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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측근들과 가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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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과 가신들


민주당의 최고위원 권노갑 씨가 지난 17일 돌연 성명을 발표하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결정하였다”고 발표함으로 정가에는 적지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고 전해진다.


권 씨는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되기 오래 전부터 그를 모셨다. 그 긴긴 세월을 다 합치면 족히 40년은 될 것이라고 한다. 40년이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지 않은가. 김 대통령이 야당생활의 누더기를 벗어 던진지가 이제 겨우 3년 정도 되는데, 그렇다면 김대중 씨의 40년 가까운
정치 풍랑을 그와 더불어 겪은 셈이다. 배가 뒤집혔으면 두 사람이 다 함께 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가 인도의 간디와
네루처럼 돼 있지가 않고 다만 군왕과 신하의 관계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네루는 한평생 간디를 모셨지만 학문적 배경이나 가문과 혈통에 있어서는
단연 네루가 앞서 있었다. 풍채에 있어서도 간디는 보잘 것 없다는 악평을 들을만큼 네루에게 뒤떨어져 있었지만 간디에 대한 네루의 존경과
충성은 인도의 독립을 약속할 만큼 확고 부동한 것이었다. 그 두 사람은 같은 이념과 같은 목표로 뭉친 동지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가신(家臣)이라는 정치용어가 있는데, 이 낱말은 일본 정치에서 직수입한 것이다. 현대 민주정치에 가신이 웬 말인가 하며 의아스럽게
여길 사람도 있겠지만 일본은 유독 지방분권일 수 밖에 없는 마꾸후(幕府)시대를 수백년 겪는 가운데 중앙집권으로만 살아온 한국인은 전혀 이해하기
어려운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특수한 관계와 특수한 윤리가 발생한 것이었다. 지배자인 번주(藩主)와 피지배계급인 백성(百姓)사이에는 사무라이라는
무사들의 계층이 있어 번주와는 주종(主從)의 관계를 맺고 충성을 다하였던 것인데 이들을 가신이라고 불렀다. 이 가신들은 윗분이 승승장구하면
그만한 영광을 누렸고 윗분이 망하면 함께 망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 있었다.


그렇다면, 정치의 역사나 정치의 경험이 일본과는 판이한 한국에 가신이 어떻게 존재하는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오랜 망명생활 끝에 금의환향하여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는 혁명 동지들을 주변에 두지 않았고 오직 이기붕 씨 한 사람만을 거느렸다. 그 사실 때문에 비난도 받았지만
그것이 그분의 정치적 지혜였을 수도 있다. 그는 그때 그때 필요한 사람을 쓰다 버렸다. 그래서 정적은 많이 생겼지만 가신은 없었다.


박정희 씨는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했으니 가신이 있을 리 없었다. 혁명 주체를 대표하는 김종필 씨가 있었고 뒤에 발탁된 이후락 씨가
있었는데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을 붙여 어느누구도 한때 특근일 수는 있었지만 가신이 될 기회를 포착할 수 없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와신상담하는 야인의 쓰라린 경험이 전혀 없이 권력의 정상에 올랐기 때문에 30년 40년 함께 고생해온
가신을 둘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인재를 가까이 두고 군사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영삼 씨가 대통령이 되면서부터 가신이라는 낱말이 등장하였다. 그도 40년 가까이 야당생활을 해온 정계의 보스였기 때문에 가신이 생길
수 밖에 없었고, 최형우 씨, 김동영 씨가 대표적인 가신들이었다. 김 대통령은 둘째 아드님을 어느 가신보다도 더 중히 여겼다는 말도 있지만
어쨌건 한 사람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또 한 사람은 병마에 쓰러져 거동도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으니 어쩌면 그것이 모두 김영삼 대통령을
불행한 지도자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가신들이 있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야당에서,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 “가신을 몰아내시오”라고 외치고 있지만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정치의 생로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가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권노갑씨 없이는 안된다. 그는 측근이 아니다. 측근이
떠나도 가신은 못 떠난다. 권씨는 반드시 돌아온다.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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