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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황금돈(豚) 열풍, 상술과 기대심리가 빚어낸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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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년(丁亥年) 돼지해를 맞아 돈(豚)특수가 한창이다. 재물복(福)을 상징하는 돼지해라 더욱 기대가 크지만 600년 만에 찾아오는 ‘황금돼지해’라니, 이 어찌 놓칠 수가 있으랴. 벌써 돼지와 관련된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기업들은 이런 분위기를 놓칠세라 ‘돼지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길거리에 나가봐도 TV를 켜도 돼지 판(?)이다. 돈(돈.money)와 돈(돼지.豚)을 따서 만든 상품이나 상점이름도 쉽게 눈에 띈다.

기업들 황금 마케팅 ‘너도 나도’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황금돼지’ 열풍은 가히 폭발적이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3일 “저는 돼지 저금통으로 선거운동을 했는데 올해 황금돼지 해여서 감회가 특별하다”고 말해 황금돼지 열풍에 가세했다. 벌써 인터넷 포털 싸이트마다 ‘황금돼지’와 관련된 싸이트가 수두룩하게 개설돼 있다. 순금으로 만든 금 돼지와 돼지 저금통은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서울 종로 3~4가 일대 귀금속 도매상가 밀집지역의 상가는 요즘 모처럼 맞은 호황에 즐거운 비명이다.
한돈 짜리 순금돼지 휴대전화용 줄부터 800만원을 호가하는 100돈짜리 슈퍼 황금돼지까지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순금돼지는 각 기업체의 경품행사로도 큰 인기여서 주문량이 폭발하고 있다. 기업들은 각종 이벤트와 경품행사로 순금돼지를 내놓고 돼지모양을 본 뜬 상품 출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부산은행은 ‘황금돼지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아이스크림 전문업체인 ‘베스킨라빈스’는 ‘황금복福돼지 케이크’를 판매하고 속옷 전문업체 ‘좋은 사람들’은 커플용 돼지 모양 팬티를 선보였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애완용 미니 돼지를 직접 키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미니돼지는 높이 40~60cm 정도로 몸무게가 60kg을 넘지 않게 개량된 애완용 돼지다. 새끼 한 마리에 30만~80만원 정도로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요즘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다. 2005년부터 충남 당진에서 애완용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정권식 씨(36세)는 작년엔 20~30마리로 적게 시작했는데 요즘 황금돼지 열풍과 맞물려 올해 2~300마리로 분양 계획을 늘려 잡았다고 한다.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아이는 재복을 안고 있다는 설이 퍼지면서 출산붐이 일고 있다. 출산 계획을 미뤄왔던 젊은 부부들의 산부인과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쌍춘년’으로 결혼붐이 출산열풍으로 이어지면서, ‘황금돼지해의 행운’이 상술이 빚어낸 효과라는 시각도 나온다.

중국도, 역사도, 역술가도 인정 안하는데
역술가들은 “엄밀히 말해 올해는 황금돼지해가 아니라 ‘붉은 돼지해’이며, 이 해에 재물운과 재복이 만발하다는 말은 근거 없는 속설”이라고 지적한다. ‘황금돼지 열풍’은 국내외 악재와 오랜 경기침체로 힘겨워 하던 서민들에겐 가뭄의 단비요, 희망을 주는 징표와 같다. 오랜 근심이었던 저출산 문제가 올해 5년 만에 처음으로 출산율 증가라는 희소식과 함께 해소됐고, 잠깐이나마 암울했던 내수경기에 힘을 불어넣어준 고마운 ‘바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를 이용한 마케팅이 여기저기 넘쳐나면서 즐거워 할 수만은 없다.
과거에도 물론 숱하게 상술로 만들어진 갖가지 행사가 많았다. 하지만 황금돼지가 기존의 상술마케팅과는 다른 극명한 이유가 있다. 상술인 걸 알면서도 즐기는 것과 진심어린 기대와 바람이 담긴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황금돼지 열풍이 크게 히트를 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그만큼 간절하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설에 희망과 기대를 품은 서민들이 괜한 상술에 농락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감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정해년은 ‘황금 돼지해’가 아니라, 엄밀히 ‘붉은 돼지해’다. 십이간지에 따라 올해가 돼지해이긴 한데, 음양오행에서 정(丁)이 붉은색을 뜻하기 때문에 ‘붉은 돼지해’가 맞다는 것이다. 600년에 한 번 돌아온다던 것도 60년이 부풀려졌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봐도 600년 전에도 특별한 게 길한 흔적이 없고 그 설의 근원지격인 중국 본토에서도 이에 대한 반응을 어이없어 한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민속학자는 “600년 전엔 메뚜기 떼가 들어 흉년이 들었고 1천200년 전엔 8월에 눈이 내렸으며, 1천800년 전엔 왕자가 높은 관직에 올랐다는 기록만 눈에 띈다”고 황금돼지 열풍에 잘못된 해석이 있음을 지적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측면과 절망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현상
하지만 경제가 좋아지리라는 ‘황금 돼지’에 대한 염원과 달리 올해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오히려 경제 전문가나 민속학자나 올해 경제는 작년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명리학자 유경진 씨는 “올해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크게 좋아질 것 같진 않다”면서도 “음력 10월이 되면 정치적으로도 안정되고 체감경기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올해 경기도 신통치 않음을 예견했다.
2006년 쌍춘년 결혼 특수로 관련업계가 큰 호황을 누렸던 것이 2007년 황금돼지해로 전이된 듯하다. '200년마다 돌아오는 쌍춘년에 결혼한 부부는 백년해로 한다'는 소문으로 인해 2006년 한 해 결혼붐이 일었다. 이를 보고 일각에서는 쌍춘년 특수를 지켜 본 일부 업계가 불황을 타개할 목적으로 퍼트린 속설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계속되는 저출산 기조로 어려움을 겪었던 출산·유아용품 업계는 ‘황금 돼지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기업들의 홍보 전략으로 이런 설이 유행을 탈 순 없다. 이런 현상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재물복’이 있길 바라는 기대심리와 업계의 발 빠른 홍보 전략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빚어진 것으로 보여 진다. 2007년 각종 설문조사에도 올해의 화두는 ‘경제’가 될 것임을 여러 차례 보여줬고 대선을 판가름할 결정적 요소 역시 ‘경제안정’으로 꼽혔다. 물론 언론과 방송의 역할도 한몫 했다. 때문에 최근의 돼지 열풍은 ‘재물운’에 대한 뚜렷한 근거보다 세태를 반영한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 명리학 연구가는 “시대가 건강하고 튼실할 땐 황금이란 말이 나오지 않는데 이런 설이 떠도는 걸 보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측면과 절망감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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