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라도 학생인권이 바로 서야 한다며 서울학생인권조례 시행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교육감선거 당시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9일 풀려난 곽노현 교육감은 20일 시교육청에 첫 출근해 공식 업무를 시작하면서 학생인권을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36분 이대영 부교육감, 실·국장 및 과장, 지역교육장 및 산하 기관장 43명과 가진 인사 자리에서 곽 교육감은 "잘 지냈느냐. 반갑다. 133일 만에 돌아왔다"며 "사건의 진실을 떠나 그동안 서울 교육에 차질과 혼선을 가져온 것에 대해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운을 뗐다.
그는 "몸은 갇혀 있었지만 마음은 힘들지 않았다"며 "수많은 서울 시민들, 교육 가족들이 믿음과 사랑을 보여줘서 심신을 잘 단련시키며 돌아왔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곽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곽 교육감은 "학교폭력의 가장 전문가는 아이들인데 여전히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며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는 학생인권의 근본이다. 학교폭력 근절에는 학생인권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역교육청별로 학생참여위원회를 소집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며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까워 신고도 하지 못한 채 울고 있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신이 갇혀 있는 동안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정책들 진행에 박차를 가할 계획임을 확고히 했다. 곽 교육감은 "4개월 동안 문 앞에 멈추거나 아예 문이 닫힌 것들이 없지 않다"며 "차분하고 꿋꿋하게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문이 이미 닫힌 것은 문을 활짝 열겠다"고 밝혔다.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파사현정(破邪顯正)'도 언급했다.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을 가진 이 사자성어에 대해 그는 "눈치보고 주춤할 일도 없다. 덕을 세운 사람은 외롭지 않다"며 "엄청난 변화가 전 지구적, 국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고 전했다.
곽 교육감은 "모든 사물에는 명암이 있다. 지나간 시간을 곱씹는 성찰과 미래를 내다보는 전망의 시간이었다"며 "학교를 깨워 학생을 살리는 교육을 하는 데 더욱 더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없는 동안 서울 교육이 큰 무리 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했다. 그는 "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서울시교육청의 청렴도가 상승했다. 꼴찌를 헤매던 서울시교육청이 10위 안으로 진입했다"며 "앞으로도 가장 청렴한 교육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곽 교육감은 "늘 학생의 성장을 중심에 두고 민주사회에 걸맞은 공교육의 본질에 충성하겠다"며 "아이들의 아우성, 신음 소리에 책임 있게 반응하자. 내가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