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대통령 흔들기가 야당 못지않다. 수많은 계파간 갈등이 친노-반노 혹은 비노로 갈린채 정중동의 모습이다.
노 대통령이 이미 편지를 통해 “이른바 ‘통합신당’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그리고 어떤 세력이 새롭게 참여하는지 들어보지 못했다”며 “결국 구 민주당으로의 회귀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밝힌데 대해 전격 반격에 나선 이들은 바로 당내 초선의원 모임으로 알려진 ‘처음처럼’.
처음처럼 ‘대통령 일에나 전념하시오’
‘대통령이 당의 진로와 정계개편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 23명의 의원들은 “대통령이 당의 진로와 정계개편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남은 임기 동안 국민통합과 부동산대책 등 국정현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 사퇴요구는 무책임한 주장’임을 밝힌 이들 모임뒤엔 현 비대위 고수하에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김근태-김한길’ 투톱체제가 있다.
실제 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우상호 의원, 이기우 의원 등 김근태 의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들을 비롯해 처음처럼에는 김현미, 민병두, 박영선, 안민석, 윤호중, 장향숙, 지병문 , 최재성, 한병도 의원 등에 이어 재선의 오영식 임종석 의원이 합류한 상태다.
이들은 “노 대통령은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지만, 지지자를 상대로 직접 호소하고 설득하는 정치에서 진일보한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며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지지자는 최소화하고 반대자를 확대시키는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 노 대통령 흔들기에 본격 나섰다.
하지만 당 진로를 둘러싼 열린우리당 갈등은 김혁규,배기선 의원 등 친노파 의원들과 함께 개혁당출신 친노그룹 ‘참여정치실천연대’(대표 김형주. 이광철 유기홍 김두관 김태년 의원 등) ‘국민참여 1219’(명계남 이기명), 청와대출신 친노그룹 의정연구센터(백원우 이광재 이화영 의원 등) ‘신진보연대’ 등 우리당내 친노그룹의 또다른 반발을 불러일으킨 상태.
‘대통령과 당을 지키겠다’지난 10일 오후 열린우리당 당사앞에서 김근태-김한길로 대변되는 ‘비대위 해체’와 ‘창당정신 사수’를 외치며 대규모 집회를 연 이들은 “기간당원제 사수를 위해 끝까지 투쟁 하겠다”며 공공연한 친노 결속을 확인했다.
노사모 노혜경 대표를 비롯해 탤런트 문성근씨 등이 함께 한 이날 발언에 나선 ‘중단 없는 개혁을 위한 당원연대(중개련)’의 주정원 대표는 특히 언론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며 “정경유착을 끊어낸 것은 노무현 대통령 밖에 없고, 길거리에서 아무나 대통령 욕을 해도 잡아가지 않을 정도로 사회가 좋아졌는데 국민들은 이것도 모르고 대통령 욕만 한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비대위 즉각 해산과 중앙위원회 권한 회복을 비롯해 설문조사 추진 중단과 당헌당규에 따른 상향식 정기전당대회를 개최를 주장한 이들은 오는 22일 이내에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중앙위원회 소집촉구 등 압박집회로 맞섰지만 어찌됐든 비대위가 설문조사를 강행할 방침으로 알려지면서 숙명적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안희정 ‘낙동강전선에서 용 나온다’?참여정부 탄생의 주역이라 할 만큼 친 노무현계 인물로 알려진 안희정. ‘얼굴 없는 노 대통령의 스탭’으로도 유명한 그가 ‘낙동강 전선에서 용이 나온다’며 입을 열었다.
인터넷 일간 오마이뉴스를 통해 어렵게 꺼낸 화두. 대선 불법자금 수수로 1년간 복역한 뒤 지난 2004년 말 출소했지만 이후로도 굳게 닫혔던 그의 입에서 왜 하필 지금 ‘낙동강’발언이 불거진 것일까.
안씨는 ‘열린우리당에 지지층이 모이지 않는 이유가 인물난 때문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난 역사에 대해 굉장히 낙관적이다. 혼란과 위기는 영웅과 지도자의 몫을 크게 만든다. 한강 전선이 아니라 낙동강 전선에서 용이 나올 것”임을 분명히 했다.
즉 “프랑스가 독일쪽 아래로 몰렸을 때 잔다르크가 나왔지, 영국 해안가로 몰렸을 때가 아니다”는 것. 결국 그는 “사람들의 의기와 명분이 모아지는 에너지의 어떤 정점에서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나온다. 우리는 고난 중에 있다. 지금 서로가 탓하면서 싸우고 있지만 누가 이 문제를 풀 수 있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인물이) 나타날 것”임을 자신했다.
안씨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한 전직 총리 특보는 “이쯤되면 거의 노통과의 소통, 아니 나아가 최근 동교동 자택에서 있었던 DJ와의 소통까지 진행된 것 아니냐”는 반문이다. 그는 또 “이 두 전현직 대통령이 주목한 인물이 지역통합과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동서화합형 인물이고 호남이 지지하는 TK후보가 될 것”이란 예측이다.
안희정의 화두 ‘낙동강 용’발언대로면 이 일대는 경북 상주, 칠곡, 왜간을 이른다. 안 씨가 특히 ‘눈여겨 보는 사람이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 “역사의 해안가에서 지금 날개 달고 날 채비하는 사람이 많다. 바람이 없기 때문에 뜨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 갈등과 고난을 반드시 지지자들, 국회의원 중심으로 보면 낡은 정치”임을 강조한 부분은 눈여겨 볼 만하다.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유시민 김혁규 등으로 이어진 여권의 군소 대권후보도 아니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아온 고 건 전총리를 겨냥하지도 않은 발언. 1년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이 얼굴없는 노의 스탭이 주목한 ‘역사의 해안가에서 날개 달고 채비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를 겨냥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