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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새누리당’ 당명 개정, 파격인가 자충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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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 사라진 ‘한나라당’, 보수 상징 파란색도 쓰레기통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당 쇄신의 일환으로 당명을 개정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당명 개정으로 인해 진통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이라는 이름 자체가 가진 어감 때문에 뒷말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당명 개정 과정에서 보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독단적 리더십 때문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새로운 당 로고가 공개되자 새누리당 내부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치권 전반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진보세력이 상징적으로 사용하던 붉은색을 로고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이 출범하면서 민주노동당이 과거 사용하던 붉은색을 버리고 보라색으로 바꿨지만, 남아 있는 진보신당은 여전히 붉은색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형적인 보수의 상징인 파란색이 가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붉은색을 채용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급격한 변화에 새누리당이 가진 정체성마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처럼 자기정체성마저 찾지 못하는 당명과 당로고에 따른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당내 아무런 변화없이 이름만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어설픈 변신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주인공 민소희를 떠올리며 ‘새나라당이 민소희를 따라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는 상황이다. 당명 교체가 득이 되기보단 오히려 놀림과 비난의 근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조갑제조차, “새누리당, 유치원 이름이라면 몰라도...”

지난 2일,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쇄신이라는 바람을 타고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개정한 것. 이로써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은 지난 1997년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출범한 이래 15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새누리당’이라는 이름에는 ‘새로움’과 ‘세상’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즉,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위원장은 새 당명과 관련해 “이름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름을 바꾸고 나서 얼마나 잘해나가느냐 하는것이 중요하다”며 “당명이라는 것은 국민의 지지와 믿음 속에서 그 힘이 나오는 것인데 우리가 앞으로도 국민의 지지와 믿음, 신뢰를 얻어내기 위해 더욱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당명 개정을 두고 당내는 물론 보수진영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당명 자체가 부자연스러웠던 탓이다. 낯선 당명에 인터넷은 순식간에 후끈 달아올랐고, 여야 지지 세력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야권 지지층은 ‘새로 기득권을 누리겠다는 말이냐’며 힐난했고, 여권 지지층은 ‘민주와 통합만 내세우는 야권보다 신선하고 좋다’며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까지 나서 “한나라당은 큰 나라와 하나가 된 나라를 지향한다는 뜻이 있었다. 통일대국을 이상으로 하는 정당이란 뜻이었다”며 “새누리당엔 신세계를 만들겠다는 엉뚱한 뜻밖에 없다. 애국심을 버리고 국제주의로 나간다는 뜻인가? 민주니 자유니 하는 가치도 없다. 무국적당이란 뜻인가 보다”라고 개정된 당명 비난에 가세했다.

특히 조갑제 전 대표는 “발음이 중요한데 한나라보다는 새누리가 어색하다. 유치원 이름으로는 괜찮지만”이라며 “당명은 심사숙고하여 만들어야지 위장폐업, 신장개업하듯이 하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조 전 대표는 거듭 “새누리당은 무슨 이념을 담는지 알 수가 없다. 이름은 있는데 성이 없는 즉 족보가 없는 집단”이라며 “한나라당은 이념부재, 정체불명의 개명으로 수백만 표를 잃을 것”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이처럼 개정한 당명을 놓고 당 안팎에서 논란이 가중되자, 새누리당 내부적으로도 당명 개정 절차의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봇물을 이루기 시작했다. 쇄신파 의원들은 물론 친박계인 유승민 의원까지 당명변경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이같은 문제 제기는 박근혜 위원장의 독단적 리더십으로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와 관련 정두언 의원은 지난 5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새누리당이란 당명에 대해 그동안 나름대로 여론수렴을 한 결과 안 되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며 “문제는 의총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느냐”고 박근혜 비대위를 강하게 성토했다. 이어 “창피한 이야기지만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없었으면 한다”고까지 말했다.

정두언 의원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 의원 외에 다른 의원들에게서 직접적으로 당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당명 개정 문제에 반기를 든다는 것이 곧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반기를 드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문제가 예민한 상황에 함부로 나서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체성 혼란 겪고 있나?

그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지난 7일 당 로고까지 공개했다. 이날 당명 개정에 관한 의원총회가 예정돼 있던 상황에 로고가 먼저 공개됐다는 것은 사실상 새 당명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지도부의 의지 표현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해석됐다.

공개된 로고에는 전통적 한나라당의 상징이자 보수의 상징이었던 파란색이 사라졌다. 단순히 파란색이 사라진 것만이 아닌, 파란색의 정반대인 빨간색이 사용됐다. 한국의 대표적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이 진보의 상징 색깔인 빨간색을 사용한 것이다. 정치권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와 관련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상징색은 기본적으로 태극기를 모티브로 했다”며 “흰색을 바탕으로 태극기의 문양 중 빨간색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흰색은 ‘백의민족’을, 빨간색은 ‘열정’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이어 심볼에 대해 “국민이 하나가 된다는, 한 곳에 담는다는 그릇의 모양을 갖고 있다”며 “미소를 상징하는 입술의 모양이며 세로로 하면 귀 모양이 되는데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빨간색을 상징적 색깔로 사용하고 있는 진보신당은 강하게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박은지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미 진보신당이 4년째 쓰고 있는 빨간색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점에서 타 정당에 대해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은 행위”라며 “더욱이 붉은색이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진보적 이념'을 상징해온 바 새누리당의 이념과도 관계없는 색깔”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박 부대변인은 “무상급식이 공산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대하던 한나라당이 어느 날 갑자기 아침급식을 나온 것처럼 변화를 하고 싶긴 한가보다”라며 “레드 콤플렉스가 치료된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파란색의 저주를 풀기 위함이라면 일찌감치 단념하기 바란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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