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20 (토)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문화

대중문화에 부는 패러디 논쟁과 열풍

URL복사



지금 문화계는 ‘패러디’몸살



이재수 ‘컴배콤’으로 불거진 대중문화 패러디 논쟁과 열풍



“윤초시댁은
큰 일 났어. 대가 끊기게 생겼어. 근데 그 애가 여간 잔망스러운게 아냐. 글쎄 지가 죽으면…” 여기까지 들으면 “입던 옷을 묻어달라”는
대사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러나, <엽기적인 그녀>에서 결론은 다르다. “저를 업어줬던 남자애를 산 채로 묻어달라 그랬대지
뭐야.”

황순원의 국민 소설 <소나기>를 패러디 한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는 이 외에도 <비천무>, <매트릭스>
등 잘 알려진 영화들을 다수 패러디 해 웃음을 유발한다.

<엽기적인 그녀>가 300만명 관객 끌어 모으기에 성공한 배경에는 재치 있는 패러디가 한몫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넘쳐나는 패러디 문화

패러디가 대중에게 사랑 받는 기법임은 대중문화 전반에 넘쳐나는 패러디 홍수를 통해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디즈니 영화의 캐릭터를 모방한 <슈렉>이 흥행에 성공했고, 국내에서도 <재미있는 영화>라는 제목의 본격 패러디 영화를
준비중이다. 각종 시트콤과 코미디에서 패러디는 단골 소재다.

뮤직비디오 시장도 패러디가 한창 인기다. 가수 ‘클릭B’는 영화 <맨발의 청?gt;과 <오발탄>을, ‘쿨’은 <공동경비구역
JSA>를, ‘핑클’은 <러브레터>, <쉬리>, <귀여운 여인>, <천장지구>를 패러디
했다.

인터넷 공간에서 패러디는 더 과감한 모습으로 활개친다. ‘딴지일보’로 시작된 패러디 사이트는 이제 웬만큼 유명한 언론이나 회사는 대부분
다루어졌을 정도로 많다. 심지어 패러디 사이트만을 대상으로 한 전문 검색 사이트가 존재할 정도다.

인터넷 배너 광고의 대다수는 기존 텔레비전 CF나 드라마를 살짝 비튼 형식을 취한다.

얼마 전에는 토킥(TOKIC)·톡플(TOKFL)이라고 해서, 토익(TOEIC)과 토플(TOEFL)을 빗댄 유머가 사이버 공간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과격한 패러디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조선일보’를 ‘좆선일보’로, ‘동아일보’를 ‘똥아일보’로, ‘한겨레’를 ‘한걸레’로 명시하는
것이 그 예이다. 영화 포스터나 음란물을 패러디한 시사 비판은 이미 사이버 세계에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패러디가 유행하는 문화 현상을 “한 나라가 기존의 근대적인 유산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문화적 유산을 소비하는 탈 산업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증후”로 해석한다. 기성세대가 지켜온 가치와 주류문화의 권력이 본격적으로 위협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패러디가 기존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라면, 패러디의 진정한 가능성은 ‘전복’에 있다. 패러디란 말은 ‘대응노래(counter-song)’라는
뜻의 고대 희랍어 ‘parodia’에서 나왔다. ‘parodia’의 접두어 ‘para’에는 ‘대응하는(counter)’, 반하는(against)’,
‘이외에(bcsidcs)’의 뜻이 있다. 패러디의 어원에 기존 문화를 뒤집고 비튼다는 가치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무엇이
패러디인가


기성 문화를 풍자하는 이른바 ‘패러디 정신’은, 패러디 작품을 창작과 표절로 구분하는 결정적 잣대로 흔히 언급된다. 하지만 실제로 패러디
작품을 창작과 표절로 나누기는 간단치 않다. 서태지가 이재수의 패러디 음반 <이난>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된
‘서태지-이재수’ 논쟁은 패러디의 범위와 의미 규정이 얼마나 미묘한 문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동연 문화평론가는 ‘서태지-이재수’ 사건과 관련해 패러디의 보편적인 ‘정신’을 강조한다.

“그냥 웃겨보려 했다는 것은 패러디 행위를 옹호 받을 수 있는 타당한 이유는 아닌 것 같다. 패러디는 표절과는 분명히 다르고 독자적인 창작행위를
보장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안에 비판과 풍자정신이 없다면 옹호되기 어렵다.”

서정신 문화평론가의 입장은 다르다. 서태지는 이미 문화권력이며 그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패러디의 진정성을 확보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이재수의 ‘컴배콤’에는 서태지의 ‘컴백홈’에 대한 충분한 비판이 있다는 시각이다.

서정신 문화평론가는 ‘패러디와 저작권 문제 토론회’에서 “패러디의 충족조건은 웃자는 것이지 엄숙하고 무거운 문화전복적 임무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해, 패러디의 경계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외국의 경우에도 패러디에 대한 명확한 법률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패러디 문제는 일률적으로 적용시킬 수 없는 섬세한 사안이다.



상식이 통하는 문화풍토 조성이 우선

외국의 선례를 우리에게 적용시키기에도 무리가 있다. ‘서태지-이재수’ 사건에는 한국대중음악계의 특수성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종우 딴지일보 논설위원은 외국의 경우 패러디 관련법안이 없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를 “기본적으로 양심과 상식, 이해와 관례에
의해 서로간에 용인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상식에 의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문화계의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다는 말이다. 서태지가 여유를 보일 수 있는 문제를
법정으로까지 끌고 간 데에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우리 문화의 환경이 패러디에 대해 관용을 베풀기에는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비도덕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패러디 문화가 양적으로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대중문화의 토대가 건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풍자나
비판이 있는 패러디만을 받아들이든, 혹은 순전히 웃음만으로 패러디의 가치를 인정하든 간에 문화적 의식 수준이 높고, 문화계가 구조적으로
깨끗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단한 문화 토양 안에서 자체적으로 거르고 뽑아내며 성장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춘옥 기자 http://www.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내란전담재판부, 공정 재판 vs 입법독재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여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위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그동안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강력 추진하고 있으며, 야당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사법권의 독립과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 될 위험성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당,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발의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1·2심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명의 법관으로 구성된다. 관련 사건을 맡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 판사 3명도 추가 임명하기로 했다. 내란전담재판부·영장전담법관 추천은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맡고, 후보추천위원은 법무부 1명, 법원 판사회의 4명, 대한변호사협회 4명씩 추천으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법안에는 위헌 논란이 있던 ‘국회 추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됐던 판사의 구성 추천 권한을 국회가 갖는 것은 삼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BTF 푸른나무재단, 한국최초! 바티칸 교황청 초청으로 AI 시대 청소년 보호 제안 연설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BTF 푸른나무재단(이사장 박길성)이 유일한 한국 연사이자 전 세계 NGO 최초로 2025년 9월 11일~12일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교황청 신학학술원 국제세미나에 공식 초청받아 패널 연사로 발표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임명받은 안토니오 스타글리아노 교황청 신학학술원장에게 직접 초청을 받았다. 교황청 국제세미나는 “창조, 자연, 환경, 평화로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전 세계 종교·학계·문화·시민사회 인사들이 모여 인류와 피조물의 공동선을 위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개최되었다. 세미나는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 추기경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교황이 AI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와 같이 21세기의 도덕적 위기에 함께 맞서며 평화롭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국제적 협력과 피조물(생명)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BTF 푸른나무재단 박길성 이사장은 ‘피조물의 찬가 –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옹호(청소년 위기 문제)’ 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서, 지난 30년간의 재단 활동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청소년 보호와 AI 시대의 새로운 폭력 대응 과제의 시급성을 공유하며, 국제사회에 새로운 규범 마련을

문화

더보기
추석 연휴 끝자락 ‘여유작 콘서트’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오는 10월 8일부터 9일까지 보름달처럼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추석 연휴 끝자락에 ‘여유작 콘서트’를 개최한다. ‘여유작 콘서트’는 가을 하늘 아래 국악마당에서 열리는 야외 힐링 콘서트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가족 나들이객과 외국인 관광객, 인근 주민 등 다양한 관객층이 자유롭게 앉아 공연을 감상하며, 도심 속에서 국악을 더욱 친근하게 누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공연에는 대중 친화적인 색깔로 사랑받고 있는 두 팀이 무대에 오른다. 먼저 10월 8일 무대에 오르는 삼산은 고향 삼산면에서 이름을 따온 싱어송라이터로, 미디 사운드에 가야금, 해금 등 한국적 색채를 더해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재치 있는 가사와 개성 있는 스타일로 주목받는 신예 국악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9일에는 ‘듣는 이의 마음(心)을 풀어주고 채워주는(Full) 음악을 한다’는 의미를 담은 심풀이 무대를 꾸민다. 심풀은 소리꾼 3인(김주원, 박유빈, 김소원)과 해금(서지예), 타악(강경훈), 건반 연주자(김세움)로 구성된 판소리 그룹으로,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감각으로 전통 판소리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일 안 해도 돈 준다’…청년 실업 대책, 계속되는 엇박자
‘청년 백수 120만’ 시대를 맞아 정부가 청년 고용 확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올해부터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강력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백수’는 대한민국에서 15~29세 청년층 중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는 실업자는 아니지만, 실직 상태이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또는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쉬었음’ 인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서 전년보다 7만여 명 이상 늘어난 120만7천 명에 달했다. 이중 실업자는 약 27만 명, 취업준비자 약 43만 명, ‘그냥 쉬었음’이 약 50만 명으로 그냥 쉰다는 ‘쉬었음’ 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쉬었음’ 인구는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는 공식적인 용어로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청년(쉬었음 청년, 구직 청년, 일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데 자칫 일 안 해도 정부가 수당도 주고, 각종 지원도 해준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