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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멀쩡한 사람도 하루아침에 정신병자 만드는 '정신병원'

  • 등록 2006.12.01 1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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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는 인신구속과 같은 폐쇄병동 입원을 즉석에서 결정할 수 있는 막강한 재량권을 갖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권력은 의사로서의 양심이 바탕이 되어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 소녀의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아픔을 감싸주지 않고 눈앞에 이익을 쫓아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감금한다는 것을 묵인한다면 당연히 정신과 의사의 재량권은 견제 받아야 할 것이다.
5분 대화면 정신병자 만들기 충분
평범한 여대생으로 생활 하던 지연희(현재 22세)양은 21세가 되던 해 성폭행을 당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지만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당시의 아픔을 극복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양모(養母)는 지양의 성폭행을 빌미로 정신병원 입원을 강요했다. 이에 출장이 잦아 자세한 내막을 모르던 친부(親父)는 “3~4개월 동안 요양하고 오면 괜찮아 질것”이라는 양모의 말만 듣고 합의했다. 지양은 정신병원 입원을 거부했지만 양모가 병원을 통해 고용한 건장한 청년 두 명을 이겨내기엔 지양의 나이가 어렸을 뿐 아니라 힘도 없었다. “멀쩡한 사람 정신병자로 만드는 데가 정신병원이다. 끌려간 정신병원에서 첫 상담의 질문은 어떻게 왔냐는 것이었고, 자초지정을 설명했지만 담당의사는 동문서답을 할 뿐 제대로 된 대화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터무니없는 5분 여 간의 대화는 ‘망상장애·적응장애·잠재적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내리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지양은 하소연했다. 당시 지양은 나가게 해달라고 애원 했지만 부모님의 허락 없이는 안 된다는 얘기만 듣게 되었다. 그렇다면 아버지하고 통화라도 하게 해달라고도 해봤지만 모두 소용없는 일이었다. 정신보건법 23조에 따르면 본인 의사에 의한 입원환자는 퇴원이 자유롭지만 비자발적 입원환자라면 사정이 크게 달라진다. 같은 법 24조에는 의사의 진단과 보호의무자 동의서가 있어야 입원과 퇴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신보건법 24조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있는 때에는 정신과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으며, 입원 시 당해 보호의무자로부터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입원동의서 및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야 한다> [개정 2000·1·12] [[시행일 2000·7·13]]
인권이란 존재치 않는 곳, 정신병원
그렇게 입원한 지양의 생활은 어땠을까. “당시의 정신병원은 충격 이었다”고 지양은 토로한다. “무슨 주사인지 몰라 맞기 싫다고 반항하면 구타는 당연했고, 남자보호사가 속옷과 바지를 강제로 벗겨 주사를 맞고 난 후에는 묶인 상태라 바지도 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보호사는 올려 줄 생각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어 너무나 수치스러웠다”고 한다. 그렇게 인권이 무시된 채 사회와 단절 된 생활을 처음 겪은 지양의 고통은 더욱 심했다. 견디다 못한 지양은 내보내 달라고 심하게 반항했고 이에 대한 대가로 30여 시간동안 묶여 있는 수모를 당했다고 한다. “30시간동안 소변이 그대로 방치 돼 냄새나고, 소변에 말라 젖어 노랗게 굳어버린 철 침대 시트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며 “당시 정신병원 말고 차라리 교도소로 가고 싶었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양모와 정신병원 의사들이 원망스럽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정신보건법이 명시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와 인권의 자유란 말은 이미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지양은 이 같은 사실을 알리기 위해 외출 나가는 사람을 통해 친부에게 편지를 전했고,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지양을 집으로 데려왔다. 지양은 병원에서 나온 후에도 당시 겪었던 충격과 지속적으로 투여됐던 약물로 인해 어지러움증과 구토, 두통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양모와 병원 측에 대한 법적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이고, 다시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싶지 않았던 지양은 국립의료원 정신과에서 감정했고, 결국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만 가둬놓아도 매달 80만원 지급
이처럼 지양과 같이 신중한 정신감정 없이 입원 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인권위가 중앙대에 연구용역을 맡겨 1년 간 전국 32개 정신병원과 각종 정신요양시설을 대상으로 벌인 ‘정신과 관련 시설 인권상황 실태조사’자료를 보면 응답자 가운데 63.8%가 다른 사람에 의해 강제 입원했다고 답했으며, 그 가운데 11.1%는 거짓말에 속아서 입원했다고 응답했다. 또, 백선익 인권위 조사관은 양심적 정신과 전문의들이 조사해본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2004년 기준으로 했을 때 5만9천여명 정도가 정신보건 시설에 수용돼 있는데 그 중 절반 정도는 입원 입소가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병원 측에서는 왜 정상적인 환자를 입원시키려 노력하는 것일까. 인권운동가들은 “무조건 병원에만 가두어 두고 있어도 돈이 나오는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가는 의료급여 환자에 대해서는 서비스 내용에 관계없이 매달 일정한 액수(환자 1인당 정신의료기관의 경우 매달 80~90만원)를 국고에서 지급해 주는 ‘정액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것은 별다른 치료가 없어도 일정액이 지급되기 때문에 경영자 입장에서 환자를 받는 것은 상업적인 측면에서 ‘다다익선’(多多益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신보건법 개정을 통한 변화 절실
정신병원이 인권 사각지대라는 것은 수많은 언론을 통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12월에도 일산의 한 정신병원에서 124시간 동안 격리 수용됐다가 사망한 이진서(51 가명)씨에 대해 언론들은 일제히 보도했다. 당시 병원 측은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격리강박을 시행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진료기록에는 면도를 안 했다는 이유로 만 사흘 동안 묶여 있었던 것으로 돼있다. 간호기록지에는 “앞으로는 말을 잘 듣겠다”며 풀어달라는 이씨의 애원이 가득하다. 이 같은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이를 중재할 만한 기구가 없다는 것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해준다. 법정에서조차 정신과 전문의의 재량권에 귀속된 권한으로 치부하고 피해자에게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어차피 정신병자가 하는 말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정신병원의 특성상 전문의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입·퇴원부터 치료환경, 환자의 일상생활, 격리나 강박 같은 통제조치 까지 모두 의사가 결정할 수 있다. 여기서 보건 당국은 나설 곳이 없다. 그나마 정신보건법이 있긴 하지만 의사들만 모여 만들어진 정신보건법이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결국 정신보건법 자체를 개정하지 않는 한 여전히 정신병자로 치부 받고 있는 정상인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헤어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정신병원이라고 하면 왠지 꺼려지고, 사회는 물론 가족마저 현실을 꼭꼭 숨기려고만 해왔다. 하지만 이제 정신병원을 모두가 들여다볼 수 있게 개선하고, 그 고통을 함께해야 한다. 멀쩡한 사람 정신병자로 만드는 끔찍한 일을 막기 위해선 물론이고, 이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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