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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김동길 칼럼]여존남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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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존남비의 시대



‘남존여비’라는 말은 우리 귀에 익숙하지만 ‘여존남비’라는 낱말은 전혀
익숙하지 않다. 원시시대의 어느 때에 여권이 압도적인 시대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특히, 우리가 익히 아는 농경사회에서는 딸보다 아들의 역할이
매우 컸던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집집마다 아내나 며느리나 시집간 딸이나 모두 아들을 낳기를 기대하였다. 딸이 생기면 집안이 왠통 우울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었다. 맏아들을 맏딸보다 선호하였고 줄줄이 딸만 태어나면 그 엄마는 시댁에 대하여 고개를 들 수 없는 죄인이라고 스스로
느끼면서 남편이 외도하는 사실에 대하여 일언반구도 말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마는 것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주변에도 딸만을 다섯, 여섯 낳는 엄마들이 있었는데 모두가 아들을 낳을 욕심으로 또 낳고 또 낳았지만
딸 밖에 낳지를 못하였다. 그러나 하늘이 그런 불행한 여성을 불쌍하게 여겨 맨 나중에 아주 어린 아들하나를 주시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리하여
어떤 집에는 맨 위의 누나와 맨 끝의 사내동생 사이가 깜깜하게 먼 경우도 있었다.


왜 그토록 아들만 낳으려고 했을까. 그 동기는 매우 현실적인 것이었다. 딸은 아무리 낳아서 키워도 일단 남의 집에 시집가면 그것으로서
끝나는 일이었다. ‘출가외인’라는 말도 그래서 생긴 것이었으리라고 믿는다. 그런데 아들은 낳아서 키우면 크게 의지가 되는 것 뿐이 아니라 나이가
차면 남의 집 딸을 묻어다 제 식구를 만드는데 시댁의 입장에서 볼 때 한 사람의 며느리는 그만한 노동력의 확보였다. 남의 집 딸이 와서 밥만
먹는가. 밥짓고, 옷 만들고, 빨래하고 농번기에는 파종도 하고 김도 매고 추수때만 되면 농사 일선에서 거둬들이기에 바쁜 몸이 되었다.


시집와서 때가 차면 곧 아들이나 딸을 낳게 되는데 연년생도 적지 않았으니 농경사회의 여성의 운명이란 그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시대가 바뀌어서 남녀의 평등을 부르짓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산업사회가 되면서부터 여성의 사회진출이 눈부시게
되었고 정계에도 많이 진출하여 서양은 더 말할 나위도 없지만 유교문화권인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사회당의 당수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예전엔 미처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우리처럼 뒤떨어진 나라에서도 내각에 여성이 한 두 사람은 끼어들게 되는 사실도 관심있게 볼 만한 현상이다.


그런데 오늘 한국사회는 이들을 선호하던 나머지 1부1처의 민주적 관례가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10년 뒤쯤 되면 남자 다섯명 중에
1명은 결혼할 상대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다. 결혼할 나이의 남녀가 오늘 이미 남자의 수가 29만명 정도 여자보다 많다고 하는데 2년만
더 있으면 그 수가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부터 10년 뒤에는 여자 100명에 남자는 123.7명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큰 사회문제가
야기될 우려가 없지 않다. 여자들중에는 1사람이상의 남편을 거느려야 할 사람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말인가. 이것은 아마도 사회적으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미 여러해 전부터 젊은 엄마들이 아들만 하나 낳으면 그것으로 출산을 끝내 버린다는 말이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법에 저촉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태아를 미리 들여다보고 딸인 것이 확실하면 낙태시켜 버리고 아들인 경우에 한하여 출산을 허락하였다는 끔찍한 말도 우리사회에 파다하였다.
엄마 배속에 어린생명이 딸도 되고 아들도 되는 것이 하늘의 뜻인 줄만 알고 살던 시대에는 아들 딸의 수효가 비슷하였다.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기만
하면 오늘 같은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을 터인데, 우리사회는 결혼대란을 자초한 셈이다.


도대체 인간은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최선인 줄 알면서도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전 세계를 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인은
아들낳고 딸 낳는 일만은 하늘에 전적으로 맡기는 일이 시급하다고 믿는다. ‘여존남비’의 시대가 바람직한 시대는 아니지 않은가.




철학박사

연세대 명예교수

(사)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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