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11 (목)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문화

[연극리뷰]극단 창파의 <첼로와 케찹>

URL복사



남자는 꿈속에서, 여자는 현실 속에서 산다



극단 창파의 늦여름 공연 <첼로와 케찹>




“넌 내게 빨간 색이 잘 어울린다고 했었어”, “내가 언제? 나는 빨간 색이 싫어. 이 케찹도 피 같아 싫단 말이야”

우리가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거나 오해하는 것은 거창한 사건에 의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도리어 가벼운 일상 속에서 비롯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꿈을 꾸게 된다. 그것은 항상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모든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고독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그들이 겪고 있는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색깔 뚜렷한 연출가& 신선한 감각의 작가

<첼로와 케찹>의 연출은 극단 <창파>의 대표이기도 한 채승훈 씨가 맡았는데 그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실험극의
기수’로 유명하다. 김씨가 작품을 쓰고 연출까지 도맡아 한 ‘마의 태자’는 제3회 한ㆍ일 ART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이외에도 ‘햄릿머신’,
‘내가 죽은 이유’ 등 많은 작품에서 그의 실험성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변화된 그의 연출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의 작가는 연극평론가인 김명화 씨다. 그녀는 96년에 이 작품의 초고를 완성했고 2000년 다시 대본을 꺼내 손보기 시작했다. 김씨는
연극계에 신선한 자극을 던져주며 깊은 사색에서 피어나는 작품을 쓰기로 유명하다. 삼성 문학상 희곡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고,
‘새들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다’로 급부상하여 섬세한 감성과 뛰어난 문장력을 보이고 있다.

<첼로와 케찹>은 남, 녀 두 명의 배우만이 등장한다. 우선 ‘첼로’로 대변되는 ‘남자’ 역은 남명렬 씨가 열연했다. 그는 ‘사람의
아들’, ‘거미 여인의 키스’, ‘이디푸스와의 여행’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여 열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케찹’으로 연상되는 ‘여자’
역은 김호정 씨가 맡았다. 그녀는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으며 ‘캣츠’, ‘너에게 나를 보낸다’, ‘바다의 여인’ 등
많은 작품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였다.


함께 했던 시간과 공간, 다른 기억 더듬는 남자와 여자

조용한 무대 위로 첼로 소리가 흐른다. 한 여자는 양파를 까고 있고, 또 다른 공간에서는 남자가 발톱을 깎고 있다. 여자는 연신 매운 양파를
탓하며 눈물을 흘린다. 남자는 ‘눈물의 재클린 뒤 프레’에 관한 신문 기사를 보며 예전의 그녀를 추억한다.

매미소리가 어지럽게 들리는 무더운 여름날, 한 여자가 벤치에 앉아 있다. 그런 그녀에게 조용히 다가온 남자. 그는 선글라스를 건네주며 그녀의
곁에 앉는다. “당신 목소리는 첼로 소리 같군요” 여자가 말한다. 남자는 아무 말이 없다. 붕대를 감은 손만 보이면서. 한참을 있다 헤어지려는데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내 옆에 있어 줘요.” 지금 양파를 까고 있는 여자가 회상한 그와의 첫 만남이다.

‘툭툭투두둑’ 비가 무섭게 내리던 날, 한 여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앉아 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한 남자가 다가온다. “당신 눈을 볼
수가 없군요. 선글라스를 벗어 보세요” 남자가 말한다. “당신 목소리는 첼로 소리 같군요” 라고 여자는 말하면서 빨갛게 충열된 눈을 보여준다.
눈 주위엔 눈물과 빗물로 씻겨진 마스카라 자국이 번져있고 립스틱을 바른 입술도 묘하게 망가져 있다. “함께 있어 주세요”라고 여자는 남자
손을 잡으며 말한다. 지금 발톱을 깎고 있는 남자가 추억한 그녀와의 첫 만남이다.

첼리스트를 꿈꾸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그 꿈을 접은 남자와 은행에 다니며 평범한 삶을 꿈꾸는 여자는 사랑을 시작했고 같은 공간에서 살게 된다.
그들은 같이 살면서 행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각자가 바라보는 세계는 다르다. 남자는 항상 잃어버린 그 꿈속에 살고 여자는 현실 속에서
산다. 이러한 본질적인 차이가 둘 사이에 어쩔 수 없는 벽을 생기게 한다.

그녀는 그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그가 사랑하는 첼로 소리는 싫어한다. 두통약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 정도이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그 또한 첫 만남에서 그녀에게 했던 모든 말들을 까맣게 잊을 정도로 일상에 묻혀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남자는 ‘첼로’를 다시 연주하고 싶고 ‘눈물의 재클린’에 대해 말하고 싶지만 같은 시간ㆍ같은 공간의 여자는 ‘케찹’이 잔뜩 뿌려진 볶음밥을
만들고 싶고 먹고 싶다. 이들은 순간 말이 없어진다.

연극을 보면서 관객들은 남자와 여자가 현재 헤어져 있는 상태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후반부의 작은 반전을 보면 그들은 여전히 같이 살고
있는 것으로 느낀다. 그러한 연극장치는 존재의 외로움의 본질은 정신적 괴리 상태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함께 사는지 여부가 중요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사랑 그리고 그것에 대한 기억을 다루고 있다. 영화 <오, 수정>에서 처럼 같은 상황 속에 있는 남자와 여자가 일부는
왜곡되게 또 일부는 아예 희미하게 자기중심적으로 기억하는 일들을 보여준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 사람과 온전히 공유했다고 느끼는 모든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를 말하고 있다.

“내가 바라본 건 붉은 네 입술, 붉은 옷, 붉은 구두. 정육점처럼 온통 붉은 색으로 얼룩진 모습뿐이었지. 핫도그 위에 덕지덕지 묻은 케찹처럼
시큼하고 시뻘겋게…케찹처럼? 그래, 케찹이 빠졌군. 볶음밥 맛이 허전했어, 뭔가 빠진 맛이었지”

“넌 사라졌지만 모든 걸 남기고 떠났지. 칫솔도, 잠옷도, 음반도, 레코드도. 이제 네가 없는 첼로 소리가 너 없는 자리를 대신 메꾸어줄거야.
난 언제나 첼로 소리를 좋아했지”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듯 두 사람은 말하고 있지만 사실 독백하고 있다. 객관적인 공간과 시간도 그 여자와 남자에게는 너무나 주관적이다.


‘사랑’을
소재로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그려


이 작품은 사랑을 소재로 했지만 주제로 다루진 않았다. 단지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서로간의 관계에 있어서
더 이상 감정적이지 않다. 사회적, 계약적, 물질적, 문명적인 관계만 존재할 뿐이다. 등장인물인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름은 없다. 특정인을
지칭하는 게 아닌 모든 사람들의 관계를 포괄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다.

<첼로와 케찹>이 공연된 문예회관 소극장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대학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듯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첼로와
케찹’이란 제목의 신선함에, 포스터의 속의 아름다운 결혼사진에 이끌려 ‘잔잔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기대하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연극을 다 본 후 그들의 반응은 ‘어렵다’, ‘모르겠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 연극은 나름대로 깊이 있는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을
다루었지만 가슴으로 와닿는 대신 머리로 생각케 하고 모호한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장면에서 주제를 너무 추상화 해 ‘나름대로’의 깊이만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장소:문예회관 소극장

공연시간:2001년 8월28일부터 9월13일까지

화,수,목 7시30분/금토 4시30분 7시30분 일, 3시 6시/ 월 쉼

공연문의:02)760-4800(문예회관),

011-9736-8186(극단)





지은진 기자 http://www.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이재용 회장 장남, 미국 시민권 포기·해군 장교 입대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지호(25)씨가 오는 15일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한다. 이재용 회장의 장남 지호씨가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해군 장교로 입대하면서, 이 회장의 두 자녀 행보가 다시 한번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업계에 따르면 장남 지호씨는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캐나다로 건너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 소재 대학에 입학했다. 최근 교환학생으로 미국 대학으로 옮겨 학업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씨는 이번엔 해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대 의사를 밝히며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오는 15일 139기 해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한다.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11주간 ▲제식 ▲전투기술 ▲기본소양 등 장교가 되기 위한 교육훈련을 거쳐 오는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임관한다. 훈련 기간과 임관 후 의무복무 기간 36개월을 포함하면 군 생활 기간은 총 39개월이다. 지호씨의 해군 장교 입대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2000년 미국에서 출생한 선천적 복수국적자이기 때문이다. 부친 이 회장과 모친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장

정치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이앤아이앙상블, 콘서트 ‘보이지 않는 것 - 내 안의 소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이앤아이앙상블이 오는 9월 27일(토) 오후 7시 30분 문아트그라운드 실버스크린홀에서 세 번째 정기콘서트 ‘보이지 않는 것 - 내 안의 소리’를 개최한다. 이앤아이앙상블은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공연에서 500석 규모 객석을 전석 매진시키면서 주목받았으며, 올해는 한정된 50석 규모의 공간에서 더욱 밀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소리’를 주제로 음악, 마임, 영상이 결합된 다층적 무대 형식으로 진행된다. 관객은 연주자들의 호흡과 움직임, 무언의 퍼포먼스, 대형 스크린의 영상미를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공연의 완성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이앤아이앙상블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에 자신들이 직접 작곡한 음악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자작곡은 매 공연마다 높은 호응을 얻으며 ‘이앤아이앙상블만의 색깔’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창작 작업을 통해 모던 팝 클래식이라는 독창적 장르를 개척하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아우르는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이앤아이앙상블 바이올린 박진희, 기타 김도윤, 첼로 김혜영, 건반 이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생성형 AI 활용…결국 사용자의 활용 능력과 방법에 달려 있다
지난 2022년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오픈AI에서 개발한 챗GPT를 비롯해 구글의 Gemini(제미나이), 중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딥시크, 한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뤼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계 미국기업이 개발한 젠스파크 등 생성형 AI 활용시대가 열리면서 연령층에 상관없이 생성형 AI 활용 열기가 뜨겁다.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려야 할 수 있는 글쓰기, 자료정리, 자료검색, 보고서, 제안서 작성 등이 내용에 따라 10초~1시간이면 뚝딱이니 한번 사용해 본 사람들은 완전 AI 마니아가 되어 모든 것을 AI로 해결하려 한다, 이미 65세를 넘어 70세를 바라보는 필자는 아직도 대학에서 3학점 학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개강 첫날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글쓰기 과제물을 10회 정도 제출해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활용해도 좋으나 그대로 퍼오는 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주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그대로 퍼오는지 여부를 체크 할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큰소리가 아니라 지난 학기에도 실제 그렇게 점검하고 체크해서 활용 정도에 따라 차등 평가를 실시했다. 이렇게 차등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필자가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