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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의 귀환’킹이냐 킹 메이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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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차기 대선국면을 앞둔 가운데 현실정치의 커튼 뒤에 물러나 있던 `원로정객'들의 활동이 대중 앞에서 다시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 등 이른바 '3김(金)'은 물론 여야의 옛 중진들까지 공개, 비공개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물론 이들 원로정객의 발언과 행보가 전에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차기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이어서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선 경쟁이 궁극적으로 세를 모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옛 지역맹주와 중간 보스격 중진들이 차기 대선주자들과 인적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현실적인 이해관계와 맞닿으면서 정치판의 `복고주의' 현상은 대선의 변수로 자리잡을 공산이 커져가고 있다. 우선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DJ. 특강 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높아다가,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과의 지난 4일‘동교동 회동’으로 향후 여권발 정계 개편의 한축이 아니냐는 억측을 사고 있다.

야당에서는‘상왕(上王)정치’가 부활했다는 비판론까지 제기됐다. DJ와는 평생의 라이벌인 YS와 JP의 경우엔, 자신들에게 쏠린 여론이 부담스러운 나머지 지난 17일 만찬회동을 포기하기는 했으나, 차기 대선 모드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끊이질 않는다. 또한 JP가 지난 13일 심대평 국민중심당 공동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대선에서 전국을 누비며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노병은 죽지도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정가의 분석을 낳고 있다. 특히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정계 복귀설도 최근 정치권을 시끄럽게 달구는 요인이다.

이 전 총재가 "대권보다는 국민의 자유와 자유의 정신을 무시하는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할 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전 총재는 "지금은 정계복귀 등 그런 것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이번에도 좌파정권이 들어서면 나라가 망할 것 같기 때문에 그것을 막는게 가장 우선적인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이 정권은 싹수가 노랗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고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며 "이제 온 국민이 나서서 노예의 평화로 가는 노 정권을 막아야 한다. 단순히 규탄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 거부운동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昌)의 복귀 신호탄이 터졌다. 두 번의 대권도전, 두 번의 실패. 이후 재야에 묻혀 숨죽여 왔던 그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복귀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킹이냐 킹 메이커냐의 갈림길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할 일을 할 것”이라며 20일 사실상 복귀를 선언했다.

이 전 총재의 복귀는 최근 노무현-김대중 전 현직 대통령의 사저회동, 이에 맞선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연대 움직임과 함께 내년 대선에 큰 변수를 예고하고 있다.
여권 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에 벌써부터 노-DJ연대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데다 이명박-박근혜-손학규로 이어지는 한나라당 대선주자 ‘빅3’에게도 창의 복귀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 이 전 총재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있는데다 창이 복귀할 경우 급속한 연대와 함께 곧 대선주자 추대 움직임이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킹이냐 킹 메이커냐에 대한 여지는 남아있지만 현재 스코어 상으로 이회창 자신이 ‘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시각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창의 복귀 논란 속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 애정이 있다면 정권을 창출하는 데 관심을 가져주는 정도이길 바랄 뿐”이라고 직언하는 등 반발기류도 만만치 않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설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킹이든 킹메이커든 이회창 전 총재의 손에는 현재 양날의 검이 쥐어져 있는 것이다.

‘昌의 귀환’
이 전 총재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자신의 정계 복귀 및 대선 역할론과 관련,
“‘좌파 정권’의 집권을 막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20일 오후 경남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린 한국지성인 단체총연합회(수석 공동대표 이우태 경남대 경영대학원장) 초청 특강을 통해 “최근 북핵 사태 등 나라가 처한 모습을 보면서 ‘큰일났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 전 총재는 “이번에도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나라가 망할 것 같다”면서 “그것을 막는 게 가장 우선적인 내 역할이다. 지금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도 이 전 총재는 정계 은퇴 이후 올 들어서만 세 차례의 외부 강연을 통해 “차기 정권은 반드시 비(非)좌파 정권으로 교체돼야 한다”, “제3기 좌파 정권의 출현을 막기 위해 반(反)좌파대연합이 필요하다”는 등의 주장을 펴온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이 전 총재가 ‘좌파 정권의 종식’을 자신의 역할로 언급한 것은 “나라가 위태로울 때 무슨 일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던 지난달 19일 동국포럼 특강에서의 발언보다는 ‘진일보’ 한 의미로 해석돼 내년 대선을 겨냥한 ‘창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는 것. 그러나 당사자인 이 전 총재는 여전히 정계 복귀설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다소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지만 자신의 말 한마디가 당내를 비롯해 향후 대선판도를 180도 돌려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도 정계 복귀에 대한 당 내외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저 사람이 대권에 나서려고 저러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는 사람이 벌써 있는 것 같다”면서 “나는 대권보다는 국민의 자유와 그 자유의 정신을 무시하는 좌파 정권이 다시는 집권하지 못하게 하는 게 중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연에 앞서도 이 전 총재는 자신의 정계 복귀 논란에 대해 “지금은 그런 것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병풍(兵風)’ 등 이른바 ‘3대 의혹사건’과 관련, “전형적으로 깜짝쇼가 성공한 예”라면서 “이번에도 그들이 무슨 깜짝쇼를 할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국민들은 속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2002 대선 당시 언론사들이 한 여론조사를 보면 나는 40% 전후, 때로 50%대의 지지율로 노무현 후보를 여유있게 앞서고 있었다. 그러다가 노무현 후보가 광주경선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1위를 하자 그 지지도가 껑충 뛰어 나를 앞섰다가 얼마 후 다시 떨어졌다. 다시 선거일을 코앞에 둔 그해 11월에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의 깜짝 경선에서 이겨 단일후보가 되고 여기에 여당이나에 대한 이른바 3대 의혹 조작사건을 집중적으로 터뜨리면서 다시 노 후보의 지지율이 뛰어올라 나를 앞섰고, 그런 상태로 투표로 들어간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으로 깜짝쇼가 성공한 예이다”
그러면서 이 전 총재는 DJ의 ‘무호남 무국가’를 겨냥 “지역감정 자극하면서까지 햇볕정책 옹호한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이 전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최근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다시금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햇볕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김 전 대통령이 북핵 위기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기가 차고 적반하장”이라며 “북핵 위기의 장본인은 핵을 만든 김정일이고, 그런 김정일에게 돈을 갖다 바친 사람이 바로 김 전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김 전 대통령이 최근 고향이 목포 방문에서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라는 이t수신 장군의 말을 인용한데 대해서도 “지역감정을 자극하면서까지 햇볕정책 옹호론을 펴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과 나라의 미래보다는 오직 김정일 독재정권을 살려내고 다시 이 땅에 좌파 정권을 세워 자신의 업적과 위치를 지키겠다는 욕심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전 총재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 정권이 하는 것을 보면 싹수가 노랗다. 말로는 북핵을 반대한다지만 오히려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있다”면서 “온 국민이 나서 현 정부의 대북 정책 행보를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그는 “북한 핵 폐기를 위해서는 우리의 핵 보유 또한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으며,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의 즉각적인 포기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참여를 정부 당국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회창 복귀에 정치권 들썩
어쨌거나 이 전 총재는 지난 16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나있던 상태.그동안 설로 남아있던 그의 복귀를 이 전 총재의 구체적 움직임과 맞물려 주변에서 라운드업하고 있다.
홍문표 의원이 대표적인 인물로, 그는 17일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은 벌써 두 번이나 집권에 성공하지 못한 정당으로 다시 한 번 기회를 놓칠 경우 존립이 힘들다”며 이 전 총재의 복귀를 북돋았다. 이 전 총재 시절 당 사무부총장을 맡았던 홍 의원은 “(이 전 총재) 은퇴 결정 명분이 100이라면 정계복귀 명분은 200정도 돼야 한다”면서 “복귀라는 명분이 지금 눈앞에 다가온 게 아니냐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 당내에서 이 전 총재의 복귀를 바라는 사람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숫자를 정확히 얘기할 수 없지만, 이심전심으로 (이 전 총재가) 복귀한다면 뜻을 같이하려는 분이 몇 분 있다”고 언급했다.
이 전 총재의 팬클럽인 ‘창사랑’의 조춘호 대표도 이날 PBC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총재는 국민들이 마셔야 할 한 사발의 시원한 물과 같은 존재”라며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는 ‘킹’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특히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의) 다른 대선 예비후보자들과 비교해 경륜과 경력 또 정치적 이념, 이런 것들이 훨씬 앞서있고 훨씬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현재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보다 우월한 위치임을 강조했다.

현재 창사랑 내에서는 복귀를 바라는 여론몰이가 한창으로 알려졌으며, 이회창 명예회복 운동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회원들은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해 정계복귀를 서두르라는 메시지를 담아 집회까지 갖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전 총재 정계복귀설에 대한 당내 기류는 ‘부정적’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이 전 총재가 정계복귀를 하게 된다면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으로 이뤄진 현재의 ‘빅3’ 대권구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빅3’ 진영의 표정은 덤덤하다. 이들 모두 “이 전 총재가 정계복귀를 선언한 게 아닐뿐더러, 비슷한 소문은 그간 계속 돌지 않았냐. 확인된 팩트(fact; 사실)가 아닌데 그에 대해 이러저러한 논평을 하는 일 자체가 맞지 않은 것 같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속엔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에 부정적인 시각이 깔려있다.
한 대선주자의 측근은 “이 전 총재 입장에선 ‘병풍 사건’ 등으로 억울한 게 많겠지만, 그 누구도 패배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던 두 번의 대선에서 내리 패한 데는 이유 불문하고 책임이 있지 않냐”며 “더 이상 당이 그런 모험을 할 필요가 없고, 그런 모험을 하게 만들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선주자측 관계자도 “차떼기당의 이미지를 겨우겨우 벗어내고 있는데 이 전 총재가 복귀할 경우 또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부정적인 기류는 대선주자들 주변만이 아닌 당 전반에서도 마찬가지 이유들과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昌의 복귀 급변하는 한나라당 대권구도
정치는 생물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현재의 이같은 분위기 역시 단 하나의 계기만으로 반전될 수도 있다. 럭비공 튀듯 단 1%의 변수만으로도 한나라당 대권구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9월 이 전 총재의 용산구 서빙고동 자택을 방문해 차기 대선과 관련해 깊은 얘기를 나눴다고 알려진 상태다. 도움을 구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 정도면 가까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 전 시장은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총재는 너무 안주하고 주위에서 둘러싸는 스타일이다. 솔직히 인간적으론 노무현 쪽이 더 마음에 든다”고 발언하며 대놓고 이 전 총재를 비판하고 나선 일이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 측에서 “차기 대권에서의 자기 입지를 위한 발언으로, 이 시장은 벌써부터 지나치게 대권병에 든 게 아닌가 싶다”면서 “비례의 극치로 불쾌하다, 인식모독” 등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보였을 정도다. 직후 이 전 시장은 공식사과문을 발표하고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 이 전 총재를 당과 나라를 위해 받들고 모셔야 할 어른이라고 늘 생각해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지난 10월 동국포럼 행사에서 열린우리당의 완전국민경선제도 채택 이후 이 전 시장 측이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와 관련해 “대의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포퓰리즘(대중주의)으로 흐를 수도 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전 총재가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논의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손을 사실상 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구나 이 전 시장 계열로 분류되는 당내 의원들이 이 전 총재의 이념과 같은 궤의 당내 보수파들과 대립적인 관계인 것도, ‘창의 복귀’가 이 전 시장 측에 반가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이 전 총재와의 관계가 소원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깊은 얘기를 전할 순 없지만 그런 얘기들의 전혀 반대”라고 펄쩍 뛰었다.
이어 “이 전 총재가 정치를 재개한다는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얘기부터 도는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얘기로 당의 분열을 촉진할 필요가 없다는 문제제기다.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 측의 관계는 어떠한가? 오픈 프라이머리 논의와 관련해선 박 전 대표 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오긴 하지만, 이 전 총재 측은 “어느 편을 든 것도 아니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할 경우 정당의 정체성과 정책은 사라지고 인기투표가 돼 정당존립 근거를 흔들기에 반대한 것 뿐”이라며 극구 부인하는 상태다.
또 지난 7·26 재보선 공천과정에서 이 전 총재가 공천을 부탁한 인사가 탈락한 이후, 박 전 대표와의 교류가 뜸해졌다는 얘기도 있다. 더구나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는 ‘보수’와 ‘영남’이라는 지지기반이 모두 겹치기 때문에 이 전 총재가 ‘킹’으로서 정계에 복귀할 경우, 대결구도를 피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킹메이커’로서 등장한다면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당내에서 ‘친박근혜’로 분류되는 세력들은 전통적으로 이 전 총재의 계보로 분류된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이회창 전 총재가 ‘킹’ 혹은 ‘킹메이커’ 가운데 어떤 형태로 정계복귀를 할지에 대해서 논의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본다”면서 “이 전 총재가 복귀를 한다면 당연히 ‘킹’의 형태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 그걸 다른 대선주자들이 그리고 당이 받아들일 것 같냐”고 말했다.
그는 “혹시 ‘킹메이커’로서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있지만, 설사 이 전 총재가 ‘킹메이커’로 역할을 한다 해도 그를 기꺼이 받아들일 대권주자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가 전통적 보수 세력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떼기’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함께 안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선 주자들에게 있어 그의 그림자는 양날의 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회창, 1100만 표의 ‘정치력’
이처럼 ‘창의 귀환’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각각 1100만 표 이상을 얻은 그의 ‘정치력’ 때문이다. 40%대의 당 지지도와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차기 대권주자 ‘빅3’를 보유한 한나라당이지만, 대선후보 경선 등을 거치며 주자간 ‘잠재된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 내년 대선에서 ‘낙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또 그동안 ‘창의 정계 복귀설’이 언론에 부각된 시점이 선거 등 당 내외 역학구도 변화와 적지 않은 상관관계가 있음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지난 2004년 ‘탄핵 역풍’ 속에서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박근혜 전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 가진 1, 2차 당직 개편에서 이 전 총재의 측근 인사들을 당대표 비서실장(진영, 유승민)과 사무총장직(김무성)에 기용, ‘당권(黨權)’ 장악에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크고 작은 당 내외 선거를 치르면서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설이 측근 인사 등을 중심으로 ‘솔솔’ 흘러나왔다.
지난해 4.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는 2002년 대선 당시 이 전 총재 측 자문그룹(북악포럼)에서 활동한 공성진 의원에 의해 ‘창의 복귀’ 가능성이 한 차례 거론됐다. 또 이를 즈음해 이 전 총재의 최측근이었던 이병기 전 정치특보도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돌아왔으며, 이 전 총재는 ‘북악포럼’ 멤버들과 정계 은퇴 선언 이후 최초로 공식적인 만남을 갖기도 하는등 이 전 총재의 복귀설이 ‘탄력’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 당시 한나라당 내에서는 2002년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병풍(兵風)’ ‘기양건설’ ‘설훈씨 20만불 수수’ 등 3대 정치공작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이 공론화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정치특보를 지낸 바 있는 강재섭 당시 원내대표(현 대표최고위원)는 “이 전 총재는 정계 복귀에 뜻이 없다”고 못 박았으며, 인재영입위원장이던 김형오 의원(현 원내대표), 전여옥 당시 대변인 등도 이 전 총재의 복귀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후 7월 ‘안기부 X-파일 도청 파문’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던 이 전 총재의 복귀설은 8월말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를 계기로 다시금 불이 붙는다. 홍문표 의원 등이 이 전 총재의 ‘대선 역할론’을 주장하고 나선 것. 더구나 당시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정국과 맞물리면서 당의 안정을 위한 ‘정신적 지주’로서 이 전 총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게 대두됐다.
아울러 10월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참석을 기점으로 대외 활동을 폭을 넓혀온 이 전 총재는 10.26재보선에서 대구 동을에 출마한 유승민 의원을 직접 지원했으며, 올 들어서도 5.31지방선거 기간 후보자 선거사무소 격려 방문 등 이 전 총재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 송파갑에 공천을 신청한 이흥주 전 특보가 최종 공천자 명단에서 밀려나 이 전 총재의 ‘약발’이 다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 전 총재 측도 내심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인지 7.11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의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된 강재섭 대표는 신임 인사차 이 전 총재를 예방한 자리에서 “한나라당 당원들 마음속의 대통령”이라고 이 전 총재를 한껏 추켜세웠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이번 전대가 대권주자들의 대리전 처럼 된 것은 아주 잘못”이라며 ‘쓴 소리’를 쏟아냈다.
그리고 최근 당내 차기 대권주자 ‘빅3’의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창의 귀환’이 신호탄을 울린 것이다.

창의 약발은 여전히 유효
비록 ‘최전방’에서 물러나 있었다고는 하나 이 전 총재의 정치적 영향력이 아직까지는 유효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등이 이 전 총재의 복귀설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17일 “이미 10년에 걸쳐 2번씩이나 국민의 평가를 받은 분이 높은 지위의 대권후보가 2명씩이나 있는 당에 복귀하겠다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지나친 노욕(老慾)이 아니냐”고 강력 비난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도 당초 이날 예정돼 있었으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무기한 연기’된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의 회동과 더불어 이 전 총재의 잇단 강연 행보를 언급하며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자 정치판 주변을 서성거리는 흘러간 정치인의 모습은 국민에게 씁쓸함만을 안겨줄 것”이라며 “구태 정치인들이 진정 나라를 위하는 길은 지역주의와 구태라는 옛 정치의 흔적과 함께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전 총재의 최근 행보롤 놓고 “구체적인 정계 복귀 시기를 저울질하기 위해 여론의 동향을 살펴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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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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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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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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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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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