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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운전자를 위협하는 긴급차, 절반 이상 빈차(?)

  • 등록 2006.12.01 1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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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양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초보운전자 김남진(29세)씨는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퇴근시간 정체로 인해 저속으로 운행하던 김씨. 하지만 뒤에서 싸이렌을 큰 소리로 울리며 견인차가 다가오자 김씨는 당황했고, 길을 내주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했다가 마주오던 차와 부딪치는 사고를 겪게 됐다. 하지만 보험회사 측은 운전자 과실로 처리해 자신의 차에 대한 수리비는커녕 상대방 차의 수리비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은 운전이 서툰 초보운전자가 아니더라도 사이렌 소리와 경적소리는 운전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운전경력이 10년이 넘는다는 김수겸(35세)씨도 “비켜주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뒤에서 큰 소리로 사이렌을 울리며 확성기로 ‘빨리 비켜라’고 재촉하면 나도 모르게 당황해 사고 위험을 느낀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며 “예전에 TV에서 보니까 사이렌 켜고 막히는 길을 질주해 결혼식장을 가는 차도 봤는데 다른 구급차라고 안 그러겠냐”고 단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절반 이상의 긴급차, 아무 이유 없이 사이렌
이처럼 다른 운전자들에게 위협을 주면서 종횡무진 달리는 구급차와 견인차. 이들은 큰 소리로 사이렌을 울리며 긴급한 상황을 알리지만 실제로는 구급차와 견인차 등 긴급차량에 절반 이상이 아무런 이유 없이 사이렌을 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부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10월 긴급차량에 대한 집중단속에 나섰고, 긴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중앙선을 침범하는 등 각종 교통법규를 위반한 견인차 146대와 구급차 49대 등 모두 195대를 적발, 범칙금을 부과했다. 이 중 구급차량의 경우 81대 가운데 60%에 달하는 49대가 긴급환자가 없는 상태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다 적발됐다.
적발된 긴급차량들의 경우 아무 이유 없이 사이렌 울리며 질주한 경우가 125대로 가장 많았고 중앙선 침범 15대, 신호위반 10대 순이었으며 나머지 45대는 허가조차 받지 않고 사이렌을 달고 운행했거나 차선 위반 등으로 적발됐다.
“사고 나면 견인차 10대 이상 모여”
실질적인 취재를 위해 도로 한 편에 줄지어 서있는 응급차와 견인차 운전자들을 만나봤다. 5년 째 병원 응급차를 운행했다는 김진성(35세)씨와 12년 째 견인차를 운전한 서진목(42세)씨. 둘의 직업은 비슷했지만 서로의 입장은 차이가 보였다. 김씨에 따르면 “준 종합병원 소속의 엠블란스 기사들은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사이렌을 키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환자를 많이 실고 간다고 해서 인센티브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병원 홍보 차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견인차를 운전자하는 서씨의 입장은 달랐다. “누구보다 빨리 현장에 도착해야 차를 견인할 수 있고, 그래야만 일당을 벌 수 있다”고 말하며 “한 때 시속 60km 제한 구역에서 시속 160km를 밟은 적도 있다”고 한다.
이어 서씨는 “사고 현장에 빨리 갔다 해도 견인차 3~4대는 기본이고, 좀 큰 사고다 싶을 경우 9대까지 도착하는 것을 봤다”며 “결국 1, 2분 차이에 일당을 버느냐 마느냐가 달려있는데 중앙선 침범이 무섭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씨 역시 일부 EMS(Emergency Medical Service), 즉 사설 응급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병원과 체결해 환자를 이송할 때마다 인센티브가 떨어지기 때문에 빈차로도 사이렌을 키고 다닌다”며 “결국 EMS도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견인차와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결국 과다경쟁이 도로위의 무법자의 원인이 된것이다.
응급차로 부식류 배달까지
도로위의 많은 운전자를 위협하는 긴급차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단속 뿐 아니라 법적 구속력은 미비하다. 물론 응급환자를 배려한 조치로 매우 타당한 법적 장치임을 틀림없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해준다. 한 예로 음주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한 사설응급차 운전자 이모씨가 만취한 상태에서 포항시 남구 인덕동 도로를 운행하다 행인 하모씨를 치어 현장에서 숨지게 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또, 한 TV방송에서 사이렌을 켜고 질주하는 응급차를 따라가 보니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는 사례를 방영하기도 했고, 지난 2003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실시한 집중단속에서는 싸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며 경동시장에서 채소 등 부식류를 적재, 배송하는 업무를 하는 응급차를 단속하기도 했다. 이는 법의 맹점과 단속의 허점을 이용한 대표적 사례이다.
빈차로 사이렌 울려도 ‘벌금 5만원’이 고작
하지만 이들에 대한 단속이나 법적 구속력이 미비하는 것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해준다. 현재 아무 이유 없이 사이렌을 켜고 도로를 질주한다 해도 단속에 적발될 경우도 미비할 뿐더러 적발된다 하더라도 범칙금 5만원 납부가 전부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긴급차량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나 부상자를 운반중인 자동차로 규정하고 있으며, 응급환자 운송이 아니면서 사이렌을 울리고 질주하다 적발됐을 경우 범칙금 5만원만을 납부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중앙선 침범과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에 대해서는 일반 승합차량과 동일하게 범칙금 7만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특별집중단속 기간이 아니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도로위의 무법자’가 되어버린 긴급차량. 관계자들은 법규를 개정하거나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강문 대구경제복지연구소장은 논설을 통해 “사설 중대형 병원용 구조, 구급차량들의 횡포를 자행하는 일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일정한 규제조항을 강력히 제정해 철저히 단속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 줌으로서 구급차량이 시민에게 ‘공포차량’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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