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1명이 더 뛰었음에도 졌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7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지 상파울루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상대의 퇴장으로 1명이 많은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0-1로 졌다.
톱시드국이자 H조 최강인 벨기에를 상대로 투혼을 발휘했지만 반드시 이겼어야 하는 경기에서 쓴잔을 마셨다.
한국 축구의 영원한 과제인 골 결정력 부재와 수비 집중력 저하가 다시 한 번 발목을 잡은 경기였다.
후반 막판 공세를 퍼부은 한국이 전체 슈팅수와 유효슈팅에서 각각 18-16과 12-11로 앞섰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중거리 슈팅에 이어 끝까지 골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은 상대와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로써 한국은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1-1로 비긴 이후에 내리 2패를 당하며 1무2패(승점 1)를 기록, H조 최하위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홍 감독은 1~2차전에서 선발로 기용했던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아스날)과 골키퍼 정성룡(수원)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카드를 들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대신 김신욱과 김승규(이상 울산) 카드를 들었다. 벤치에 있던 박주영은 아예 나오지 못했다.
16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한 벨기에는 예상대로 선발 명단에 큰 변화를 줬다. 경고가 있거나 부상 중인 주전 멤버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대신 아드난 야누자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테번 드푸르(포르투), 니콜라스 롬바르츠(제니트), 앙토니 반덴보르(안더레흐트) 등 앞선 1~2차전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던 새 얼굴들을 대거 내보냈다.
초반 분위기는 팽팽했다. 태극전사들은 미드필더진부터 몸을 던지는 육탄 플레이로 벨기에를 압박했다.
공격에서는 196㎝ 장신 공격수 김신욱의 제공권을 활용했다. 벨기에 선수 1~2명과 공중 볼을 경합하면서도 공을 따내 효과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후에 연결되는 장면이 별로 없었다. 기회가 와도 슈팅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부정확한 패스플레이도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한국은 전반에 볼 점유율에서 43%-57%로 뒤졌지만 내용 면에서는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슈팅수(유효슈팅)에서도 5개(2개)-7개(5개)로 크게 뒤지지 않았다.
전반 막판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벨기에의 드프루가 전반 45분 김신욱의 발을 고의적으로 밟아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한국이 수적 우위를 점한 상황이다.
후반을 기대하게 했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을 대신해 첫 골의 주인공 이근호(상주)를 투입해 창을 더욱 날카롭게 했다.
그러나 수적 우위를 앞세운 한국은 높은 볼 점유율로 벨기에를 밀어붙였지만 골문 앞에서 주저하는 장면을 보이면서 답답한 축구를 선보였다.
후반 22분 김신욱을 빼고 김보경(카디프시티)을, 28분 손흥민(레버쿠젠)을 대신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투입했지만 답이 아니었다.
크로스와 패스는 부정확했고, 체력 저하 탓인지 움직임도 무거웠다. 10명이 뛴 벨기에는 오히려 활발했다.
벨기에의 역습에 골을 허용했다. 후반 32분 디보크 오리기(릴)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때린 중거리 슛이 골키퍼 김승규의 선방에 막혔지만 흐른 것을 얀 페르통언(토트넘)이 가볍게 골로 연결했다.
수비진 역시 무거웠다.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드러났던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앞서 전반 25분에는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혼전 중에 가랑이 사이로 공을 흘려 벨기에에 완벽한 기회를 허용했다. 드리스 메르턴스(나폴리)의 슛이 골문을 외면했지만 사실상 실점이나 다름없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날 한국 선수들은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에 그라운드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그러나 비효율적인 움직임은 어떠한 결과물도 내놓지 못했다. 세계 축구와의 수준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