투를 그린 ‘주먹이 운다’는 그 누구도 응원할 수 없는 독특한 스포츠영화다. ‘사연 없는 인생 없다’는 영화의 대사처럼 링 위의 두 남자는 공평한 인생 역정을 안고 있다. 영화에서는 통상 주인공의 삶만이 특별하지만 실제 인생에서는 개개인의 삶은 개개인에게 모두 특별한 것이다. 만약 드라마 ‘겨울연가’가 배용준과 최지우에게 일어나는 드라마틱한 일들이 주변인물들에게도 계속 벌어지는 것으로 진행된다면 혼란스러운 코미디가 될게 뻔하다. 하지만 현실은 바로 그 혼란에 가깝다. ‘주먹이 운다’는 현실의 삶에 더욱 깊숙이 들어가면서 스포츠 영화의 대결 공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을 없앴다.

도박으로 진 빚과 공장의 화재, 사기까지 당해 거리로 내몰린 태식(최민식)은 길거리 한복판에서 돈을 받고 사람들에게 매맞아주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빚쟁이에게 구타당해 상한 몸에도 매 맞아서 먹고 살아야 하는 비참한 삶에서 그를 지탱해주는 삶의 이유는 아들. 그리고 한때 아시안 게임 은메달리스트였다는 자존심이 유일하다. 하지만 빚쟁이들은 그에게 은메달을 빼앗고, 아내는 이혼을 요구해온다. 아들과 함께 살겠다는 희망이 사라지자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잃을 것도 없는 노장 복서 태식은 신인왕전 출전에 인생의 마지막 희망을 건다.
청년 상환(유승범)은 패싸움과 삥 뜯기가 하루 일과인 밑바닥 인생이다. 가난은 그에게 원죄다. 막노동판을 전전하느라 집에 잘 들어오지도 못하는 아버지와 무지랭이 할머니가 유일한 가족인 그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벌레’처럼 그저 살아갈 뿐이다. 어느날 큰 싸움에 휘말려 합의금이 필요하자 동네 유지의 돈을 노린 강도 사고를 벌이게 되고 이 사건으로 소년원에 수감된다. 순탄치 않은 수감생활 중 아버지가 갑작스런 사고로 돌아가시고 할머니마저 쓰러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져 온다. 상환은 난생처음으로 가족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신인왕전 출전을 결심한다.


남성들의 애환, 그들만의 애정

영화는 벼랑 끝에 내몰린 두 남자의 삶을 찬찬히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세련된 교차편집으로 엮어진 두 인생은 어느 쪽에 무게를 더 둘 수 없이 파란만장하다. 누군가의 편에서 신나게 응원하는 ‘록키’ 식의 스포츠 영화가 아님에도 ‘주먹이 운다’는 관객에게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복싱 자체가, 그리고 삶을 건 사투를 벌이는 열정 자체가 로또 따위로는 비교할 수도 없는 인생의 대 반전이기 때문이다.
헨드헬드 위주의 촬영을 통한 투박한 영상언어는 잡초 같은 두 남자의 거친 인생과 세상에 대한 불만을 내지르는 주먹질의 원초적 생동감을 잡아내지만 이 영화의 근본적 주제는 가족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로 향한다. ‘주먹이 운다’는 거친 삶의 현장에서 가족을 위해 몸부림치는 남성의 애환을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그들간의 애정으로 위안한다.
소년원에 수감된 아들에게 ‘군대 시절 생각해서 단 것 좀 넣어 보낸다’는 어설픈 편지와 함께 빵을 넣어 보내는 아버지, 일일교사로 나와 무식한 소리만 해대는 아빠를 부끄러워한 것이 미안해 눈물을 흘리는 아들, 처갓집에 간 아들을 보고 싶어 밤이면 창밖을 서성이는 아버지의 모습들은 손수건을 적시고 또 적신다.
문제는 이 부분에서 영화가 감정 과잉으로 치닫는다는데 있다. 결승전을 보기 위해 달려오는 가족들의 모습을 교차편집하는 부분은 진부하며 대사는 갈수록 노골적이다. 감정이 오버된 헨드헬드의 남용도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통찰력이나 가족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보다 ‘핏줄’에 대한 원초적 감성에 관객들은 더 환호할 것이라는 ‘흥행의 공식’은 먹혀들 것으로 보인다.
최민식과 유승범의 연기 대결은 캐릭터들의 인생만큼이나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다. 하루 4시간 이상 주5회 프로그램으로 특별훈련을 받았다는 두 배우의 액션 연기 또한 리얼하기 그지없지만 무엇보다도 벼랑 끝을 살아가는 처절한 인생의 갖가지 표정들을 절제하면서도 세밀하게 잡아낸 연기의 깊이가 돋보인다. 감각적인 음악도 두 배우의 눈빛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도시의 슬픈 동화 아무도 모른다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야기라 유야, 기타우라 아유, 기무라 히에이


도쿄의 한 작은 아파트에 네 남매와 젊은 엄마가 이사를 온다. 집주인에게는 식구가 적은 척 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와 12살 장남 아키라는 몰래 동생들을 짐 속에 숨겨 들여온다. 네 아이들은 각각 아버지가 다를 뿐더러 이제까지 학교에 다닌 적이 한 번도 없다. 또한 남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만 지내야 하는 규칙을 지켜야 하지만 모두 즐겁게 살아간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엄마는 아키라에게 동생들을 부탁한다는 쪽지와 약간의 돈을 남기고 사라져버린다. 이제부터 아무도 모르게 네 남매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모험이 시작된다.


걸어서 결혼식까지 엄마


감독 : 구성주
출연 : 고두심, 손병호, 김예령


땅끝 마을 해남에서도 차를 타고 1시간쯤 들어가야 하는 마을에 살고 있는 엄마는 막내딸을 낳은 이후로 한번도 차를 타 본적이 없다. 엄마는 마흔 살에 막내를 낳은 이후부터 지나가는 차를 보기만 해도 식은 땀이 줄줄 흐르는 울럼증이 생겼다. 그런 엄마가 생애 첫 모험에 나섰다. 나흘 앞으로 다가온 막내딸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 이백리 길을 걸어 결혼식에 가기로 한 것이다. “금지옥엽 내 새끼 시집 간다는디… 사부짝 사부짝 걷다 보면 기일 안에 당도하겄제… 그러고 막둥이 결혼식에는 나가 꼭 가야 할 이유가 있당께….”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결사반대를 외치던 가족들도 엄마의 이 한마디에 결국 함께 동행하기로 한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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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선택은 본인 책임…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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