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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평화은행, 실적없으면 문닫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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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없으면 문 닫아라(?)



평화은행 합병 놓고 정부와 노동계간 마찰 심화



평화은행의 합병방안을
놓고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평화은행의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회사(이하 우리금융)는 지난 달 31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가 제시한 11월 20일까지 평화은행의 경영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회사인 한빛은행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평화은행노조와 한국노총 등이 정부와 우리금융의 합병 계획에 대해 ‘근로자 은행 죽이기’라며 강력 투쟁하고 있어 상당기간
진통이 예상된다.


근로자를 위한 은행

평화은행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상당 부분 소외되어온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과 금융복지증진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92년 설립되었다.
일반 시중은행과 똑같은 영업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노·사·정이 함께 참여한 준 특수은행이라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998년 4월 21일 열렸던 한국노총 간부와의 간담회를 통해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평화은행은 노동자들이 어렵게 설립한 은행이므로
IMF와의 협의를 통해 정부출자 예외인정 방안을 강구하고, 관련법 지원을 통한 대형화 방안 등 좋은 은행으로 키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근로자금융 확보를 약속한 바 있다. 또한 작년 7월 11일과 12월 22일에는 노정 합의사항을 통해 근로자금융에 대한 기능 재편을 내년
6월까지 유예하는 방침을 세웠다.


경영개선이행(MOU) 달성 실패가 합병 이유

평화은행은 2001년 9월말 현재 총 대출금 55,101억원중 89.3%인 47,213억원을 근로자에게 대출하고 있는가 하면 근로자주택
및 구입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27,901억원에 이르고 취급건수로는 21만건을 넘을 정도로 근로자관련 대출을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근로자금융이라는 특수한 성격을 지닌 평화은행이 합병 직전에까지 놓인 이유는 정부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체결한 경영개선이행약정(MOU)의
달성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경영난으로 인해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일부 은행들은 자금을 조달받기 전 예금보험공사와 경영정상화를
약속하는 사전 양해각서를 작성해야 한다. 평화은행의 경우 지난 3분기 영업실적이 흑자를 기록했지만, 양해각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실적은
아니다. 우리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평화은행 합병방안은, 먼저 은행 부문과 카드 부문을 분리한 후 은행은 한빛은행과 합병하고 카드는 다른
자회사들의 우량 카드와 연계해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이달 20일까지 경영개선계획을 예금보험공사에 제출해야 한다.


한노총
등 반발 거세


한국노총은 정부와 우리금융의 기능 재편안에 대해 지난 11월 1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노동자·서민금융 말살음모를 즉각 철회하라”며 근로자금융
사수를 위한 총력 투쟁을 결의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근로자금융정책을 정부의 변변한 지원하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평화은행이 수행해왔다”며 “유일한 근로자은행인 평화은행이 앞으로도 원활한 근로자금융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확실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 동안 ‘준특수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음에도 그에 상응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향후 평화은행이 근로자금융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충분한 정책적, 법제도적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평화은행 노조측도 정부와 금융지주회사의 기능 재편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평화은행 이천희(38) 노조위원장은 "94년부터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 등 각종 근로자금융을 전담해온 평화은행을 단순히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만으로 해체시킨다는 것은 근로자금융을 말살시키려는
의도"라며 현 정권의 경제정책을 강력히 비난했다. 은행 노조는 2분기 연속 MOU 미달성에 대한 조치로 지난 6월말 전 직원의
10%에 달하는 200여명의 직원을 명예퇴직 시켰고, 800%에 이르는 상여금 반납, 98년 이후 일체의 임금 및 복리후생비 동결 등의
자구책을 마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근거 희박해

노총과 평화은행 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은 △7.11 및 12.22 노정합의 준수와 이의 이행 △평화은행의 근로자 서민금융으로서의 독자성 보장
△정부와 지주회사의 근로자금융 지원 방안의 조속한 마련과 이행 △근로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근로자금융 정책 수립 △금융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보장 등이다. 은행 노조의 이 위원장과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 등은 지난 11월 2일 금융감독위원회를 항의 방문하여 이근영 금감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평화은행의 조기 기능 개편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정부 및 금감위를 비롯한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지주회사가
제공한 일방적인 자료만을 아무런 여과없이 수용했다”며 공정한 기준에 의한 검증절차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금감위원장은 “평화은행의 연말
추정재무사항에 대해 솔직히 전혀 아는 바가 없으며, 평화은행 문제는 우리금융지주회사와 평화은행이 서로 협의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금감위가
개입할 사항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해 기능 재편을 추진 중인 금융당국이 평화은행의 재무구조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풍겼다. 이 밖에도 금융당국과 우리금융이 기능 재편의 이유로 들고 있는 사안들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많다. 특별한 수익모델이 없어 당기순이익에도 불구하고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우리금융의 분석결과에 대해 노조는 여타의 시중은행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근로자 전문금융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경쟁력이 있는 은행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은행노조 이 위원장은
“다른 은행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특별한 수익모델이라고 있느냐”며 “금감원장과 당국이 생각하는 수익모델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한 금감위와 우리금융의 주장에 의하면 현재 평화은행 부실의 가장 큰 원인은 신용카드의 부실에 있다. 그러나 기능 재편안에 따르면
은행 합병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은행과 카드 업무를 분리해 카드전문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카드관련 자산규모가 당행보다
훨씬 큰 자회사의 카드업무를 분리하는 것이 카드자회사를 설립하는데 오히려 더 큰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왜 특별한 이유없이 정부의
주장대로 부실덩어리 카드 부문을 집요하게 떼어내 카드자회사를 설립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정 합의사항을 무시하며 근로자금융의 말살 술책이라는 의혹 앞에 당당하기 위해서라도,정부와 금융지주회사의 책임있는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MOU는 무엇인가?


MOU란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자인데, 본래 외교협상 과정에서 당사국이 조약 체결까지는
안가더라도 양국의 입장을 서로 확인하고 이를 준수하기로 약속하는 서면합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MOU라고 하는 것은 정식 계약
체결 전에 거래 당사자가 “양해각서”라는 이름으로 맺는 가(假)계약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얼마 전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회생시킨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을 외국 투자가에게 매각할 때에도 금융감독위원회는 각각 MOU를 체결한 바 있다. MOU
체결 후의 정식 매매계약은 자산실사 후 매매가격을 정산한 후에 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은행들이 거래처와 업무협조
약정을 할 때에도 정식 계약보다는 부담 없어 보이는 MOU 형태를 선호하는 예가 많다.






장진원 기자 newsboy@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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