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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폭행에 감금, 착취… ‘인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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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씨(37세 남)는 정신지체 3급 장애가 있다. 8세 수준의 정신연령으로 자신의 나이도 모른다. 그는 10여년동안 성남에 위치한 가방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으며, 일상적인 구타를 당하고, 퇴근 후에는 사장이 얻어준 월세방에 가둬졌다. 이 씨에게 자유는 없었고 아침에 작업을 위해 사장이 문을 열어주면 그 때서야 나올 수 있었다. 수차례 도망을 가기도 했지만 번번히 붙잡혀 와 폭행을 당하고 ‘노예 노동’을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공장 사장은 오히려 “장애인을 데리고 산다”며 성남시에서 표창장까지 받은 사람이었다.

 이 사실은 한 제보자에 의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신고접수 되었고 곧장 경찰 조사가 이뤄졌으나, 공장 사장의 폭행과 감금, 착취 등의 범죄가 명백함에도 경찰은 “사장이 처벌 받으면 이 씨가 갈 곳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사건을 덮어두자고 했다는 것이다.

 왜! 성년후견인제인가?
우리 사회의 정신지체장애인의 인권 침해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침해 정도 또한 심각해지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5월17일 이같은 정신지체 장애인의 인권침해 사례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적절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구소 측에 따르면 정신지체 장애인의 인권침해의 특성은 이렇다. 우선 장기적으로 인권침해가 지속되고 우리와 가까운 지역 내에서 발생하며, 심지어 위의 공장 사장처럼 선행으로 포장된다. 또 장애의 특성상 문제 상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며,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제보자가 있어야 드러나고 부모에게 버려지거나 자식으로서 인정도 받지 못한다. 김희선 활동가는 “정신지체장애인의 인권 실태를 파악하고 학대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구를 마련하고 성년후견인제 등의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년후견인제도’는 정신지체인의 인권침해의 대책으로 가장 활발하게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성년후견인제’란 발달장애, 정신장애, 노인성 치매 등으로 특정한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후견인이 대신 그들의 재산과 인권을 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이와 비슷한 제도로 현행 금치산자와 한정치산 제도가 있다.

  그러나 이들 제도는 장애 본인의 잔존 능력을 무시하고 소외시키는 역기능이 있고, 후견인도 배우자 최근친자 중 연장자 등 일방적으로 선정됨으로써 후견인이 독단적으로 어떤 사항을 결정하거나 재산 등을 빼돌리는 등의 부작용이 많았다.

 이에 따라 지난 5월24일에는 성년후견추진연대 주최하에 ‘왜 성년후견인제인가?’라는 주제로 성년후견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차별 사례발표와 토론이 전개됐다. 사례발표자들은 정신지체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직접적인 인권피해를 당한 것은 없으나, 돌봐줄 가족이 없어질 때 홀로 남을 그들의 미래를 걱정했다.

 “나 죽고 나면 그 아이는 누가 보호해 준단 말인가”
김학수 씨는 37세의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다. 아들은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며 나름대로 저축도 하면서 생활하고 가정 형편도 지금은 부족한 게 없지만, 김 씨 부부가 70세를 넘은 상태라 사후 남겨진 아들의 재산과 권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김 할머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그러나 내가 죽고 나면 그 애는 어떻게 살는지 앞이 캄캄하다. 유산을 물려준다 한들 누가 관리를 하며, 믿고 맡길 수나 있겠냐”면서 현행 금치산자와 한정치산 제도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이같은 고민을 하는 정신지체장애를 둔 가족이 많다.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사람의 인권침해나 재산상 피해 상담사례를 보면, 대부분 문제가 발생하고 사후 처리를 위해 그 가족들이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23세된 자폐아를 둔 박옥순 씨는 한평생 같이 있어주지도 못할텐데 누구에게 아이를 맡겨야 할지 불안해한다. 장애아의 부모로서 뒷바라지를 하면서 살아왔지만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에게 오빠의 장애를 떠맡기고 싶지는 않다. “이런 고민을 일찍부터 해와 친척들을 대상으로 후견인이 되어 줄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라는 박 씨는 “장애가 있는 가족을 둔 것이 오직 그 가족의 책임이 아니며 이 사회가 모두 안고 갈 문제”라며 성년후견제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했다.

 현행 금치산·한정치산제 문제 많아
성년후견인제는 비단 정신지체 장애인에게만 국한되는 법은 아니다. 앞서 설명했듯, 발달장애, 정신장애, 노인성 치매 등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다. 민덕실 할머니는 친구의 입장을 대신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민 할머니에 따르면 평생을 혼자 살던 친구가 은퇴 후 갑자기 치매가 왔고 얼마전 이복동생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퇴직금과 연금을 관리하고 나섰다. 그러나 민 할머니는 “친구가 판단할 능력도 없는데 동생이라는 사람이 친구의 돈을 함부로 남용하고는 정작 친구를 제대로 돌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서 친구를 보호해 줄 방법을 찾아달라고 호소한다.

 이영규(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아직 법안이 상정되지는 않았으나, 정기 국회 때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서 “그러나 성년후견인제는 법이 제정되는 것보다 전 사회적으로 이 제도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한다.

 성년후견인제는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새로 개정될 성년후견인제는 법원에 신청하면 되고 자녀나 친족이 없는 고령자나 신체장애인의 경우도 대상이 된다. 후견인은 법정 직권으로 적합한 친족이나 그 외 제3의 검사나 변호사 등의 인물이 선정될 수도 있고, 후견인 수도 다양한 업무와 개별 특성을 감안해 여러명을 둘 수도 있다. 후견인은 스스로 판단이 부족한 지체장애인이나 치매성 노인 등을 대신해 재산을 관리하고 인권을 보호받게 된다.

 그러나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한 토론자는 “후견인이 모든 것을 대신 판단하고 결정한다면 이 또한 또 다른 인권침해에 속할 수 있다”면서 “기존(금치산자와 한정치산제)제도처럼 나쁜 후견인이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론했다. 이에 대해 이영규 교수는 “선진국에서 보듯 후견인은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관리 감독이 이뤄지고 교육도 강화해 그런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성년후견제추진연대는 “현행 민법상 한정치산과 금치산제도를 두고 있지만 보호제도 기능을 상실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된 지 오래다.
판단능력에 장애를 가진 인권 침해는 무방비 상태에서 일상적으로 만연해 있다”며 ”실질적인 후견과 보호를 보장하는 성년후견인제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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