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가장 뜨겁고 열정적으로 세상을 살 수 있습니다”
국제구호활동가 한비야(53·여)씨의 말이다.
그는 14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지하대강당에서 경찰청이 주최한 '명사와 함께하는 경찰개혁 토론회'에서 당당히 힘주어 이렇게 말했다.
한씨는 이날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란 주제로 조현오 경찰청장 등 지휘부와 일선 경찰관들에게 인생을 의미있고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마음가짐의 중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했다.
강연회가 시작전부터 열기는 뜨거웠다. 강당에 준비된 500여석은 이미 한씨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일선경찰관과 가족들로 북적였다.
빨간 자켓을 입은 한씨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모습으로 강당 위로 오르자 500여명의 참석자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박수를 쏟아냈다.
본격적인 강의 시작 전 한씨가 "딱딱한 호칭을 버리고 언니·누나·친구로 부르자"며 "여러분 모두를 동생으로 접수하겠다"고 말하자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에 청충들은 환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씨는 "머릿속에 세계지도가 꼭 들어있어야 한다"며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지도가 머릿속에 있다면 우리의 무대는 우리나라 안으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넓어지는 것"이라며 "그 세계지도 안에는 우리가 필요한 나라 뿐 아니라 우리를 필요로 하는 나라도 들어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는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은혜의 법칙도 존재한다"며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구호자금을 전해 줄 당시 '전쟁으로 박살난 나라'에서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왔다고 말하자 아프가니스탄측 참가자들이 희망을 얻게 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돈이나 명예를 가져서 99도로 뜨겁게 사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100도로 팔팔 끓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가장 뜨겁고 열정적으로 세상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단의 열악한 긴급구호 현장에서 의료활동을 펼치는 케냐의 한 안과의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씨는 "그 의사가 나에게 '내가 가진 재능과 기술을 돈 버는 곳에만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며 '무엇보다도 이 일이 가장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을 때 가슴에 뜨겁게 불화살을 맞은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여러분들도 무엇을 하고싶을 때 용기가 안 난다면 정면대결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또 "나는 손을 정글의 법칙이 돌아가는 곳에는 쓰고 싶지 않다"며 "여러분들도 사랑과 은혜의 법칙을 위해 손을 쓸 것"을 당부했다.
한씨는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세계 오지여행을 한 뒤 여행에서의 경험을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이라는 책으로 펴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2001년부터 2009년까지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으로 세계 곳곳의 재난·분쟁 지역의 현장을 누볐다. 현재는 UN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