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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진짜’가 되고 싶은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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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하는 미스터리의 거장 조세핀 테이의 대표작 ‘브랫 패러의 비밀’
조세핀 테이 지음/ 검은숲 펴냄/ 11,000원

영국 범죄소설의 거장 조세핀 테이의 대표작이 출간됐다. ‘브랫 패러의 비밀’은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도서로 발매되는 등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다.

◆고전 사기극

조세핀 테이는 미스터리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여류 작가로 도로시 세이어즈, 애거서 크리스티, 마저리 앨링엄, 나이오 마시 등에 버금가는 명성을 누렸다. 그녀의 장편 미스터리는 단 8편에 불과하지만, 2010년 영국 ‘타임스’가 선정한 ‘위대한 범죄 소설 작가 50인’에 선정될 정도로 지금까지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조세핀 테이는 고든 대비어트라는 또 다른 필명으로 역사 희곡을 활발하게 발표하는 등, 역사 속 사건을 재구성하는데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특히 리처드 3세의 추문을 안락의자형 탐정이 파헤치는 1951년 작 《시간의 딸》은 역사를 다룬 영어권 미스터리 중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영국추리작가협회 회원들이 추린 100권의 리스트 중 1위에 올랐고, 미국추리작가협회 회원들이 선정한 100권의 리스트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12~13세기 북유럽에서 전해지는 ‘왕자와 시종’부터 최근 1000만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진짜가 되고픈 가짜는 오랫동안 ‘재미있는 이야기’의 중요한 모티프로 자리 잡았다. ‘브랫 패러의 비밀’ 역시 이러한 고전적인 모티프 위에 자리한 이야기다.

◆죽은 쌍둥이 형의 갑작스러운 출현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행방불명된 애시비가의 맏아들 패트릭.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그의 쌍둥이 동생 사이먼에게 가문의 재산이 상속되려던 찰라, 패트릭이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그는 진짜 패트릭이 아니었다. 고아 출신으로 런던 거리를 헤매다가 우연히 애시비가의 이웃을 만난 브랫 패러는 자신이 정말 패트릭과 닮았다는 행운을 알게 된다. 이웃으로부터 진짜가 되기 위한 완벽한 교육마저 끝마친 브랫 패러는 결국 애시비가의 변호사는 물론, 가족에게까지 패트릭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단 한 명 사이먼만은 그에게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갑작스레 툭툭 불거지는 뜻밖의 사실에 신속하게 거짓으로 대응해야 하는 브랫 패러의 절박함은 작품에 흥미진진한 서스펜스를 불어넣는다. 이러한 서스펜스는 패트릭의 죽음에 어린 미스터리와 어우러져 독자는 읽는 내내 결코 시선을 떼지 못한다. ‘뉴요커’에서 어째서 “‘진짜인 척하는 가짜’, 이런 내용을 담은 작품 중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평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섬세한 묘사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조세핀 테이의 탁월한 심리 묘사와 당대(1949년 작품) 영국 사회의 세밀한 조명이다.

브랫 패러의 심리는 작품 전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처음 그는 진짜 흉내를 내켜하지 않다가, 도박 같은 마력을 느끼게 되고 결국 패트릭에게 대역으로서 어떤 동질감을 갖기에 이른다. 이렇듯 입체적인 인물 묘사는 사건의 주 무대인 애시비가의 ‘종마 사육장‘과 함께하면서 빛을 발한다. ’브랫 패러의 비밀‘의 또 다른 주인공은 말(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양한 말의 행동은 다양한 등장인물의 심리를 세심하게 반영한다.

또 ‘브랫 패러의 비밀’에서는 전작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에 이어, 조세핀 테이의 탁월한 묘사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당대 영국 사회의 의식주와 생활이 돋보기로 관찰한 듯 세밀하게 표현돼 있어, 마치 애시비가의 장원 식탁에 마주 앉아 함께 떠도는 소문을 주고받으며 식사를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정도이다.

고전적이고 익숙한 모티프, 입체적인 인물 묘사, 세밀화처럼 아름다운 풍속 등. 이렇듯 ‘브랫 패러의 비밀’은 대중소설을 훌쩍 넘어선 고전의 품격을 지니고 있다. 쇄를 달리하며, 긴 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이어진 긴 생명력이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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