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4 (월)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사회

서로 돕고 함께 나누는 푸른학교

  • 등록 2006.05.10 13:05:05
URL복사

IMF 경제위기가 닥쳐온 97년. 경제위기로 경제가 휘청거릴 때 서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유망한 중소기업이 줄줄이 도산하고, 멀쩡한 회사원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어 쫓겨났다. 길거리에는 실직자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당시 전국 곳곳에서는 실업대책위가 세워지고 자구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펼쳐졌는데 경기도 성남의 상황은 보다 심각했다.
98년 4월, 성남 실업자대책위(대책위)가 1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업률이 50%가 넘는 기막힌 결과가 나왔다. 분당을 제외한 ‘구시가지’ 40만 인구 중 10만이 건설노동자였던 성남의 서민들이 그야말로 경제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또, 대책위의 조사결과 실직가정의 가장 큰 난관은 ‘생계비’와 ‘자녀교육문제’였다. 생계를 위해 맞벌이가 필수가 되어버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직가정 자녀 방과 후 학습지도 및 무료급식을 하는 ‘푸른학교’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실업자대책위가 푸른학교 설립을 결정하자 성남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쏟아졌고 98년 10월 성남 태평동과 상대원동에 푸른학교가 개설될 수 있었다. 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그러나 막 간판을 달은 푸른학교의 난관은 한 둘이 아니었다. 장소, 유지비 마련 등 단 한개도 쉬운 것이 없었다. 그 당시를 회상하며 푸른학교 전지현 대표는 “선생님들이 낮에는 과외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돈으로 아이들 간식과 학용품을 사는 방식으로 유지해나갔어요”라며 웃음 짓는다.
무료급식은 교사들이 집에서 김치와 쌀을 가져오는 방법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가까웠다. 푸른학교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아이들은 늘어갔지만 매달 소요되는 유지비를 감당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역에 뿌리내린 푸른학교
99년 2월, 푸른학교는 고민에 빠졌다. “이걸 계속해야하나?” 처음에는 실직 부모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시작한 푸른학교에게 완전한 방향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6개월 동안 고민을 계속한 결과, 푸른학교는 “지금은 비록 형편이 어렵지만 이 사회를 이끄는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아니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결심으로 다시 한 번 이를 악물었다.
오히려 창립멤버들은 성남 3개 동과 용인, 평택에 푸른학교를 설립해버리는 ‘사고’를 쳤고 질적인 도약에 박차를 가했다. 교사교육과 교육시스템을 정비하는데 눈을 돌린 것이다. 사실 푸른학교 창립멤버들은 전문 교사들이 아니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넘쳤지만 전문적인 소양을 갖추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푸른학교 교사는 ‘치유의 마술사’가 되어야 했다. 형편이 어렵고, 상처가 많은 아이들을 치유하는 마술사. “푸른학교 교사는 아이들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전지현 대표가 밝히는 푸른학교 교사상이다. 단순히 엄마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만 해도 안 된다. 아이들을 불쌍히 여긴다면 더더욱 낙제감이다. 장차 나라의 주인이 될 아이들을 존중하고 이끄는 것이 푸른학교 교사들의 역할이다.
푸른학교 교사들의 ‘노동강도’가 더욱 가혹해지는 순간이었으며 특유의 교육시스템인 인성교육, 특별활동, 문예활동이 개발된 순간이기도 했다. 푸른학교는 단순히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통일, 민족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인성교육을 병행했다.

여기에 노래, 풍물, 연극, 단소, 무용 등 특별활동이 추가됐다. 푸른학교가 벌이는 특별활동은 매년 1 천여명의 관객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 문화제로 발전, 지역축제로 자리 잡았다. 자신감이 없어보였던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멋지게 기량을 뽐내는 모습은 그 자체가 감동이었고 우레 같은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아이들의 공연을 관람한 부모님들에게는 행복을 안겨줬다.
”아빠와 함께 사는 두 남자 아이가 있었어요. 화물노동자였던 아빠는 자주 지방으로 출장을 가야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볼 수가 없어 푸른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죠.
어느 날 푸른학교에서 공예작품 활동을 한 아이들이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아빠의 트럭에 걸어놓은 거에요. 그 작품을 본 아빠는 살면서 그렇게 감동을 느낀 적이 없다며 푸른학교를 찾아왔어요.”
이 일화는 푸른학교가 9년동안 만든 감동 중 하나. 그후 이 아빠는 푸른학교의 열렬한 후원자가 됐다는 후문이다. 푸른학교는 지난 9년 동안 이렇게 지역에서 자리 잡아 왔으며 발전을 계속했다. 성남 두 개동에서 시작한 푸른학교는 서울 창신동, 대전, 공주, 청주, 전주, 고양, 광주(경기도), 오산, 용인, 신갈, 의정부, 하남, 이천, 평택 등으로 번져나갔으며 성남에만 9개가 문을 열었다.

어린이날, 통일리어카가 달린다
5월 5일 어린이날은 푸른학교가 준비하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 푸른학교는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 통일리어카, 장애물 달리기, 물풍선 던지기, 타일그림그리기, 짚풀체험, 페이스페인팅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이중 통일리어카(리어카는 달리고 싶다)는 500원의 참가비가 있는 특이한 행사 중 하나. 리어카 달리기의 참가비는 ‘평택 농민 양수기보내기 모금운동’에 보태질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200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으며 푸른학교 아이들 외에도 전교조 마당, 민예총 인형극이 열리고 ‘여성의 전화- 폭력 없는 날’의 야외 홍보 부스가 세워져 눈길을 끌었다.
푸른학교의 운영은 시에서 나오는 소량의 지원금과 시민들의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다. 푸른학교에서 발행하는 소식지에는 후원인 명단이 빼곡히 적히는데 이를 자세히 보면 재미있다. ‘자원교사-박미화(영어)’라고 되어있다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키는 것으로 후원을 했다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논현동성당(김치), 한전성남지점(쌀)’, 성주(문구)’라고 적혀있다. 물품후원을 해줬다는 기록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공간 임대료, 한 달에 60만원인 교사 활동비 등 적장 현금이 들어가야 할 곳은 벅찰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게다가 시에서 지원해주는 돈은 임대료로 사용하면 안된다, 교사 월급으로는 1인 이상 주어서는 안 된다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있어서 푸른학교를 더욱 괴롭게 한다. “돈 문제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하지만 푸른학교는 아무 후원이나 덜컥 받지는 않는다.
기업홍보에 이용되는 ‘맞춤형’ 후원은 사절이다. “후원을 해준다고 하면 물론 고맙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불쌍한 아이들이 아닙니다. 돈 몇푼 쥐어주고 불쌍한 아이들 도와줬다고 생색내는 기업이라면 후원을 거절합니다” 이같은 전지현 대표의 말에서 푸른학교의 교육철학이 묻어난다. 아이들은 장차 이 사회의 주인공!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양곡관리법·농안법, 국회 본회의 통과...농안법도 국회 본회의서 가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前대통령 1호 거부권'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과잉 생산된 쌀을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찬성 199표, 반대 15표, 기권 22표로 가결했다. 쌀값이 급락한 경우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됐다가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이 처음 행사돼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이 재추진한 이번 개정안의 수정안에서 여야는 사전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통한 수급 조절, 당해년도 생산 쌀에 대한 선제적 수급조절 및 수요공급 일치, 쌀 초과 생산 및 가격 폭락 시 수급조절위원회가 매입 관련 심사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수산물 시장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내용의 농안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 찬성 205표, 반대 13표, 기권 19표가 나왔다. 농안법 개정안은 국내 수요보다 농수산물이 초과 생산되지

경제

더보기
IBK기업은행, 창립 64주년 기념식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IBK기업은행은 1일 창립 64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6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은행장은 중소기업을 향한 사명감과 진심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온 기업은행의 역사를 돌아보며 글로벌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밝혔다. 김 행장은 “특히 올해 전례 없는 각종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미국 발 관세위기 등 대내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중기대출 지원으로 중기금융 역대 최대 점유비를 달성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금융을 적극 실천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하남데이터센터 이전’과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유치’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자등록 원스톱 서비스’,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도 그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어 “불확실성의 위기가 심화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을 향한 진실 되고 선한 마음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혁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