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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방송사 개편은 시청률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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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개편 목적은 오직 시청률?


공익성 뒷전, 오락프로그램만 대폭 늘여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방송사 가을 개편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될 수 있겠다. 개편 때마다 방송3사는 한결같이 ‘공익성’을 앞세웠지만, 구호에만
그칠 뿐 실제 프로그램 편성의 기준은 어김없이 시청률에 있었다. 이번 가을 개편에도 공익성은 뒷전으로 밀려난 양상을 보여,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각 방송사 게시판과 매체에 잇따르고 있다.

KBS와 MBC는 11월부터 대대적인 개편을 시작, 무려 40개가 넘는 신설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각 방송사의 개편 지침은 ‘공익성 보강’과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확대’였다. 하지만 이번 가을 개편의 두드러진 특징이 ‘오락프로그램의 강화’라는 것은 쉽게 확인된다. 새로운 형식의
토론 프로그램으로 소수지만 확실한 매니아층을 확보했던 KBS ‘시사난타 세상보기’, 노인대상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실버’, 성공인사들의
도덕적 덕목을 짚어낸 MBC ‘성공시대’, 환경문제의 실태와 대안을 모색하는 ‘환경르포’ 등 평가는 좋았지만 시청률이 낮았던 프로그램이
무더기로 폐지된 것이 그 증거라고 하겠다.

하지만 시청률을 높이려는 각 방송사의 노력에도 불구, 개편 프로그램이 방영된 3주간의 ‘시청률 성적표’는 저조하게 나타났다. 본격 개편에
앞서 시작된 MBC 주말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을 제외하고는 SBS ‘여인천하’, K1TV ‘태조왕건’, K2TV ‘개그콘서트’ 등의
개편 이전 프로그램이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며 순위 변동은 거의 없었다.


‘공영성+오락성’ 그 가능성과 한계

MBC의 개편 대표 프로그램은 ‘느낌표’와 ‘타임머신’이다. MBC는 개편발표회에서 “공익성과 오락성의 절묘한 조화”을 강조했고, 그 일환으로
‘느낌표’와 ‘타임머신’을 제시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연예인 말장난’만 난무하는 10대 위주의 오락프로그램에
비해서 의도는 ‘기특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한계점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느낌표’는 신동엽, 이경규, 박경림, 김용만, 유재석의 호화 진행자를 내세우고 독서장려, 자연보호, 교통문화, 청소년문제 등 캠페인성
내용들로 구성했다. 교훈적인 오락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MBC의 정성은 곳곳에 드러나지만, 공익성에 대한 부담이 지나쳤던 것이 문제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장애인을 장시간 인터뷰하거나, ‘하자! 하자!’에서 하숙생의 ‘아침 밥 못 챙겨먹는 처지’를 지나치게 극대화하는
등, 억지 감동을 이끌어내려 한 점이 거슬렸다. 그 외 코너도 재치나 교훈적 의도는 돋보이지만 초기인 만큼 산만한 형식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20세기 신문 한 귀퉁이를 장식했던 사건들을 추적해 재연하는 ‘타임머신’은 ‘재미’ 면에서는 어느 정도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지나간
사건을 재연하는 형식이나 패널들의 대화 내용이 진부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특히, 택시강도 피해자의 에피소드는 인물의 희화화와 객관성 상실로
시청자의 불만이 높았다. ‘이경석’이라고 자신을 밝힌 시청자는 MBC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재미를 추구하는 오락프로그램이지만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소홀해서는 안되며 어느 한쪽의 입장에서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충고했다.

아침 주부 토크쇼 ‘손범수·전유성의 모닝카페’는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로 채워져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제작자는 이에 대해, “갑작스러운
개편으로 두 달 정도 새로운 내용을 제시하기가 힘들다”고 발표했다. MBC가 철저한 준비 없이 개편을 단행했음을 드러낸 단적인 사례다.


진부하고 저질스러운 오락프로그램

KBS 1TV는 청소년의 고민을 다큐형식으로 대변한 ‘접속! 어른들은 몰라요’와 교육문제의 대안을 제시하는 ‘현장다큐 선생님’ 등의 프로그램을
신설해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2TV는 더욱 적극적으로 오락프로그램을 보강했다.

K2TV의 눈에 띄는 특징은 ‘뉴스 7’의 신설이다. 저녁 8시에 방송되던 ‘뉴스투데이’를 폐지하고, 7시에 뉴스를 배치한 것은 이후 시간대를
철저한 오락프로그램으로 채워 넣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KBS는 “2TV를 1TV와 구별되는 ‘파워채널’로 만들 계획이다”고 밝혀, 그
뜻을 암시한바 있다.

문제는
오락프로그램들이 한결같이 저질스러움을 면치 못한다는데 있다. 시트콤 ‘잘난걸 어떡해’의 경우는 노골적 상황과 화장실 유머로 “민망하다”는
시청자들의 항변을 받고 있다. 버라이티 토크쇼 ‘이유 있는 밤’은 ‘기존 토크쇼와 차별화’를 꾀한다는 제작자의 말이 무색하게, 기존 프로그램들을
짜집기한 듯한 산만함과 진부함 일색이라는 평이다.

신동엽, 유승준 등 스타를 내세운 확률게임 ‘해피투게더’도 마찬가지다. ‘무서운 시청자’라고 자신을 밝힌 네티즌은, ‘해피투게더’의 비상식적
진행방식을 지적하며 개편 전반에 대한 거센 불만을 토로했다. “너무 재미위주로 프로그램을 만드신 것 같네요. KBS 개편 왜 하셨나요?
개편의도가 뭡니까? 시청자들 한밤중에 혈압 올리려고 시간대도 밤늦게 짠 겁니까?”

K2TV의 간판 오락프로그램 ‘토요대작전’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토요일 6시에서 7시의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가족이
공감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나섰다. 하지만, 10대 위주의 말장난식 진행방식은 여전하다.

특히, 특정 문제를 제시하고 대결을 펼치는 ‘후다닥 대작전’이라는 코너에 대한 비판이 많다. 대결의 목적도 무의미할 뿐 아니라, 방법이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17일 방영된 ‘개 데려오기’는 ‘동물학대’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시청률 때문에 그러나. 방송인들의
눈이 그렇게 근시안적인 건가. 더구나 KBS는 공영방송 아닌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기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심어 줘,
청소년에게 해악을 끼치는 프로그램이다.” 등 시청자들은 오락프로그램에서 즐거움은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전 히트 방송을 모방

이밖에도 개편방송들이 이전 방송의 포맷을 답습하거나 모방할 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MBC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은 10년 전에 히트했던 ‘사랑이 뭐길래’와 인물설정이나 배경, 스토리까지 똑같다. ‘타임머신’도 ‘앗! 나의 실수’나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를 합쳐놓은 듯한 프로그램이다. KBS의 ‘실패열전 장밋빛 인생’은 ‘성공시대’와 ‘인생대역전’을, ‘해피투게더’의 ‘대결막상막하’라는
코너는 ‘목표달성 토요일’과 ‘투나잇쇼’의 한 꼭지들을 적당히 버무려놓은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방송사의 상업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늘 그렇듯이 이번 개편도 교양프로그램보다 오락프로그램이 늘어났다.
특히 시트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계속 있었음도 불구하고, KBS는 시트콤을 더 신설했다.” 또한, “시청률만 의식한 편성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시청자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며, 프로그램 편성의 편중성에 대한 폐해를 꼬집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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