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정권 말기에 금융지주회사 등이 대주주의 특수관계인 공익법인에 자산을 무상양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에 따라 대주주의 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은 공익재산 양도를 허용한 것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현행법(은행법 35조)은 금융회사가 대주주와 그의 특수관계인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 금융위는 금융회사 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중 세법상 공익법인에 대해 해당 금융기관의 출연을 허용하는 내용의 ‘은행, 보험,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고 감독규정을 변경키로 했다.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하나고등학교에 330억원 이상을 출연해 은행법을 위반함에 따라 면죄부를 주고져 임기 말 정권 말기에 무상양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어 의구심을 더해 주고 있다.
특히 의구심을 더해가고 있는 것은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하나고교에 하나금융자회사인 외환은행이 257억원을 출연키로 했다가 은행법 위반이라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출연을 철회한 바 있다.
하나금융그룹-외환은행의 갈등이 고조되는 것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에 대한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잔여 지분 인수 예고이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양측 간의 대립이 날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모회사로서 전체 지분 중 60%를 확보하고 있어 이번 주식교환이 성사될 경우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주식을 100% 소유하게 된다.
이에 외환은행 노조는 “이번 하나금융의 결정은 외환은행 시장폐지를 통한 사실상의 합병을 계획된 처사”라며 “하나금융은 사실상 2.17 합의를 위반함은 물론 100% 지분을 소유하게 되면 소수주주에 대한 견제 및 위법을 감행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5일 외환은행 본사 앞에서 외환은행 상장폐지 반대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시작으로 향후 지속적인 투쟁 의사를 밝힌 가운데 18일부터 오는 3월15일까지 연차 휴가를 통한 릴레이 집회를 예고했다.
금융노조 외환은행 지부는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연가투쟁단을 규합 ‘합의서를 준수하라’, ‘소액주주 기만 말라’, ‘주식교환 철회하라’, ‘김승유를 처벌하라’, 등의 문구가 적인 만장을 들고 지난 22일 300여명이 하나금융지주 앞으로 이동해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그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KEB-하나 파운데이션 비밀 합의문건이 일부언론에 의해 발견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전 회장(하나고교 이사장) 및 윤용로 외환은행장과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지난해의 ‘2.17 합의’ 당시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별도의 문서로 사회공헌사업에 약속한 것이다.
언론에 공개된 비밀 합의문건을 살펴보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간의 ‘별도합의서’에 ‘KEB-하나 파운데이션을 설립해 1000억원을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하며 그 목적사업에는 다문화가정 지원 및 대학생 학자금 대출 등을 넣기로 한다고 적혀있다. 이 합의문건에는 김 전 회장, 윤 행장, 김 위원장의 사인이 들어가 있어 세 사람이 사안에 합의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노조는 “함께 사회공헌을 하겠다는 약속을 무시한 채 김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하나고등학교에 윤 행장이 거액을 출자하려 한 것은 엄연히 합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최근 하나금융그룹의 하나고등학교 출연과 관련 공익 목적이라는 명분 아래 숨어서 전임기관의 돈으로 김 이사장의 자리보전 야욕을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더해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은행 자산을 금융지주사 전임 회장 개인의 사유물처럼 여기는 행태 에 대해 처벌을 강화한 것이 아니라 하나고교 출연과 같은 사례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은행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에 대해 법령까지 개정해 면죄부를 주는 정권 임기 말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