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4 (월)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기업인 살인사건 (제6회)

  • 등록 2007.03.02 12:03:03
URL복사
“그, 글쎄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어딘가 음색이 틀린 것 같기도 합니다만... 아 맞았소. 내가 우이동에 뛰어갔을 때 가정부는 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맞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말이 맞는 말이군요.”
“바쁘신데 한가지만 더 여쭙고 가겠습니다.”
이근우 계장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의 뒤에서 장형사와 마형사는 말없이 수첩에 메모만 하고 있었다.
“그날 백낙원 사장은 박사님이 진찰하실 때 이상한 얘기는 하지 않던가요? 단서가 될 만한 일이라도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글쎄요, 뭐 이렇다할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다만 누구에겐가 협박을 받고 있다, 그리고 몹시 겁에 질려 있었다는 것밖에는 모르겠군요.”
황박사는 지욱의 얼굴을 보며 대답하고 있었다. 그는 왜 백낙원 사장이 죽기 전, 김지욱과 나경미의 결혼 때문에 협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형사들에게 하지 않고 숨기는 것일까...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천만에요. 의문나는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와 주십시오.”
수사계 형사들이 방을 나갔다.
“이거 미안하네. 아까부터 자네가 온 줄은 알고 있었지만.”
“좀 피곤해 보이십니다.”
“그래 갑작스런 백낙원 사장의 죽음이 날 이렇게 곤혹스럽게 만드는군. 어서 좀 앉게.”
황박사는 지욱이 소파에 앉기를 기다려 이내 간호사를 불렀다.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따끈한 차라도 끓여내 와요.”
간호사가 다시 지욱에게 목례를 해보이고 방을 나갔다. 어찌됐거나 지욱은 황박사에겐 귀한 손님임에 틀림없었다.
“그래 어떻게 여길 다 오셨나? 그런 시간 있던가?”
“실은 뭐 좀 여쭈어 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아니 뭔데? 자넨 건강하니까 병 때문에 온 것은 아닐테고.”
“어제 집사람이 다녀갔었죠?”
“여길? 안 왔었는데.”
“안 왔어요? 간호사는 왔었다고 하던대요.”
“그래? 그럼 내가 없을 때 왔었나... 간호사! 이간호사!”
황박사는 요즘 정신이 없다면서 또 간호사를 불렀다. 아까의 간호사가 다시 들어왔다. 그 손에 찻잔이 들려 있었다.
“이거 박사님께서 중국 가셨을 때 가져오신 차예요.”
“아니 차가 문제가 아니고, 어제 김회장님댁에서 자부님이 다녀갔었나?”
“네, 오셨어요. 참 제가 깜박 잊고 박사님께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몇 시쯤이죠? 그 시간이...”
지욱이 불쑥 간호사에게 물었다.
“박사님이 안국동에 왕진가신 게 4시니까, 4시 10분경일 거예요.”
“그런 걸 잊어 버림 어떻게 하지?”
“죄송합니다.”
“진찰받으러 왔는데 내가 늦는 바람에 가 버린 모양이군.”
“오늘 다시 들른다고 하셨어요.”
간호사가 지욱을 쳐다봤다.
“얼마나 기다렸습니까?”
“한 30분 기다리셨을 거예요.”
“알았습니다.”
간호사 원장실을 나갔다. 황박사는 지욱의 앞에 놓인 찻잔의 뚜껑을 손수 열어 줬다.
“어서 들게나.”
“네.”
지욱은 찻잔을 감싸쥐고 한 모금 마셨다. 쌉싸름한 중국녹차의 향기가 지욱의 코를 자극했다. 지욱은 또 생각에 잠겼다. 백낙원 사장 살해사건과 아내의 실종사건이 관계가 있는 건지는 구체적으로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었지만, 김지욱은 막연하나마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의 방계회사 사장이 갑자기 누구에겐가 살해당했으며, 그 사건에 곧이어 또 아내가 행방불명이 됐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치고는 너무나 지나친 우연이었다.
“자네 안색이 좋지 않군. 무슨 일 있었나? 왜 부인은 찾고 그러지?”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예요.”
지욱은 황망히 도리질을 했다. 황박사는 지욱의 태도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있었다. 평소 이 병원에 자주 오지도 않던 김지욱이다. 그가 불쑥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했지만 어제의 경미의 행방을 묻는다는 건 더욱 이상했다.
“부인한테 무슨 일이 있었나?”
“아닙니다.”
“어제 우리 병원에 들른 것이 무슨 의미가 있지?”
황박사는 계속 추궁했다.
“전화 좀 쓰겠습니다.”
지욱은 괴로운 듯이 훌쩍 일어나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렸다. 전화를 받는 것은 유리였다.
“유리냐? 아직 연락 없지?”
“네. 아직 연락 없어요.”
“전화 오거든 잘 받아 둬.”
지욱은 수화기를 놓고 다시 소파에 앉 았다.
“뭐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나? 난 주치의가 아닌가? 아버님도 나만은 믿어. 거리낌없이 말해 보게.”
“아직 말씀드릴 단계가 아닙니다. 아내가 돌아올지도 모르니까요.”
“아니, 그럼 부인이 집을 나갔단 말인가?”
“나간 게 아니라, 외출하고는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뭐라고?”
황박사도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얼굴이 핼쓱해졌다. 물론 황박사도 죽은 백낙원 사장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실제로 백낙원 사장은 살해당하기 직전에 김지욱과 나경미의 결혼이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예언을 하지 않았던가?
(아닙니다. 그 결혼은 곧 파탄이 납니다. 난 그걸 알아요. 어쩌면 신부가 죽게 될 지도 모릅니다.)
황박사는 백낙원 사장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 울리는 것 같았다.
“음... 그러면 역시 백사장의 말이...”
“네, 무슨 말씀입니까?”
“아, 아닐세. 나 혼자 해본 소리야.”
“백낙원 사장이 뭐라고 했는데요?”
이번엔 지욱의 추궁이 집요했다.
“아니라니까.”
황박사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백낙원 사장의 알쏭달쏭한 예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경미가 실종된 지금 백사장의 예언은 정말 맞아떨어진 것이다. 황박사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렇다고 지욱에게 곧이곧대로 말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럴 즈음 황내과에서 김지욱과 만나기로 했던 우형빈은 교동 골목에서 수사과 형사들과 마주쳤다.
“아니, 자네들 웬일인가?”
“아이구 주임님, 어딜 가세요?”
장형사가 우형빈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이런 데도 나타나십니까?”
마형사도 히죽 웃었다.
“일이 좀 있어서... 그런데 표정들을 보니 굵직한 단서라도 붙잡은 모양이지?”
“웬걸요. 거 우이동의 백사장 사건 때문에 황내과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그래? 수고들 하라구.”
우형빈은 그들과 헤어졌다. 그도 백사장 사건을 잘 알고 있었다. 몇 가지 더 묻고 싶었지만 사건담당이 아니었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황내과로 향했다.
우형빈과 김지욱이 황내과에서 만나 바로 명동으로 향한 건 그로부터 한 시간 후였다.
“저기지? 그 양장점 말이야.”
(계 속)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양곡관리법·농안법, 국회 본회의 통과...농안법도 국회 본회의서 가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前대통령 1호 거부권'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과잉 생산된 쌀을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찬성 199표, 반대 15표, 기권 22표로 가결했다. 쌀값이 급락한 경우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됐다가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이 처음 행사돼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이 재추진한 이번 개정안의 수정안에서 여야는 사전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통한 수급 조절, 당해년도 생산 쌀에 대한 선제적 수급조절 및 수요공급 일치, 쌀 초과 생산 및 가격 폭락 시 수급조절위원회가 매입 관련 심사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수산물 시장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내용의 농안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 찬성 205표, 반대 13표, 기권 19표가 나왔다. 농안법 개정안은 국내 수요보다 농수산물이 초과 생산되지

경제

더보기
IBK기업은행, 창립 64주년 기념식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IBK기업은행은 1일 창립 64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6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은행장은 중소기업을 향한 사명감과 진심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온 기업은행의 역사를 돌아보며 글로벌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밝혔다. 김 행장은 “특히 올해 전례 없는 각종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미국 발 관세위기 등 대내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중기대출 지원으로 중기금융 역대 최대 점유비를 달성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금융을 적극 실천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하남데이터센터 이전’과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유치’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자등록 원스톱 서비스’,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도 그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어 “불확실성의 위기가 심화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을 향한 진실 되고 선한 마음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혁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