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홍명보호가 사상 첫 월드컵 원정 8강 진출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 통과의 분수령이 될 러시아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을 오는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치른다.
첫 판에 홍명보호의 월드컵 성패가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9위 러시아는 한국(57위)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만날 벨기에(11위)와 비교하면 그나마 상대하기 수월한 편이다.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평가전에서는 1-2로 패했다.
러시아는 한국이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다. 허정무(59) 선수단장은 "(러시아와의)첫 경기가 건곤일척의 승부가 될 것이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건곤일척(乾坤一擲)'은 '하늘과 땅, 즉 천하를 걸고 마지막으로 벌이는 단판 승부'로 사실상 지면 끝이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홍 감독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홍 감독은 앞서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며 "다른 2경기가 있지만 첫 경기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중요성을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홍명보호는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을 떠나 미국 마이애미에서 최종 전지훈련을 펼쳤고, 이달 12일부터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포즈 두 이구아수의 플라멩구 스타디움에서 러시아전을 대비한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지난달 28일 튀니지(0-1 패), 이달 10일 가나(0-4)와의 평가전에서 연이은 패배를 당하면서 확실한 예방주사도 맞았다. 16일 쿠이아바에 입성한 홍명보호가 러시아만 바라보고 있다.
◆역습 막고, 수비 뚫어야
러시아 축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카펠로식 실리축구'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명장 파비오 카펠로(68·이탈리아) 감독의 지휘 아래 러시아는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이기는 축구에 익숙하다.
러시아의 가장 큰 무기는 끈끈한 수비 조직력과 한 방이 있는 역습이다. 선수단 23명을 모두 자국리그 출신으로 구성해 끈끈한(?) 정도가 남다르다.
포르투갈과 한 조에 속한 유럽 지역예선(10경기)에서 5실점(20득점)밖에 허용하지 않으며 1위로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홍명보호는 러시아의 역습을 방지하기 위해 수비와 함께 공격 방법에 많은 신경을 썼다. 자칫 공격이 차단될 경우, 실점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격 방향은 중앙보다 측면을 주로 활용할 방침이다. 수비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부터 수비라인까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빠른 공격전개도 가다듬었다.
러시아 선수들의 좋은 체격조건을 고려해 공수 세트피스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게 했다.
후반 중반 이후 체력저하가 두드러지는 러시아의 약점을 간파해 늦은 시간에 승부를 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러시아의 평균연령은 27.6세로 H조에서 가장 많다.
카펠로 감독도 "구체적인 월드컵의 목표보다는 한국과의 1차전만 생각하고 있다"며 첫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상황이다. 한국과 러시아의 첫 판 승부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차전 잡으면 8부 능선 넘는다?
한국과 러시아 모두 첫 경기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왜 일까. 역대 월드컵 통계가 이같은 배경을 뒷받침한다.
본선 진출국이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어난 1998프랑스월드컵을 포함해 최근 4개 대회에서 조별리그 1차전 승리 팀이 16강에 진출한 확률은 84.7%에 달한다.
최근 4개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리를 챙긴 46개국 중 39개국이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프랑스월드컵에서는 1차전 승리 팀 11개국이 모두 16강에 진출했다.
무승부만 거둬도 절반 이상의 확률로 16강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36개국이 첫 경기에서 비겼는데 이중 21개국이 16강에 올랐다. 확률은 58.3.%
홍명보호 입장에서는 러시아를 상대로 최소한 비겨야 뒷날을 도모할 수 있다. 패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6강 진출 가능성이 큰 폭으로 낮아진다.
첫 경기에서 패한 팀이 16강에 오른 경우는 4개 대회 통틀어 4차례에 불과하다. 패한 46개국 중 16강 진출국이 4개로 확률이 8.6%밖에 되지 않는다.
첫 경기에서 승리하면 심리적 안정과 함께 자신감을 가질 수 있지만 패하면 낭떠러지다.
◆러시아의 경계 대상은
거스 히딩크(68·네덜란드) 전 러시아 감독이 가장 유능한 선수로 꼽은 알렉산드르 코코린(23·디나모 모스크바)을 공격의 핵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베테랑 공격수 알렉산더 케르자코프(32·제니트)와의 최전방 공격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코코린은 지역예선 8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며 간판 공격수로 급부상했다. A매치 22경기에서 5골을 기록 중이다.
좌우에 설 것이 유력한 샤토프(24·제니트), 알렉산드르 사메도프 (30·로코모티프 모스크바)와 이루는 삼각편대가 위력적이다.
허리 라인에서는 자고예프(24·CSKA 모스크바)가 눈에 띈다. 자고예프는 무릎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로만 시로코프(33·크라스노다르)의 대체자로 꼽힌다.
빅토르 파이줄린(28·제니트)과 함께 러시아 공수의 중심에 설 게 유력하다. 역습 흐름도 이들에게서 나온다.
러시아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인 수비라인은 지역예선 때와 큰 차이가 없다.
경험 많은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35·98경기)와 알렉세이 베레주츠키(32·78경기·이상 CSKA모스크바)가 가운데를 맡고, 드미트리 콤바로프(27·23경기·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알렉세이 코즐로프(28·11경기·디나모 모스크바)가 함께 포백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예선 전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28·CSKA모스크바)가 러시아의 골문을 지킬 게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