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독일의 베테랑 스트라이커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가 얄궂은 운명 속에서 월드컵 최다 골 기록 경신에 나선다.
클로제는 현재 브라질의 '전설' 호나우두(38)와 함께 월드컵 본선 최다골(15골) 공동 1위에 올라있다.
클로제는 앞서 지난 2002한일월드컵에서 5골을 터뜨리며 골 레이스를 시작한 뒤 2006독일월드컵에서는 5골을 추가했다. 이어 2010남아공월드컵에서는 4골을 더 넣었다. 지난 3차례 월드컵에서 총 14골을 기록한 클로제는 호나우두가 보유한 월드컵 최다골 기록을 1골 차로 추격했다.
독일이 지난 6월3일(한국시간) 브라질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발표할 때 세계 축구계의 주요 관심 중 하나는 클로제의 탑승 여부였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 때문이었다. 그가 우려를 딛고 당당히 '전차군단'에 이름을 올리자 모두들 환호했다. '대기록'이 탄생할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6월17일 조별리그 G조 1차 포르투갈전(4-0 승)에서 독일이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여유있게 앞서 나갔지만 클로제는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6월22일 조별리그 G조 2차 가나전(2-2 무)에서도 그는 선발 출전하지 않었다. 실망감이 커져가던 후반 24분 마침내 교체 투입된 클로제는 불과 2분 뒤인 후반 26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려 팀 패배를 막는 동시에 호나우두와 타이 기록을 세웠다.
이후 클로제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반면 골 소식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6월27일 3차 미국전(1-0 승)에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돼 골 사냥에 나섰지만 불발됐다.
뿐만 아니다. 지난 5일(한국시간) 프랑스와의 8강전(1-0 승)에서는 모처럼 선발 출전했으나 볼터지 32회만 했을 뿐 슈팅을 하나도 날리지 못한 채 후반 23분 안드레 쉬를레(24·첼시)와 교체 아웃되고 말았다.
클로제는 오는 9일 오전 5시부터 브라질 벨루 오리존치의 이스타지우 미네이랑에서 열리는 준결승전에서 꼭 새 역사를 쓰고 싶다는 일념이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상대가 상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바로 브라질이다.
클로제는 처음 밟은 꿈의 무대인 한일월드컵에서 무려 5골을 넣었으나 호나우두의 8골에 밀려 생애 첫 '골든부트(득점왕)'를 놓쳤다.
2006독일월드컵에서 자신이 5골로 골든부트를 신은 것이나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대표팀 후배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가 역시 5골로 자신을 제치고 골든부트를 신었던 것으로 볼 때 한일월드컵에서의 5골도 절대 적은 골이 아니다. 호나우두가 특별했던 것이다.
게다가 한일월드컵에서 독일은 결승전에서 만난 브라질에게 2-0으로 완패, 우승컵을 헌납하고 말았다. 당시 두 골을 모두 호나우두가 차넣은 것이었다는 것은 당시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던 클로제를 두고두고 참담하게 만들어왔다.
그랬던 브라질과 결승전은 아니지만 준결승전에서 만난다니 투지가 살아나고 각오가 새로워지는 클로제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두며 결승 문턱까지 온 요하임 뢰브(54) 감독이 클로제에게 또 다시 기회를 줄지는 사실 미지수다. 프랑스전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이 마음에 걸린다. 클로제는 이날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둔했고, 특히 후반에는 체력 저하도 드러내기까지 했다.
클로제로서는 가나전에서 자신의 동점포가 패배 위기에 몰린 독일을 살려냈던 것과 미국전에서 자신이 미국 수비수들을 달고 다니면서 공격의 숨통을 틔운 덕에 후반 10분 뮐러의 골이 생산될 수 있었던 사실을 뢰브 감독이 프랑스전에서 보인 자신의 부진 보다 먼저 기억하기를 바랄 뿐이다.
클로제가 통산 15골을 기록하자 호나우두는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를 통해 "(월드컵 최다골)클럽에 들어온 클로제를 환영한다"고 반겼다.
이에 대해 클로제는 "내 마지막 월드컵에서의 최종 목표는 최다골 기록 정상에 홀로 서는 것이다"며 "나는 스트라이커이고 여전히 더 많은 골을 원한다. 최다골 기록 보유자 명단에 가능한 오래 내 이름을 올려놓고 싶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내 목표는 3골이다. 이제 1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했다. 앞으로 몇 경기에 더 출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클로제가 호나우두의 나라 브라질의 골망을 흔들며 그토록 꿈꾸던 월드컵 최다골 단독 1위에 오를지 관심이다.
혹시 그 골로 브라질이 4강에서 탈락해 자국에서 열렸던 1950월드컵 결승리그에서 우루과이에게 패해 우승컵을 내줬던 '마라카낭의 비극' 보다 더 처참한 '미네이랑의 비극'이 일어난다면 클로제의 최다골 기록이 누군가에 의해 곧 경신된다 해도 그 골의 기록 만큼은 세계 축구사에 영원토록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