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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간 평화사업이 ‘반쪽자리’로 전락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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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야 어찌됐든,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을 지속하기로 했고, 관련 기업들은 정부의 약속을 믿기로 했다. 정부가 벌인 일이라 사업을 계속하겠다고는 했으나, 이 사업에 시종 태클을 걸어오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개성공단은 북한사회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심는 전진기지로 만들어 남북 간 평화 도모를 취지로 출발했다.
야심차게 벌여놨지만 개성공단 사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다. 미국의 압박은 거세지고 이런 와중에 ‘각종 부실과 사업성 없음’이 속속 드러나 ‘반쪽자리’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북한 근로자 임금이 샌다
정부가 대북 제재 수위를 높여감에 따라 새로운 대북사업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재 운영되는 사업도 대부분 현상유지 차원에서 관리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이미 두 차례 연기된 본단지 분양은 기약이 없는 상황.
미국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북한 정권의 돈줄로 의심하며 제재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한반도 전문가 래리 닉시 연구원은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할 것을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 하듯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월급 57.5달러 가운데 30달러가 북한 노동당에 유입되고 실제월급은 10달러에 불과하다”며 개성공단 사업 전면 재검토에 한 표를 던졌다.
하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투자금이 핵개발 자금으로 유용됐다는 비판이 “터무니없다”고 반색한다. 개성공단 기업협의회에 따르면 북측에 인건비로 지급한 규모는 작년과 올해 총 650만 달러로 추산된다. 3억 달러 이상 소용되는 핵개발 자금에 사용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인건비 규모가 작긴 해도 북한 당국의 자금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해명할 근거가 없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으로 북측에 제공되는 임금과 투자비, 관광대가로 보내는 돈의 용처에 대한 모니터링이 사실상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입주 기업체들이 북한 근로자를 채용하는 구조는 북한 당국을 거치게 돼 있다. 채용인원을 입주기업이 알선업체에 요청하면 인원당 17%의 수수료를 받고 지원해 준다.
개성공단 기업협의회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의 임금 지급 방식은 입주기업이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달러로 전달해주면 임금의 15%에 달하는 7.5달러 정도를 사회시책비(근로자의 주택. 의료. 산재 비용)로 내고 나머지는 배급표나 북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 돈이 북한 근로자에게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 파악하긴 사실상 어렵다. 기업협의회 이임동 부장은 “개별 근로자에게 임금을 나눠주는 것은 북한 총국의 관할 사항이기 때문에 사실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는 없다”면서 “임금의 투명성을 위해 ‘임금 직불제’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사업의 ‘암운’
하지만 북측은 구매나 환전 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거부해 왔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이 근로자 임금을 챙긴 뒤 근로자들에게 북한 돈으로 5,000천원 정도만 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달러 정도). 금강산 관광대금 모니터링은 더욱 어렵다. 금강산 관광대가로 초기에 지급한 5,456억원은 물론 매달 북한에 보내는 입신료도 용처를 아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개성공단 사업의 지속성을 정부가 천명하고 나섰지만, 사업 자체에 대한 ‘암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요는 통일부가 사업성도 없는 개성공단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개발 사업을 참여하고 있는 토지공사는 개성공단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만 것으로 드러났다. 개성공단 사업이 주변의 노동인력 부족과 전력, 용수, 교통난으로 인해 사업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개성공단사업이 3단계로 추진되기 위해선 북한 노동력이 최소 50만명이 필요한데 개성시 인근 인구를 다 합쳐도 38만명에 불과하다는 점과 용수부족으로 인한 임진강댐 건설과 전력공급 부족 해소에 필요한 발전소 건설 추진 등을 따지면 사업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사업이 지속될 경우 막대한 피해를 보게 돼 있다며 “사업의 전면 재검토” 주장도 나온다. 내년부턴 특히 무상지원의 비중이 높아 ‘대북사업 퍼주기’ 논란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정부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개성공단사업에 투자하는 재원은 총 1조381억원. 이 중 60%에 달하는 6,099억원은 무상지원방식이다. 북핵 사태가 장기화되면 현지 기업들의 경영이 어려워져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지원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면서 입을 손실규모가 총 사업기간 50년을 감안하면 9,6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손실분이 국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의 재검토를 주장했다. 지난 7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실시한 조사에서 현재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13개 기업 중 11개는 적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억측”이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정부 믿지만, 사업 무산되면 정부가 책임져야’
사업을 시작한지 2년도 안됐고 이제부터가 이익이 날 시점인데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이임동 부장은 “인건비 등이 싸기 때문에 일단 가격 경쟁력이 있고 이제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어 이익을 볼 때인데 시장을 너무 모르는 소리”라고 꼬집는다. 개성공단 기업협의회 측은 올해 말까지 30개 기업이 가동돼 연간 생산액 8,000만 달러, 수출 1,5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성공단 사업이 중단될 경우 그 경제적 피해는 막대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특별한 대책도 없다. 투자금에 대한 손실보조 외에 생산중단 등으로 야기될 수 있는 보상대책이 전무하다.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39개)은 각 사별 최소 26억~16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손실보조제도(사고가 생길 경우 투자금액을 보호받을 수 있는 일종의 보험 장치)도 보험료가 비싸 신원과 태창, 로만손 등 3개 기업만 가입돼 있다. 핵실험 발표 이후 14개 업체들이 가입 신청에 합류했다. 손실보조제도의 손해보상금액이 ‘총 투자금의 90%, 혹은 최대 50억원’으로 터무니없이 적어 완전한 안전장치는 되지 못한다.
입주 기업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관련 업체들이 불안감을 토로할 때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개성공단은 안전하니 정부를 믿고 투자하라’며 개성공단 투자를 독려해왔다”면서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조업중단으로 발생하는 무형의 손실까지 모든 손실을 보상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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