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2014~2015시즌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출사표를 밝히는 미디어데이였지만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여파가 느껴졌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002년 부산대회 이후 12년 만에 한국 남자농구 금메달에 큰 힘을 더한 이들의 각오는 일단 다른 이들과 달랐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유재학(51) 울산 모비스 감독은 6일 "다른 팀보다 팀과 같이한 시간이 짧지만 짧은 만큼 더 집중하겠다. 빨리 팀에 녹아들어서 올 시즌에 또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선수들도 비슷했다.
모비스의 주장 양동근(33)은 "비시즌에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다. 그 분위기를 망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 꼭 3연패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선형(26·서울 SK)도 "비시즌을 팀과 같이 보내지 못해 팀에 빨리 녹아드는 것이 첫 번째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운을 이어받아 팀에서 활력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규(23·창원 LG) 또한 "비시즌 동안 팀 훈련을 하지 못해 걱정스럽다. 그래도 대표팀에 있는 동안 배운 것이 많아 팀에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고, 양희종(30·안양 KGC인삼공사)과 조성민(31·부산 KT) 또한 "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이런 가운데 대표팀의 두 거목이었던 김주성과 양동근, 유 감독은 한국 농구의 문제점에 대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미디어데이 자리에서 한국농구에 대한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김주성은 "농구월드컵을 치르면서 몸싸움이나 개인적인 기술 능력의 차이가 났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개인 시간을 투자해 개인기술 연마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골밑 자원들 뿐만 아니라 외곽 선수들도 몸싸움이 심했다. 그런 것을 이겨내기 위해 근성도 근성이지만 웨이트 같은 것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주성은 개인기술을 키워야 한국 농구도 한층 재미있어질 것이라며 "그래야 프로농구에서도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양동근은 "각국의 가드들이 더 빠르고 좋은 슛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놀랐다. 혼자 주어진 시간에 어떤 운동을 해야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농구라는 스포츠가 몸싸움이 있는 격한 스포츠라는 것을 느꼈다. 선수들이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부딪히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한국 농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질문을 받은 유 감독은 "이 자리에 적합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질문이 나왔으니 하겠다"며 2년간 대표팀을 이끌면서 느낀 점을 설명했다.
유 감독은 "2년간 대표팀을 이끌면서 몸싸움과 기술이라는 단어가 떠나지를 않았다. 어릴 때 기술을 배워야 하고, 성인 무대에서 그 기술을 펼쳐보여야 한다"며 "어릴 때 기술을 배우지 않고 성인 무대에서 배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원 스포츠에 투자나 전임 감독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국 프로농구 규정 자체가 몸싸움을 허용하지 않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유 감독은 "농구의 재미가 서로 부딪히는 격렬함에도 있는 것인데 심판부에서 많이 휘슬을 분다. 우리 선수들이 몸 싸움을 거부하는 것이 몸에 뱄다"고 꼬집었다.
유 감독은 "몸싸움과 개인적인 기술이 가장 힘든 문제였다.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