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 어린이날인 5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려는 가족 단위 조문객들이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한모(40)씨 가족은 어린이날을 맞아 대부도 가족 나들이를 가는 길에 분향소에 들렀다. 8살과 10살 두 딸을 둔 한씨 부부는 딸들의 손을 꼭 잡고 조문했다.
한씨는 "아이들 때문에 집에만 있을 수 없어 일단 나섰지만 마음이 무거워 놀러가기 전 분향소부터 왔다"며 "실종자 부모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조문을 마친 한씨의 큰 딸(10)은 분향소 출구에 있는 소원지 게시판에 '언니 오빠,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라고 남겼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김모(45)씨는 "사고 후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며 "지금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숨진 단원고 학생과 비슷한 또래인 청소년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안양 인덕원고등학교 1학년 박모(16·여)양은 "사고가 만약 나에게 닥쳤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며 "언제 어디서 똑같은 사고가 또 일어날 지 모르는 만큼 선장 등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연휴임에도 분향소는 하루 종일 붐볐다. 오후 한때 조문객들의 대기 줄은 2㎞ 가까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희생자·실종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침묵시위 사흘째를 맞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조속한 실종자 수습과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와 청문회 도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분향소 출구에서 헌화를 마치고 나오는 조문객들을 향해 "아이들이 하늘에서나마 웃을 수 있게 해 달라"며 서명운동 참여를 간곡히 호소했다.
대다수 조문객들이 서명에 동참한 점을 감안할 때 이날 하루에만 수만 명의 조문객이 서명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안산시에 사는 엄마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다음 카페 '엄마의 노란손수건' 회원 100여 명은 머리에 노란색 손수건을 두르고 '아이들을 살려내라' '무능한 정부 OUT'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유족들 곁에서 침묵시위를 함께 했다.
이석현 전 함평군수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의미로 희생자와 실종자를 합친 수만큼의 흰 나비 302마리를 준비해 와 분향소 안에 방사했다.
한편 이날 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합동분향소에 다녀간 조문객은 3만6695명이다. 임시분향소에 방문했던 누적 조문객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39만6773명이 조문했다. 전날까지 전국 각지에 설치된 분향소를 다녀간 조문객 수는 115만5237명이다.
합동분향소에는 단원고 학생 185명과 교사 4명, 일반인 24명 등 213명의 영정이 안치돼있다. 사고 21일째인 6일에는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7명의 발인이 안산지역 장례식장 3곳에서 엄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