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브라질월드컵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홍명보(45)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더 맡기기로 결정했다.
허정무(59) 축구협회 부회장은 3일 오전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상황이 홍명보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마감되는 것은 옳지 않아 홍 감독을 계속 신임하기로 했다. 홍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아시안컵까지 맡아줄 것을 설득하고 만류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2패를 기록, 1998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만에 무승으로 대회를 마치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2일 정몽규(52) 협회장과 홍 감독이 독대했고, 이 자리에서 홍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정 회장은 이를 반려, 명예회복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홍 감독의 계약 만료가 내년 6월로 아직 임기가 남은데 다 월드컵 준비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사령탑에 앉은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으로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이 사실상의 마지막 대회다. 이 대회에서 브라질월드컵에서의 부진을 씻어야 한다.
허 부회장은 “협회는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맡기에 너무 부족했던 1년이라는 기간을 홍 감독에게 부여한 협회의 책임이 더 크다는 판단으로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번 월드컵을 경험삼아서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하며 홍감독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민들은 홍 감독이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한국 축구에 남긴 발자국과 우리에게 선사했던 기쁨과 희망을 잘 알 것이다”며 “비록 (홍 감독이)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목표로 했던 성적을 거두진 못했으나 브라질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전술 부재, 선수기용 실패, 위기관리능력 부재 등 복합적인 지도력 부재를 드러내면서 강한 여론의 비판을 들어야 했다.
특히 월드컵을 직전에 두고 스스로 최종명단 선발의 기준으로 삼았던 '소속팀에서의 활약'이라는 원칙을 무시한 채 박주영(29) 등 몇몇 선수들을 선발해 '의리 엔트리' 논란을 불렀다. 이 때문에 후폭풍이 더욱 거셌다.
지난달 30일 대표팀의 인천공항 귀국 현장에서는 한 축구 팬이 호박엿 사탕을 던져 대표팀을 향한 강한 불만과 불신을 나타냈다. '한국 축구는 죽었다'는 자극적인 문구가 쓰인 현수막도 들었다.
홍명보호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잘 보여준 대목이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할 때,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홍 감독은 200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일구며 지도자로서도 승승장구해왔다. 그러나 브라질월드컵 실패로 화려했던 커리어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에 대해 허 부회장은 “홍 감독은 이번에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반성을 하고, 실패에 대한 원인을 깊게 절감하고 연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예회복의 무대가 돼야 할 아시안컵에서 기대이하의 성적을 거둘 경우 홍 감독과 협회를 향한 비난의 수위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