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이태종)는 23일 만삭의 부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의사 백모(3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사체부검 결과 목 졸림 현상에 의해 살해된 것이 인정되며, 백씨에게서도 전형적으로 목을 조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처가 발견됐다"며 "특히 피해자 눈 부위에 난 혈흔 자국은 이상 자세에 의한 질식사보다는 목 졸림에 의한 상처로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또 "검안결과 사망추정시간은 6~8시로, 평소 직장에 8시에 도착하는 피해자의 습관에 비춰보면 당일 6시41분(백씨가 집을 떠났다고 주장하는 시간) 이전에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부인 사망 소식을 들은 이후 모든 전화를 받지 않으면서도 친구들에게는 전화를 한 점, 시험 준비를 하는 날보다 더 일찍 집을 나선 점 등 백씨의 당일 행적 등을 고려하면 백씨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백씨가 당일 6시41분, 집을 나서기 전에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백씨가 범행사실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용서를 구했더라면 감형의 이유도 있지만, 1심에서부터 동일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백씨는 지난 1월 마포구 도화동 자신의 집에서 출산을 한 달 남은 부인 박모(29)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후 진행된 공판에서 검찰은 '부인 박씨의 사망원인은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라고 주장한 반면, 백씨의 변호인 측은 외국인 법의학자를 증인으로 내세우며 "박씨가 욕실에서 미끄러져 욕조에 쓰러진 채 기도가 막혀 질식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백씨가 출산을 한 달 남은 아내의 목을 졸라 사망케 해 태아까지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앞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생명을 잃은 피해자는 한 사람이지만 백씨가 태아까지 두 사람을 살해한 잘못이 있다"며 "백씨는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고 무기징역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