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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 “이제부터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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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걱정이다”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고
김정일을 만났다. 특히 미사일을 놓고 미국과
북한사이에 모종의 협약이 성립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는 11월중에 클린턴
대통령이 평양을 공식 방문하게 된다면 한반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북의 조선인민공화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영입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밖의 여러나라들이 줄을지어
북한을 승인하고 국교정상화를 진행시킬 것이
뻔하다. 이제 북한은 명실공히 독립된 나라가
되고 한반도에는 정식으로 두 개의 한국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분단은 영구화 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앞으로 우리는 평화공존
밖에 내세울 것이 없고 설사 통일을 부르짖는
일이 있어도 그것은 알맹이 없는 구호나 염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되고 줄곧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무이한 합법정부였다. 따라서 6·25를 도발한
인민군은 침략자로 낙인이 찍힐 수 밖에 없었고,
유엔이 16개국의 젊은이들을 동원하여 남침을
저지하고 불법침략을 감행한 자들을 38선 도처,
휴전선까지 몰아내는 일을 단행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상황이 딴판 아닌가.인민군이
또다시 남침을 감행할 때 (그런일이 없기를
바라지만)유엔군이 상륙하에 대한민국을 지켜줄
리도 없고, 장차 인민공화국의 군사력에 의한
통일의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은 통일이
아니라 평화공존이었음을 알게 된다. 통일하느라고
애쓸 것 없이 평화적으로 두나라가 되어 싸우지
않고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물론
평화공존 뒤에 통일이 온다는 안일한 전망을
하는 자들이 있을지 모르나 그것은 망상일 뿐,
오히려 솔직하게 통일이 목표가 아니라고 국민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당사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이 이 지경에 다다르고 보니, 벌써 한참전에
남북의 정상이 만난다고 할 때 남의 김대중
대통령은 통일이 앞으로 30년은 걸릴 것이라
했고 북의 김정일 위원장은 10년을 더 보태
앞으로 4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 그 발언의
동기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두 지도자의
마음속에는 평화공존만이 도사리고 있었을 뿐,
통일은 염두에도 없었다는 짐작이 불가피하다.


클린턴이 김정일을 공식 방문하고, 워싱턴과
평양에 각기 대사관을 설치하면 한국의 설자리는
어디인가. 우리도 인민공화국 당국자와 교섭해서
대사를 교환하게 된다는 말인가. 전쟁재발의
우려가 없는 한반도가 된다는 말에 감격해서
춤을 출 몰상식한 한국인들이 적지 않을 터인데(그것도
물론 한갖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만)문제는
이 좁은 한반도에 두 개의 한국이 자리 잡고
과연 민족으로서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헌법도 당장 수정하여
대한민국의 영토가 북으로 압록강, 두만강까지가
아니고 단지 휴전선까지라고 해야 할 것이니
그 좁은 땅에서 무슨 큰 일이 벌어지겠는가.
21세기 태평양시대의 주역이 되기도 어렵고
한자문화권을 대신할 한글문화권을 꿈꾸는 일도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대한민국의
어떤 발언도 인민공화국의 입장에서는 내정간섭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인데 그것을 매우 부도덕한
일로 간주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남파된 무장간첩이 붙잡히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비전향
장기수 뿐 아니라 10년, 15년은 더 감옥살이
해야 할 간첩들을 모두 석방하는 쾌거를 지켜봤는데
앞으로 대한민국 대 간첩작전의 허술함을 틈타
국제스파이가 대거 남파되면 우리정부는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정말 걱정이다. “이북도
잘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선의의
한국인이 많은데 앞으로 북의 인민공화국이
우리의 경쟁상대가 되어 우리를 제치고 밀어내고
경제강국으로 부상되고, 반사적으로 한국경제는
빛을 못 보고 시들어 간다면 오늘의 낙관론자들이
그때가서 무슨 말을 하게 될것인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역사란 어떤 특정한 시대나 그 시대속에 사는
개인보다 더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김대중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인 금메달을 목에 걸고 마침내 조국을
영구히 분단케 하고 평화정착이라는 미맹하에
잠시 불안한 평화를 가시화시킨다면 역사는
김 대통령에게 물을 것이다. “당신의 진심이
어디 있소”라고.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남한과
동아시아 전역에 걸쳐 민주주의와 인권을 신장한
지도자”라는 노벨 평화상 심사위원회의 찬사를
받아도 되는 것인가. “특히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에 진실로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있는가.
역사 앞에 증언 삼아 한마디 남기는 것 뿐이다.


이제부터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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