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환수논쟁이 나라를 가르고 있다. 찬성과 반대를 넘나드는 혹독한 줄다리기. 자주국방을 내세운 참여정부에 반기를 든 사람들은 서울 시청앞 광장에 모여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작통권 환수의 골자는 자주국방이다. 한국전 발발 후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에게 넘긴 작통권을 되찾아 온다는 건 곧 잃어버린 ‘한국의 주권’을 다시 얻게 됨을 뜻한다. 오랜기간 국민의 여망이 담긴 작통권 단독행사. 하지만 ‘때와 돈’을 직시하는 사람들의 작통권 환수 ‘안티’는 꽤나 구체적이다. ‘자주’뒤에 숨은 미국의 작통권 이양의도를 보자는 그들은 지금….
자주국방 ‘계산서’를 직시한다면…
작통권 환수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크게 한미동맹 약화를 우려하는 안보불안론과 환수시기상조론, 또 노무현 대통령의 주권(자주)장사론과 함께 엄청난 세수부담을 동반한 국익론에 맞춰진다. 특히 작통권 단독행사를 위해 당장 2011년까지 150조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2020년에는 총 621조원이 예상되는 자주국방건설비 투입규모는 실제로 작통권 반대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에게 충분한 증거자료로 제시되고 있다.
정부의 ‘국방개혁 2020’에 소요되는 국방비 621조는 앞으로 약 15년동안 국민 1인당 1250만원, 4인 가족 즉 1가구당 5천만원을 넘나드는 어마어마한 비용이다. 당장 오는 2011년에 만료되는 중기국방계획예산 151조를 채우려 해도 내년부터 국방비 예산을 매년 9.9%씩 늘려야 한다. 여기에 미군감축과 철수가 이어질 경우 부담해야 할 부담은 또 별개의 문제다. 가뜩이나 경기침체 속 국가부채만 쌓여가는 상태에서 결국 세수로 메꿀 수 밖에 없는 작통권 단독행사는 선진국 진입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작통권 환수 반대 목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현직 교수와 학자 등 지식인 700여명이 참여한 ‘선진화국민회의’가 지난 5일 “지금은 전시 작통권을 단독행사할 시점이 아니다”며 작통권 환수 절대반대 입장을 밝힌데 이어 국민행동본부가 8일 서울 시청앞에서 개최한 집회에서는 급기야 한미연합군해체가 ‘대국민 사기’이자 ‘대역죄’라는데 까지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 4년간 국가채무가 연말기준 130조원에서 280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전제한뒤 “한미연합군을 해체한 이후 한국군의 전력을 보강하려면 수백조가 들어도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작통권으로 군사장비 장사?‘자주’뒤에 숨은 미국의 작통권 이양의도를 직시하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또다른 의문은 미국이 신군사전략에 따라 지상군 위주에서 해군과 공군 위주로 전환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작통권 한국이양에 따른 엄청난 양의 군사장비를 한국에 판매하려 한다는데 초점을 맞춘다.
한국이 독자적 전쟁수행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미국으로부터 약 260억 달러에 이르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감시정찰정보(ISR), 지휘통제통신(C4I), 정밀타격(PGM) 등의 구입이 불가피 하고 결국 이같은 미국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추진되는 작통권 환수에 노무현 대통령의 ‘자주’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월중순 도널즈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보낸 공문에 따르면 작통권 이양시기를 오는 2009년으로 하고 현재 40% 미만인 우리측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률을 2007년부터 미국과 50대50으로 하자는 제안이 담겨있어 작통권 이양 뒤에 숨겨진 미국의 속내가 ‘비용=돈’에 맞춰져 있음을 실감케 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이와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작통권 환수에 국가 자존심을 걸지 말라’는 논평을 통해 “럼즈펠드의 이번 입장 표명은 노무현 정부가 목표 연도로 밝힌 2012년보다 3년 빠른 것이다. 양국의 입장차가 큰 만큼 다음 달부터 본격화될 작통권 환수 및 방위비 분담 협상이 진통을 겪을 것은 명약관화한 일”임을 분명히 직시했다.
이 논평은 특히 “이제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2012년이라는 기존 방침을 관철시키거나 미국을 설득해 정보 전력 지원, 무기 조기 구매 등의 보완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전제한뒤 “어느 방안을 선택하든지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전시 작통권은 주권국가의 꽃이라며 작통권 환수가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인 양 행동해 왔지만 미국의 태도는 우리보다 한 수 위였다”고 질타했다.
작통권 환수는 한미관계 진화?
하지만 작통권 환수는 보수단체의 지적처럼 한미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진화되는 과정이라는 주장역시 한축을 차지한다. 특히 최근 작통권 환수 문제는 냉전수구세력에 의해 왜곡되고 반정부투쟁의 소재로 변질된 대표적 경우라는 것.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한미연합사의 해체는 3성 장군급이 참여하는 MCC(한미군사협조본부)로 대체됨으로써 전쟁억제와 대비태세 유지에 필요한 주요 기능을 대부분 수행하게 된다”며 “작통권 환수로 한미 공동방위 체제는 한국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형태로 설계될 것이고 한미관계는 지금 악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윷판의 ‘도 아니면 모’로 치부되기엔 너무나 막대한 세월을 치유받고 또 유지비용을 감당해야 할 대한민국 최대 과제로 떠오른 ‘작통권 환수- 손익계산서’.
“오히려 미군이 서두르고 있는 미군재배치 계획의 일환”이라는 이 뜨거운 감자는 과연 주권회복의 상징적 과제로 남을 것인가, 혹은 “지금이라도 조기환수를 유보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해 방위비 분담을 줄이는 것만이 작금의 헝클어진 우리의 정치, 경제 및 안보 상황을 바로 잡는 길”이라는 또다른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것인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