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아시아 축구 자존심 지켜라.'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조별리그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홍명보호의 임무가 더욱 막중해졌다.
26일(한국시간) 이란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의 F조 3차전을 끝으로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모든 경기가 끝났다.
아시아 전통의 강호로 평가받던 이란이 이날 월드컵 첫 출전국인 보스니아에 1-3으로 완패를 당하면서 아시아 국가 가운데 세 번째로 짐을 쌌다. 최종 성적 1무2패.
앞서 호주와 일본은 높은 세계 축구의 벽 앞에 가로 막혀 1승도 챙기지 못한 끝에 초라하게 돌아섰다. 죽음의 조에 속한 호주는 네덜란드전에서 잠시 대등한 흐름을 이끌기도 했지만 2-3으로 석패했다. 3패였다.
일본은 그리스와의 무승부를 제외하고 코트디부아르(1-2패), 콜롬비아(1-4패)에 무릎을 꿇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부재를 뼈저리게 실감하며 수준 이하의 공격을 펼쳤다. 일본이 3경기에서 넣은 골은 2골로 이번 대회 평균에도 못 미쳐 '변비 축구'라는 오명까지 썼다.
4년 전 남아공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며 세계 축구에 보여줬던 아시아 축구의 매운 맛은 온 데 간 데 없다.
선수비 후역습 위주의 소극적인 아시아 축구 플레이도 공격 위주의 다른 '축구 열강' 앞에 힘을 쓰지 못하는 한 가지 이유로 지적된다.
이제 아시아 국가의 남은 경기는 한국이 벌이는 벨기에와의 H조 3차전 뿐이다. 그나마도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H조 최하위 한국(1무1패)이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벨기에를 다득점으로 이긴 뒤, 알제리-러시아전에 기대를 걸어야 한는 상황이다. 한국과 비슷한 처지의 러시아(1무1패)가 알제리를 1-0 정도로 근소하게 이기면 골득실을 따져 기대해 볼 수 있다.
대표팀 자체의 성적 부진으로 고민을 안고 있는 홍명보(45) 감독은 아시아의 부진을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
반드시 16강 진출까지는 아니어도 아시아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승리가 꼭 필요하다. 한국마저 숭리없이 탈락한다면 24년 만에 아시아 국가의 월드컵 '무승' 수모를 재현하게 된다.
아시아는 1994년 미국월드컵부터 지난 남아공 대회까지 매 대회 1승 이상씩을 거둬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2승(1994년), 이란의 1승(1998년) 등 중동 국가가 90년대 중·후반 선전을 펼쳤다. 한국과 일본은 2002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매 대회 1승 이상씩을 맛봤다.
브라질월드컵 현장을 찾은 오카다 다케시(58) 전 일본대표팀 감독은 "힘과 골 결정력 등의 부진이 불거지는 것 같다"며 아시아 축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호주의 에이스 팀 케이힐(35·뉴욕 레드불스)을 제외하고는 전문 공격수의 활약이 눈에 띄지 않았다.
러시아전에서 1골을 터뜨린 이근호(29·상주)도 원톱이 아닌 측면 공격자원이고, 콜롬비아전에 1골을 넣은 일본의 오카자키 신지(28·마인츠)도 측면 미드필더다.
무거운 짐을 어깨에 매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아시아 축구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과도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막 올라가는 상황에서 전에 있던 흐름들을 따라가는 현상이 있어 보인다. 이번 월드컵을 보면 굉장히 터프하고 피지컬적으로도 좋은데 그런 부분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짚었다.
벨기에와의 '운명의 한 판'을 앞둔 홍명보 감독이 스스로 지적한 정체를 극복하고 구겨진 아시아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과 벨기에의 3차전은 27일 오전 5시 상파울루의 아레나 지 상파울루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