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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김동길 칼럼]미국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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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생각한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대서양의 시대가 저물고 태평양의 새시대가 밝아옵니다. 그 흐름을 누구도 역행하지는 못할겁니다. 이미 뉴욕보다는 LA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더 중요한 도시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슈펭글러를 비롯하여 토인비, 배라클라우, 케네디 같은 저명한 역사가들이
역사의 이러한 추세를 미리 내다보고 태평양의 새시대를 예언한 셈입니다. 그러므로 태평양에 길고 긴 해안선을 가진 미국이 태평양의 새시대에
어떤 역할이 있을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나간 100여년간 대서양의 시대를 주름잡은 미국이 우리 한국에게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하겠습니다. 1882년 우리나라와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정식으로 한국을 국제사회의 한 멤버로 만들어 준 것은 미국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미국을 통하여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선교사들을 통해 교회와 학교와 병원이 세워졌으며 일제의 혹독한 견제와 탄압을 받아야했던 시절에도 미국인은 우리들의 친구였습니다.

그런 사실을 부정하는 소수의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은 크게 불행한 일입니다. 미국을 마치 우리의 원수처럼 여기는 것 같습니다. 미국선교사들을
미제국주의의 앞잡이로 매도하거나 최근에 있어서는 미국CIA의 앞잡이라고 비난하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앞잡이”가
한 둘 그들틈에 끼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은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한국인의 친구들입니다. 일본이 패망했다고 해서 반드시 한국이
독립을 해야한다는 주장은 당연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복합적요인이 작용한 것이겠지만, 미국이 한반도의 독립을 확약할 의무는 없었다고 봅니다.
그래도 카이로와 포츠담에서 연합국의 거두들이 모여 한국은 적당한 시기에 독립을 향유해야만 한다고 결의했을 때 그런 회담에서 한국의 입장을
두둔하는 나라가 미국이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오래오래 기억해야 할 사실입니다.

만일 6·25때 유엔군을 규합하여 미국이 적극 참전하여 인민군의 불법남침을 저지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과연 존재할 것인가 의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근자에는 그때 인민군의 남침을 막기 위해 싸운 것이 마치 잘못된 일이었던 것처럼 비판하는 자들이 간혹 있는데 확실히 정신박약아들입니다.
물에 빠진 것을 건저주었더니, ‘내보따리’라며 강물에 제 보따리가 떠내려 간 것을 마치 그 건져준 사람의 잘못인 것처럼 행패를 부리는 놈이
있었다는데 우리가 그런사람이 돼서야 되겠습니까. 은혜를 모르는 사람처럼 한심한 사람은 없습니다. 내가 혹시 몰라서 미국을 두둔하는 글을
쓰는가 오해할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나의 전공분야가 미국역사이고 나는 그 나라의 역사를 40년 가까이 대학에서 강의하였습니다. 지식이 아직
부족하다는 비판을 하신다면 그 논쟁에 뛰어들 용의는 언제나 되어 있지만 물정에 어두워서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착각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미국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요새 뜻밖에도 한국과 미국의 사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부터 심상치 않게 굴러가고 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정부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집권을 갈망했습니다. 그러나 부시와 고어가 대결할 때부터 한국정부는 공화당을 반대하고 민주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무골호인인 클린턴과 그의 뒤를 이어 백악관의 주인이 되려던 고어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공헌했습니다. 그
반면 ‘걸프전쟁’을 총지휘한 부시대통령의 아들 부시는 그의 아버지의 정치이념을 전수받았던지 철저한 반공주의자입니다. 오늘 대한민국 지도부의
이념이나 사상이 많이 변질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가 되었습니까. 세상이 이렇게 달라졌습니까. 붙잡았던 간첩은
다 풀어주고, 비전향 장기수도 다 풀어주고 대한민국은 정말 어딜 향해 가려는 것입니까.

한국의 정부지도자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과 더 나아가 조국의 통일을 위해 미국을 가장 큰 친구로 삼아야 합니다. 미국은 특히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적지않은 불만을 품고 있습니다. 그 불만은 반드시 해소돼야 합니다. 동반자가 되려면 사이가 좋아야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나라의 정치나 경제, 분단을 넘어 화해와 통일로 가기위해 가장 절친한 친구는 미국일 수밖에 없습니다.






*철학박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사)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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