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10 (수)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커버스토리

죽음의 룰, 다단계

  • 등록 2006.08.31 11:08:08
URL복사

30만 명이라는 엄청난 피해자를 만들고 거품처럼 사라진 JU그룹은 다단계 회사의 종말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JU그룹은 사실상 문을 닫았지만 제 2의 JU그룹은 아직도 무수하게 많다. 현재 한국에는 약 150여개의 다단계 업체가 있다.
업체수가 줄었다고 해서 그 피해가 줄어든 것은 아니며, 폐업을 위장하고 회사 이름을 바꾸는 수법으로 끊임없이 우리 사회에 기생하고 있다. 다단계 기업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혁명적 마케팅'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속은 텅 비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에서 독버섯처럼 자리 잡은 다단계에 대해 알아보자.

다단계는 말 그대로 여러 단계를 거쳐 직, 간접적인 수익을 올리는 시스템을 말한다. 법적으로는 가입한 단계가 3단계 이상일 때 이를 다단계회사로 정의하고 있으며, 다단계 직원의 방문 판매업은 금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신의 하위자가 올린 판매수익에 대한 일정지분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다단계에서는 자신의 하위라인에 많은 사람이 들어올 수 록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다단계는 ‘헬프’로 시작된다. ‘헬프’는 다단계를 권유하는 것을 지칭하는 영업 용어. 다단계를 그만둘 것을 권유한다면 ‘역헬프’라고 한다. 이 ‘헬프’는 속아서 가는 것이 보통이다. 영화를 보자고 했다가 다단계로, “술 한잔 어때?”가 “다단계 어때?”로 변한다. 기자도 3년 만에 연락이 된 군대 동기와 기꺼운 마음에 술 한잔 하러 나간 자리에서 헬프를 당한 경험이 있다. 이렇게 다단계로 유인하는 친구들은 “이야기만 들어보고 싫으면 나오면 된다”고 유혹한다.

팔리지 않는 물건을 파는 회사
이렇게 들어간 다단계 회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헬프, 헬프, 헬프다. 말쑥한 차림의 직원이 여러 가지 경제용어를 사용하며 마케팅이 무엇이고, 유통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에 대해 설명을 할 것이다. 이야기의 골자는 이렇다.
“생산자에서 소매에 이르는 여러 유통 구조를 소멸하고 구전광고로 좋은 물건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시스템, 유통의 여러 단계를 없애는데서 나오는 수익을 직원에게 돌려주는 것이 바로 다단계며, 내가 A에게 전하고 A가 B, C에게 전하면서 창출되는 이익의 일정부분을 수당으로 지급 받는다.”
이 이야기는 몇 가지 헛점이 있다. 일단 생산자-도매-도매-소매-소매-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구조는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생산자-(도매)-(소매)-다단계판매원A-다단계판매원B-다단계판매원C-소비자(다단계판매원C)로 바뀔 뿐이다.
또, 한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네 명이 되고, 네 명이 다시 여덟 명이 된다는 말은 어마어마한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매력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이것도 간단한 2진법을 사용하면 얼마나 엄청~난 이야기인지 잘 알 수 있다. 두 명씩만 권유를 해서 다단계로 끌어들였을 때 10단계만 내려가면 내 밑의 하위자는 4,000여명이 모인다. 이렇게 32단계만 내려가면 우리나라 국민은 모두 다단계를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엄청~나게 허황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다단계 판매원들은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냐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JU그룹도 수십 만 명을 끌어 모았으니까. 그렇다. 안될 것은 없다. 문제는 수요다. 다단계 상품의 수요가 무한하냐는 이야기다. 사실 ‘꿈의 2진법’이 현실이 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수요와 맞닿아 있다.
다단계 판매원들은 ‘좋은 제품’이라고 주장하지만 다단계 회사의 상품은 일반 제품보다 훨씬 비싸다. 시계가 100만원, 건강목걸이 30만원, 화장품도 100만원을 부른다. 일반 수요자가 만들어질 리가 없다. 때문에 다단계 판매의 대부분은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단계 판매원이 회사물건을 구입하는 형태다. 이에 대해 5개월 동안 다단계 판매원이었던 L씨는 “마트만 가도 싸게 살 수 있는 제품을 성분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엄청나게 비싸게 팔고 있다”면서 “다단계가 아니라면 누가 그런 물건을 사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다단계 회사에서 판매되는 물건은 필수품이 아닌 고가품이 많았다. 다단계 회사 J사의 상위 5개 매출액 제품은 실크폼클린즈, 사비오팩, 사비오폼, 크린싱 워터, 홍삼절편이었다. 또, B사는 웰빙복분자, 훼이셜마스크팩을 가장 많이 팔았다. 다단계에서 광고하는 것처럼 늘 소비하기 때문에 항상 수요가 있는 제품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 미용품, 건강식품이 주상품인 것이다.
이 같은 제품이 많이 팔리는 이유는 바로 승급 때문이다. 위 상품들은 승급점수가 많이 쌓이는 순서와 같다. 한마디로 소비하기 위해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승급을 위해 물건을 사고 있다. 다단계 판매원들이 스스로 물건을 구입하고 소비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결국 다단계회사의 소비자는 판매원 자신이 된다.

빚더미의 시작 ‘판권치기’ 돈 놓고 돈 먹기 ‘사재기’
다단계판매원의 상품의 구입은 보통 두 가지 성격을 가진다. 바로 ‘판권치기’와 ‘사재기’다. 다단계 판매원들이 빚더미에 앉는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우선, ‘판권치기’는 일정 매출을 올리고 후원수당을 받을 수 있는 직급으로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A-B-C-D 라는 계급이 있다면, 보통 판권을 가질 수 있는 계급은 C부터다. “D부터 시작해서 돈을 못 벌래? 한번에 C로 가서 왕창 돈 벌래?” 이 말을 들은 당신은 몇 달 후(혹은 몇 년 후) 통장으로 입금될(지도 모르는) 수백, 수천만원을 생각하며 제 2 금융권 대출서류를 받아들게 된다. 판권은 다단계회사마다 약간 차이가 나지만 250~500만원이며 다단계 판매원들이 회사에 발을 들여놓고 처음 지는 빚이다.
다음은 ‘사재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수요가 없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것이 다단계다. 그런데 만약 다단계 판매원 갑이 이번 달에 800점의 승급점수를 쌓았다고 가정해보자.
200점의 매출을 더 올리면 그는 승급이 가능하며 두 세배 많은 후원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럴 경우 갑은 200점에 해당하는 물건을 ‘사재기’함으로서 승급을 시도한다. 만약 하위자가 자신과 같은 계급으로의 승급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 ‘사재기’는 더욱 망설일 것이 없게 된다. 몇 달 후(혹은 몇 년 후) 통장으로 입금될(지도 모르는) 수백, 수천만원을 생각하는 갑은 쓸 데 없는 물건을 다시 구입하고야 마는 것이다. 어리석어 보이는가? 다단계의 구조 안에서 이 같은 선택은 합리적인 전략적 선택이다.

7,000명 중 3,000명은 꽝
그렇다면 다단계에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도대체 무엇일까? 다단계에서 돈을 벌수 있는 것일까? 아직 다단계에 손발을 넣은 후 절반까지 집을 말아먹은 예는 많았지만 돈을 벌었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흔치 않다.
국내 대학생다단계 업체 1위로 알려진 ‘웰빙테크’의 예를 들어보자. 작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된 ‘웰빙테크’의 판매원은 모두 7,564명이다. 이중 일 년 동안 돈을 한 푼이라도 받아간 사람은 4,600명이었다. 2,964명이 일 년 동안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2,964명이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 매출을 일으키지 못한 ‘유령직원’일 가능성도 있다. 다단계 업체로서는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문제 아니냐”는 항변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4600명은 얼마만큼의 돈을 벌었을까? 웰빙테크의 작년 후원수당은 62억 7백 53만 8천원이었다. 간단한 수학, 아니 산수를 해보자. 62억 7백 53만 8천원을 4,600명이 나눠가졌다면 이들은 한 달에 약 11만원을 벌었다는 놀라운 계산이 나온다.
아직 놀랄 것은 더 있다. 바로 후원수당 지급 분포이다. 누가 얼만 큼의 수당을 가져갔냐는 것인데, 4,600명중 ‘웰빙테크’의 최상위 1%의 다단계 판매원 1인당 평균 수당은 5천 5백 12만 5천원이었다. 연봉 5천만원! 4,600명의 1%인 46명이 그렇게 돈을 벌었다. 다음으로 1%에서 6%에 분포된 다단계 판매원 230명의 평균 수당은 1천 1만 4천원, 월 평균 83만 3천원을 가져갔다.
그렇다면 최상위 6% 이내의 다단계 판매원을 제외한 94%의 다단계 판매원 4천 300여명은 얼마를 벌었는가? 이들은 수당 153만 5천원을 벌어서, 월 평균 12만 7천원 벌었다. 7,000명 중 3,000명은 한 푼도 돈을 벌지 못하며, 4천 300명은 월 12만원을 벌고, 200여명은 월 80만원을, 그리고 46명은 458만원을 버는 회사. 이것이 다단계의 실체다. 어느 다단계나 수입구조는 이 같은 역피라미드를 그리고 있다. 다단계 업체 1위인 암웨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표2참조)
이에 대해 다단계피해감시센타 오상록 간사는 “다단계가 절대 돈을 벌수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상위 1%안에 들어야한다”고 말한다. 오 간사는 “보통 12단계에서 15단계까지 하위라인이 형성됐다면 성공”이라면서 “운이 대단히 좋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죽음의 룰, 헬프하면 넌 죽지않아.
다단계 판매원은 ‘판권치기’와 ‘사재기’ 그리고 생활비로 빚을 지고 일하고 있다. 문제는 투자한 자신의 원금과 그 이상의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누군가가 다단계 판매원이 되어 투자행위를 지속시켜야만 한다는 다단계 판매시장의 게임의 룰. 이 냉혹한 룰은 다단계 판매원들을 철저하게 단절의 벼랑으로 내 몬다.
이 룰에 의해 다단계 판매원은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약속을 잡고, 그 과정에서 거짓말이 필요하다면 서슴치 않는 방법으로 주위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물론 그 대상은 가족과 친구들이다. 결국 이 ‘죽음의 룰’은 다단계 판매원들의 인생까지 망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단계 판매원을 경험한 한 네티즌은 “내가 다단계로 끌어들인 사람이 모두 30여명”이라면서 그들이 대출받은 금액만 모두 1억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 네티즌은 “그들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지어 참회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네티즌은 글에서 “면목이 없어 그들을 다시 찾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다른 네티즌 ‘예측불허’는 “제 친구녀석은 400만원, 그 녀석의 숙모는 1,300만원이라는 거금이 들어 왔다”고 말한 뒤 “모두가 엄청 기뻐했지만 이 돈이 결국 누구 돈인가? 아는 사람, 친구, 형제, 친척, 선후배의 현금으로 거의 5,000만원은 될 듯한 돈을 단지 한사람에게 밀어주어 1,200만원이라는 돈을 만들어 줬을 뿐”이라고 말한다.
결국 예측불허는 “내 하부라인들을 술집에 모아놓고 무릎 꿇고 미안하다고 죄를 지었다고 사죄하고 다단계를 빠져나왔다”고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다단계 언어의 메뉴얼

1. 부화뇌동 “다른 사람이 다 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식의 심리적 압박이 주효하다. 다단계하는 사람치고 왕년에 번듯한 직업이 없던 사람이 없다. 대부분 대기업 간부였으며, 변호사였고, 언론인이었다.
2. 이분법 논리
“다단계해서 성공할래? 그냥 실패한 인생 살래?”

안정이냐, 혼란이냐 성공이냐, 실패냐는 식의 이분법적 논리가 지배한다. 중도적 평가를 배제하고 극단적 평가를 사용하며, 이는 동요하는 마음을 묶어내는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회에서의 다른 직업도 만족과 수입이 있지만.”이라는 표현을 그들은 극히 자제한다.
3. 반복학습
다단계 회사에 들어가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YES” 할 때까지 듣는다. 상대가 식상해 있고 지쳐 있어도 반복적 공세를 통해 결국에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강요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의 동조의식을 이끌기 위해서는 보다 단순하게 이야기 하고 또 반복해야 가능하다. “함께하자!”, “함께하자!”, “함께 성공하자!”고 반복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당신은 단순히 반복의 횟수에 의해서 그것을 사실처럼 믿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다단계 피해자의 글을 토대로 작성)


피해사례 1 환불받지 못해 전전긍긍

대부분의 피해자가 그렇듯 자주 연락하지도 않던 친구의 갑작스런 소개로 다단계 업체를 찾은 김인성(가명)씨. 다단계에 대한 안좋은 소문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취직문제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 싫었던 김씨는 당장 일할 곳이 필요했다.
또, 찾아간 업체에서의 반복적인 헬프(교육과정)를 듣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아보였던 것이다. 그렇게 빠르게 적응해가던 김씨는 친구의 권유와 빠른 진급이라는 꼬임에 넘어가 상품을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김씨는 필요한 상품만을 구매하겠다던 첫 마음가짐 보다는 빠른 진급에 필수인 포인트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구매했다.
결국 김씨는 440,000원 가량의 목걸이, 330,000원 가량의 팔찌, 화장품, 마사지쿠폰 등 도합 1,100,000원 어치 물건을 구입한 것이다. 김씨를 데려갔던 친구는 제품에 대해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고가에 상품이고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며 어차피 가방에 상품을 넣을 테니 박스를 빼고 물건만 준다며 처음부터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물건을 받았다. 일단 사기는 했지만 처음 들어본 메이커의 물품들을 이런 큰돈을 주고, 그것도 카드로 결제한 만큼 마음이 무거웠던 김씨. 그는 인근 금은방을 찾았고, 황당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이 제품은 14k 도금보다도 못하다며 값어치도 없는 상품이고 그냥 액세사리에 불가하다”고 말하며 “사기당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어이가 없어 환불을 요구했지만 친구는 박스가 없는 상태고 목걸이는 새것과 비교하면서 색상이 변했다는 이유로 반품을 거절했고 결국 화장품과 마사지쿠폰만 환불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억울했던 김씨는 계속해서 따져봤지만 “왜 샀냐. 한 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물건을 보고 사야지”라는 등 오히려 더 화를 내는 것이었다. 적반하장인 친구의 태도에 화가 난 김씨는 소비자보호원 등에 신고를 한 상태이지만 이미 포장이 뜯겨진 상태고, 구입한 지 한 달이 넘었기 때문에 환불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피해사례 2 무리한 대출로 집까지 압류…

평소 상류층에 속해 있던 지선희(가명)씨는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 평소 사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좀처럼 기회가 없었던 지씨는 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다단계 업체에 쉽게 빠져들게 되었다.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지씨는 스폰서들의 사탕발림에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 대까지 물품을 구매했고, 등급이 올라가면서 더욱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 달이 지나는 동안 이미 수억원을 투자한 지씨. 하지만 수당은 투자비용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때 마침 스폰서들은 “더 큰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재투자를 해야 한다. 어차피 그 돈이야 나중에 찾으면 되지 않느냐”는 사탕발림으로 지씨의 재투자를 권유했다. 이미 많은 돈을 투자한 지씨는 재투자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처럼 다단계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재투자 개념을 인지시켜 판매원의 욕심을 자꾸 키우는 것도 일종의 중요한 임무라고 한다. 그렇게 지씨는 한 달에 몇 억원의 물건을 사는 것 뿐 아니라 주변에 사람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돈을 쏟아 부은 만큼의 성과급은 많지 않은데다 남편의 사업 실패까지 겹치자 점점 조급해져 가는 지씨. 결국 사채까지 끌어들이기까지 했는데, 사채의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지 못해 결국, 집이 압류되었고, 남편은 이런 아내를 참지 못하고 결국 이혼을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급격하게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지씨. 결국 지씨는 다단계를 그만두고 투자금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업체를 찾았지만 업체 측은 “수당도 챙겨 갔고, 물건도 가져갔으니 우리가 줘야 할 돈은 없다”고 했다. 여러 곳을 통해 알아봤지만 지씨의 돈은 투자의 개념이고 수당도 받았기 때문에 돌려받을 길이 없다는 같은 답변만 듣고, 결국 지씨는 다른 다단계 업체를 전전하다 현재는 노점상에서 수공예품을 팔고 있다.


피해사례 3 다단계로 잃은 우정

대학을 다니던 김진수(가명)씨. 고등학교 동창이 서울에 올라와 같이 일하자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졸업을 앞둔 만큼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김씨는 망설임 없이 그러자고 했고, 그렇게 서울로 올라가 만난 친구는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다. 술자리에서 친구는 업체에 대한 설명을 했고, 다단계라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일주일동안의 교육과 친구의 언변술에 넘어간 김씨는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 된 사업은 생각보다 쉽게 이뤄졌다. 10일 만에 대학교 친구가 올라온 것이다. 친구 역시 마음이 약해서인지 하겠다고 해서 마감을 쉽게 하고, 이후로는 닥치는 대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속았던 방법과 마찬가지로 가구공장에서 일하자며… 그러던 중 같은 고향에 사는 절친한 친구에게도 올라오라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자리에 팀장과 함께 갔는데 술집에서 친구는 사업 설명을 듣더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냐. 이거 다단계 아니냐. 요즘 다단계 하고 다닌다고 소문 다 났다”며 친구는 화를 내며 다그쳤고, 김씨는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친구는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팀장이 내려와 얘기를 하려했지만 친구는 짐을 들고 간다고 했고, 팀장이 안 된다고 하자 경찰서에 신고를 하기까지 했다. 결국 김씨와 팀장 친구 이렇게 세 명은 파출소를 가게 됐고 친구는 울면서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김씨는 투자한 돈 생각에 친구의 손을 뿌리쳤다. 결국 친구는 뒤도 안 돌아보고 경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고, 그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당시 김씨는 성공해서 그 친구한테 다시 보여주자 결심했고, 그 뒤에 만나 화를 풀어줘도 늦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23살의 김씨가 생각한 것만큼 만만치가 않았다. 이미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질 대로 퍼진 김씨의 전화를 받는 친구도 없을뿐더러 받는다 해도 끊으려고만 해 더 이상의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빚만 안고 고향으로 돌아온 김씨. 부모님의 질타 뿐 아니라 절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의 외면은 김씨에게 우울증 증세와 극심한 스트레스는 정신적 장애를 불러왔다. “만약 네가 이 일을 계속하면 우정, 부모님, 신뢰, 돈 이렇게 네 가지를 잃게 될 것”이라며 진심으로 충고하던 친구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면 현재 김씨의 인생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다단계의 심리, 그들은 왜 빠져나오지 못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돈을 버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아예 돈을 버는 사람이 전무하다면 다단계를 누가 하겠는가? 단 1% 지만 분명히 다단계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점은 다단계 판매원들이 여전히 다단계를 끊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문제는 돈을 벌수 있는 확률이 극히 낮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슬슬 빚더미에 올라앉을 무렵에도 다단계를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첫째는 본전심리다. 이미 다단계판매원 갑은 판권치기로 수 백 만원을 대출받았으며 몇 개월이 흘렀다면 사재기로 또 대출을 받았다. 당장 그만두자니 구입한 물건 반품도 어려운 상황. 이제 그의 선택은 “못 먹어도 GO!” 일종의 도박과 같지만 멈출 수가 없다. 쳐박은 돈이 얼마인데! 다음달, 다음 달이면 대박이 터질 것만 같다.
둘째는 인지부조화이론. 행동과 인지간에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긴장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심리적 상태를 인지 부조화라고 한다. 다시 다단계 판매원 갑 이야기를 해보자. 그는 주위에서 ‘역헬프’를 많이 받고 있다. 이럴 때 그는 지인들의 충고를 듣고 다단계를 정리할 것인가 고민을 하게 된다. 다단계라는 자신의 선택에 부정적인 정보를 접한 그는 행동과 인지간의 부조화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갈림길에서 자신의 선택을 더욱 보강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인지 부조화를 줄이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인간의 본능이다. 이미 선택을 마친 그는 되도록 긍정적인 정보에만 마음이 끌리며,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셋째는 다단계 특유의 믿음사업. 그들은 술 약속을 잡은 뒤 다단계로 발길을 돌리면서 “날 못 믿냐”고 이야기한다. 다단계에 들어선 후에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믿음’이다. “내가 너에게 추천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왜냐면 내가 네게 권하니까”라는 식의 억지지만 친구를 박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단계를 시작하고, 그만 둘 것을 고민하면 다시 체계적인 ‘관리’가 들어오는 것이 당연. 이때도 ‘믿음’은 다단계 판매원들의 주효한 무기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美 ICE 구금된 한국인들, 10일 오전 석방·오후 전세기 출발할 듯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미국 이민당국의 대규모 단속으로 구금돼 있는 한국인들이 10일(현지시간) 오후 현지에서 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 구금된 한국인들은 현지시간으로 10일 오후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전세기로 오를 예정이다. 이륙시간은 현지시간 오후 2시반 전후가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시각으로는 11일 오후 전세기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금 시설에서 공항까지는 약 428㎞로, 차로 약 4시간 30분을 이동해야 한다. 구금된 한국인들의 귀국을 위한 대한항공 전세기는 한국시간으로 10일 출국한다. 정부 신속대응팀 소속 조기중 주미대사관 총영사는 9일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방문한 뒤 취재진에 "행정적, 기술적인 사안들을 계속 미국 협조를 받아 준비 중에 있다"며 "우리 국민들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귀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인들이 현지에서 사법처리되지 않는 조건 하에 석방 직후 자진출국하는 형식의 세부 협의를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앞서 ICE는 지난 4일 조지아주 엘러벨 현대차-LG에너지


사회

더보기
서울시교육청 성진학교 후속 조치 하루도 늦추지 말아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장은 10일 서울 성동구에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인 성진학교가 설립될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는 활발하게 의정활동을 하고 있으나, 정작 서울시교육청은 적극적인 후속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장은 “지체 장애 학생을 둔 학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이 하루속히 이뤄지고 성동구 주민들이 바라는 지역사회 연계시설이 조속히 건립되기 위해서는 학교 신설 설계비가 조속히 예산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서울시교육청은 26년도 예산에 설계비를 계상하겠다는 안일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 의장은 “약 11억 원으로 예상되는 성진학교 설계비는 내년도 사업으로 미룰 이유가 없다”며 “교육청은 오는 11월 제출이 예정된 25년도 서울시교육비특별회계 2차 추경안에 성진학교 설계 관련 예산안을 포함시켜 의회에 제출해 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9일 성진학교 신설을 위해 관련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가결했다. 서울시의회는 12일 본회의에서 이 계획안을 최종 처리할 예정이다. 서울시의회는 성동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장애학생 보호자들의 염원과 지역주민들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옛 성수공고 부

문화

더보기
이앤아이앙상블, 콘서트 ‘보이지 않는 것 - 내 안의 소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이앤아이앙상블이 오는 9월 27일(토) 오후 7시 30분 문아트그라운드 실버스크린홀에서 세 번째 정기콘서트 ‘보이지 않는 것 - 내 안의 소리’를 개최한다. 이앤아이앙상블은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공연에서 500석 규모 객석을 전석 매진시키면서 주목받았으며, 올해는 한정된 50석 규모의 공간에서 더욱 밀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소리’를 주제로 음악, 마임, 영상이 결합된 다층적 무대 형식으로 진행된다. 관객은 연주자들의 호흡과 움직임, 무언의 퍼포먼스, 대형 스크린의 영상미를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공연의 완성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이앤아이앙상블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에 자신들이 직접 작곡한 음악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자작곡은 매 공연마다 높은 호응을 얻으며 ‘이앤아이앙상블만의 색깔’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창작 작업을 통해 모던 팝 클래식이라는 독창적 장르를 개척하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아우르는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이앤아이앙상블 바이올린 박진희, 기타 김도윤, 첼로 김혜영, 건반 이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생성형 AI 활용…결국 사용자의 활용 능력과 방법에 달려 있다
지난 2022년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오픈AI에서 개발한 챗GPT를 비롯해 구글의 Gemini(제미나이), 중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딥시크, 한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뤼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계 미국기업이 개발한 젠스파크 등 생성형 AI 활용시대가 열리면서 연령층에 상관없이 생성형 AI 활용 열기가 뜨겁다.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려야 할 수 있는 글쓰기, 자료정리, 자료검색, 보고서, 제안서 작성 등이 내용에 따라 10초~1시간이면 뚝딱이니 한번 사용해 본 사람들은 완전 AI 마니아가 되어 모든 것을 AI로 해결하려 한다, 이미 65세를 넘어 70세를 바라보는 필자는 아직도 대학에서 3학점 학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개강 첫날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글쓰기 과제물을 10회 정도 제출해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활용해도 좋으나 그대로 퍼오는 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주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그대로 퍼오는지 여부를 체크 할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큰소리가 아니라 지난 학기에도 실제 그렇게 점검하고 체크해서 활용 정도에 따라 차등 평가를 실시했다. 이렇게 차등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필자가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