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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청학살 25주년, 희생자들은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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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서 딸 둘, 아들 둘을 키우던 평범한 주부였던 전영순 씨(現 삼청교육대 인권운동연합 회장). 1980년 8월 느닷없이 경찰에 끌려가 여자 삼청교육대에 보내졌고 호된 고문으로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 당시 충격으로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은 물론 23년간 범법자로 매도되어 사회생활도 제대로 못했는데 나라에서 준 보상금은 겨우 200만원 뿐 이었다.
1980년대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꼽히며 악명 높았던 삼청교육대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삼청교육대 피해자 모임인 삼청교육대 인권운동연합(이하 삼청인권연합)은 지난 8월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청교육대 학살 25주년을 맞았지만 진상규명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사라진 퇴소자 4만2,994명 모르쇠로 일관
80년 8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당시 전두환 상임위원장)가 사회정화를 명분으로 군내에 설치한 삼청교육대는 사실상 보호감호였다. 3만 명의 무고한 시민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죽거나 장애인이 됐다. 군사정권에 의해 범법자로 매도되면서 사회로부터 철저한 격리를 당했다.
이들의 실상이 만천하에 공개되기 시작한 건 문민정부와 국민의정부를 거치면서였다. 작년 8월에는 ‘삼청교육피해자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보상액에 진상규명은 불구하고 삼청교육대 퇴소자 인명수도 명확히 규명되고 있지 못한 현실이다.


삼청인권연합에 따르면 1980년 8월1일부터 전국에서 검거된 총인원 수는 6만755명이다. 전국 군·경을 동원해 무고한 시민들을 이미 불량배로 작성한 조서에 지장을 찍도록 강요한 후 범법자로 만들어 A, B, C, D급으로 분류했다는 것. 이 중 D급 1만7,156명과 환자 605명 등 총 1만7,761명을 사회에 내보내고 A급 3,252명은 군사재판에 회부됐으나 사망에 이르는 만행을 당했다. 나머지 4만2,994명은 죽음의 수용소인 육군 25개 사단 연병장에 수용돼 학살적 만행을 당했다.
인명수가 분명히 드러나는데도 국방부는 퇴소자 인명수가 없다는 데 피해자 측은 분개한다.
삼청인권연합은 “국방부가 지난 2004년 9월16일부터 올해 7월29일까지 삼청교육피해자의 보상심의위원회에 보상 신청한 피해자 인명수는 겨우 2,800여명이라고 밝혔다”면서 “끌려간 4만2,994명에서 신청자 2,800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4만194명의 국민이 없어진 것을 모르쇠로 외면만 하고 있냐”며 문제를 지적했다.

삼청인권연합은 퇴소 후에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불가능케 한 사회정화위원회의 활동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제5공화국 당시 사회정화위원회(現 바르게살기 뿌리) 전국 회원 131만6,000명을 동원해 퇴소자들의 주민등록표 상단에 ‘순화교육이수자정화담당문의’ 또는 ‘전출시 동장 면담’을 표기해 놓고 6공 마지막 10년까지 이사하면 문의하고 취직도 못하게 제약하면서 퇴소자들을 감시하고 괴롭혔다는 것이다.
삼청인권연합은 당시 육군 소위 유 모씨의 고백을 통해 5공 학살자들의 만행을 알 수 있었다며 폭로했다. 5공 학살자들이 경기도 연천 전국 5사단 의무대대 및 26사단에 귀속된 삼청학살 ‘시체처리화장공장’을 운영하면서 1981년 5월부터 1983년 초까지 하루에 시체 30~80명을 소각해 포대에 담아서 주로 밤중에 한탄강에 뿌렸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밝혔다.

삼청학살의 핵심 가해부서 ‘국방부’가 담당부서는 부당
삼청인권연대는 “25개 각 사단에서 몇 명씩이나 죽은 시체를 차로 실어다가 ‘시체처리화장공장’에 쌓아놓고 처리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특히 당시 수구언론들이 피해자들을 범법자로 매도하고 제6공 이후에는 가해자들의 주문으로 ‘삼청교육 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정을 방해할 목적으로 등에 문신 있는 남자들 웃옷을 벗겨놓고 허위보도를 일삼던 행위들을 반성하고 뉘우쳐야 한다”고 당시 잘못된 언론의 보도행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삼청인권연대는 “당시 조교들이 ‘너희들은 죽여도 좋다는 상부의 명령이다. 관 값 250만원만 주면 된다’면서 몽둥이와 군화발로 때리고 총을 쐈다고 하는데 죽이라는 명령자가 누구인지, 4만2,994명의 학살계획을 왜, 누가 했는지 밝혀야 한다”면서 당시 청와대와 국방부 사단장 이상 부대의 관련 명령서를 일체 조사할 것을 주장했다.
삼청인권연대는 담당부서를 현 국방부에서 행자부로 이관하고 국방부 주도의 삼청교육대보상심의위원회를 당장 해산하라고 촉구했다. 국방부는 삼청교육대 학살의 핵심 가해부서로서 현재까지도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을 폭력배나 범법자로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방부 주도 ‘삼청교육대보상심의원회’를 해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예회복 및 보상기한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가해자인 국방부를 대면하는 희생자의 입장에서 과거 악몽이 되살아나 고통스럽고, 희생자 명단 9,000여명을 확보하고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아 자신들의 소임을 방기하고 있는 등 무책임한 행태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청인권연대는 “과거 권위주의적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수많은 인권침해 의문사건이나 민주화 운동 관련사건 등은 거의 독립적 기구로 구성됐거나 행자부의 지원을 받는 것이 대부분인데, 유독 삼청학살에 대해서만 가해자 집단인 국방부가 손아귀에서 주무르고 있는 이유는 뭐냐”며 “학살의 만행이 외부에 드러날까 두려워 그러는 것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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