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5.30 (금)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경제

희대의 ‘명품’ 사기극

URL복사

7월 초 강남의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상설 전시장.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다이애나 비, 모나코 그레이스 켈리 왕비 등 만이 산 제품’이라는 광고문구가 나 붙었다. 빈센트 앤 코(Vincent &Co) 전시행사였다. 좀체 들을 수 없었던 생소한 명품시계였지만, 유명 연예인과 강남의 부유층이 참석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날 판매는 하지 않고 전시만 됐다. 대체로 “명품 치고 디자인은 별로…”라는 반응이었지만, 가격은 수백에서 1억원에 육박했다. 그동안 입소문을 통해 들어왔던 명품시계였고 유명 백화점에서 가짜를 전시할 것이란 생각은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누구도 이 시계가 ‘가짜’ 명품일 것이라고는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시계는 원가 10만원대의 중국산 부품 가짜 시계였다. 중국산 부품으로 만든 손목시계를 스위스 최고급 명품으로 속여 강남 부유층과 유명 연예인을 공략한 이번 사건은 ‘희대의 사기극’으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빈센트 앤 코 대표 이 모씨(42)를 구속하고 시계를 납품한 N사 대표 박 모(41)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중국산 부품 시계가 1억원대 ‘명품’시계로 둔갑... ‘신기’에 가까운 철저한 전략 통해
이번 희대의 가짜 명품 사건은 우리 사회 명품선호에 대한 허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번 사기사건에 연루된 피해자는 유명 연예인들을 비롯해 재벌2세와 정치인 아내 등이 두루 포함돼 있다. 청담동 일대 명품가를 중심으로 이 시계가 ‘행운의 시계’로 알려지면서 원가 8만원 짜리 중국산 시계가 580만원에, 다이아몬드를 박은 300만원짜리 시계가 9750만원에 팔렸다. 경찰에 따르면 30여명의 피해자가 32점의 시계를 구입했다. 하지만 어차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미지만 실추될 까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 것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100여명에 가까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 사기극에 적극 활용된 것은 주로 최정상급을 달리는 유명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피의자 이 모씨의 사기수법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명품 열풍’을 절묘하게 이용했다. 그는 중국산 시계를 ‘명품화’하기 위한 철저한 전략을 짰고, 이런 그의 사기수법은 거의 ‘신기’에 가까웠다.

미국 영주권자인 이 씨는 이미 6년 전부터 가짜 명품시계를 팔기 위한 본격적인 계획에 착수했다. 시계 생산으로 유명한 스위스와 우리나라에 2000년 ‘빈센트 앤 코(Vincent & Co)’라는 법인 및 상표 등록을 한 뒤 스위스에 본사가 있는 것처럼 현지 유령회사를 차렸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신사동에 각각 사무실과 40여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고 올 2월에는 스위스 본사 외에 홍콩 지사가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홍콩에도 유령회사를 세웠다.

그는 중국에서 들여온 값싼 부품을 이용해 경기도 시흥시의 시계 제조업체에서 원가 8만~20만원의 시계를 만든 뒤 이를 개당 580만~9750만원의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았다. 이렇게 해서 올린 수입은 시계를 직접 판매한 액수로만 4억4600만원. 여기에 유통비, 대리점 운영 희망자들로부터 받아낸 보증금 등까지 합치면 총 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과정에서 일부 고객이 ‘수입신고필증’을 요구하자 이씨는 스위스와 한국을 직접 오가며 수입신고필증을 받아내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는 이 가짜 시계를 ‘명품’으로 둔갑시키는 데 연예인들을 '홍보대사'로 내세우는데 주력했다. 연예인들의 호기심을 사기 위해 초특급 런칭쇼를 열고 참석 연예인들에게 시계를 선물했다. 그리고 강남의 고급 미용실 관계자들에게 홍보용 시계를 제공해 입소문이 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하는 등의 '미끼'를 던지기도 했다. 연예인들에게 제품을 직접 착용케 한 뒤 사진을 찍어 TV, 인터넷, 잡지 등에 홍보하는 수법도 썼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다이애나 비, 모나코 그레이스 켈리 왕비 등 100년 동안 유럽 왕가에만 한정판매된 제품’ 등의 문구로 허위 홍보도 서슴지 않았다. 사실 국내 유명 연예인들이 영화-드라마 출연이나 화보 촬영 때 명품 드레스나 액세서리를 협찬 또는 선물 받는 일은 흔한 일이다. 휴대폰 줄부터 수천만원대의 보석류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유명 스타들이 애용하는 '명품'은 강남 부유층의 지갑을 열게 하고, 소비심리를 부추긴다. '누가 모 드라마에서 입은 명품 재킷' 등으로 입소문나면 수백만원짜리 재킷도, 수억원대 승용차도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대중들의 '유명 인사와의 동일시' 심리는 명품의 런칭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이번 사건도 ‘뻔한’ 런칭 루트를 따른 셈이다.
그러나 이 씨의 행각은 지난달 중순께 연예계에 ‘시계 괴담’이 돌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그 전말이 세상에 드러났다 .

저급한’ 명품 열풍
최근 명품을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남들이 사지 않은 ‘명품 중의 명품’을 찾는 게 유행이다. 해외에서 막 알려진 제품이지만 국내에서 더 인기가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사건도 희소성있는 최고급 명품을 찾는 연예인들의 허영심이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명품 사건을 두고 "비싸고 희소가치가 있는 명품이라고 선전하면 그것을 사는 것이 마치 자신의 신분이 상승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허영심리를 잘 이용한 사례"라며 "특히 '유명 인사들이 애용한 것'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허접한 것도 금새 명품으로 둔갑하는 게 지금의 세태"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수입업자들이 경쟁적으로 명품을 들여오면서 브랜드 수가 수백개에 달한다. 명품업계 관계자들도 정확한 숫자를 모를 정도라고 한다. 국내 명품시장의 규모는 적게는 3조원에서 많게는 12조원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유통경로가 비밀에 부쳐지고 ‘짝퉁’까지 가세해 복잡한 구조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열풍이 불면서 이른바 '짝퉁'도 판을 치고 있다. 진품 같은 모조품들이 쏟아지면서 우리나라는 가짜명품 천국이란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을 정도다. 갈수록 수법도 다양하고 그 수도 크게 늘고 있다. 관세청은 올 상반기 적발된 가짜 명품은 시계, 가방, 의류를 중심으로 수입 4961억원, 수출은 2312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 32% 늘어난 수준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짝퉁을 만들거나 수입해 상표법을 위반한 사건은 지난해 1300여건이 적발됐다.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하고 유럽산 명품이라고 속이는 경우다.
심리학자 최창호 박사는 “상대가 갖고 있는 물건으로 몇초 만에 사람을 파악하려는 현대인들의 조급하고 비뚤어진 성격과, 명품으로 자신을 확대포장하려는 심리가 저급한 명품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명품 사기 사건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사기친 사람보다 사기당한 피해자가 더 욕을 먹는 희한한 사건”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동아제약, 지역주민 대상 ‘사랑나눔 바자회’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동아제약은 29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본사 야외주차장에서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들과 동대문구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사랑나눔 바자회’를 개최했다.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사랑나눔 바자회는 동아제약이 기부 문화 확산과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개최하는 자선 행사다. 동아제약은 바자회에서 자사 및 동아오츠카 제품 등을 지역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수익금은 동대문구사회복지협의회에 기부하고 동대문구사회복지협의회는 동대문구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 지원사업에 사용한다. 올해 사랑나눔 바자회는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 80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이 동아제약 건강기능식품(오메가3, 비타민, 유산균, 콜라겐), 구강청결용품(칫솔, 치약, 구강청결제), 펫영양제(벳플), 생활용품(생리대, 염색약, 마스크, 밴드), 더마화장품(파티온), 박카스(얼박, 박카스맛젤리), 동아오츠카 음료(포카리스웨트, 오로나민C)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판매했다. 이번 행사에도 많은 기업들이 참여했다. 올해는 성현인터내셔널(의류), 올포유(의류), 동문엔터프라이즈(식품), 플러스초이스(생활용품), 백조씽크(

정치

더보기
이재명 중도·보수 유권자 공략,,,“민주당 집권으로 코스피 5000 달성”
[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대학가인 서울 신촌에서 청년들과 함께 투표한 후 서울 남부를 돌며 거리 유세를 벌였다. 이 후보는 이날 송파구, 강동구, 강남구, 서초구, 관악구 등을 찾아 자신을 ‘실적으로 증명한 경제 대통령’ 이라며 ‘코스피 5000 달성’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서초구 고속터미널 유세에서 “요새 주식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민주당의 집권 사실 자체만으로 주식시장이 3,000포인트로 갈 것”이라며 “민주 정권이 집권했을 때 언제나 주가가 올랐고, 보수정권이 집권했을 때 주가는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가지수 5,000 얘기하니 사람들이 웃더라. 그런데 이제는 좀 체감이 되나”라면서 “예측 가능하고, 친시장적이고, 경제를 살리는 ‘진짜 경제정당’ 민주당의 집권만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후보는 “강남·서초에 사시는 분들은 민주당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설득이 부족하고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은 수요 과다로 집값이 오르면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을 늘려서 적정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한국필립모리스, 영남 산불 피해 복구에 2억여 원 성금 기부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필립모리스는 영남지역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2억여 원의 성금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본사에서 열린 전달식에서 한국필립모리스는 총 2억 169만 원의 성금을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사랑의 열매)에 기탁했다. 회사 측은 이번 기부가 산불 피해 지역의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복구 지원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기탁된 성금은 최근 심각한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경남, 울산 지역 이재민들을 위한 생계비 지원, 구호물품 제공, 임시 주거 환경 개선, 심리 상담 등 회복 지원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한국필립모리스의 생산공장이 피해 지역인 경상남도 양산에 위치해 있어, 이번 기부는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실천하는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이번 기부는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더욱 뜻깊다. 지난 한 달간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성금에 회사가 기부금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전달식에 참석한 김주한 한국필립모리스 대외정책부문 전무는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하루빨리 피해 복구가 이루어지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대선투표 안하고 여행가겠다”는 정치무관심 층. 그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요즘 TV뉴스는 아예 안 봅니다. 보면 신경질만 나고 스트레스받는데 그걸 왜 봅니까? 예능프로하고 스포츠 중계만 봅니다. 이번 대선투표요? 찍을 사람이 없어 투표 안 하고 아예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을 해 보았다. “아니, 그래도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대선후보 공약도 확인하고 TV토론도 보시고 관련뉴스도 챙겨보면서 누구를 찍을지를 선택하고 투표는 해야 하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투표를 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국민의힘 후보자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상황, 마치 대통령이 된 듯한 야당 후보를 보면 어차피 결론이 난 게임 같아서 투표할 마음이 싹 없어지더라구요.” 청년층들에게도 “이번 대선 투표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대선 투표를 언제 하는데요?” “나라만 잘 살게 해준다면 누가 대통령 되어도 상관없는데 그런 대통령 후보가 없는 것 같아서요.” 6월3일 치러지는 21대 대선 유권자 중 50대(지난해 말 기준 870만6,37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0대(781만8,783명) 노년층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원래 정치에 무관심한 편인 20대 청년층에서조차 이러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듣다 보니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