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남자프로농구 주관단체인 KBL은 6일 오후 4시 제20기 2차 임시총회 및 제 3차 이사회를 통해 2015~2016시즌부터 외국인선수 2명을 동시에 뛸 수 있도록 규정을 손봤다. 외국인선수 두 명 중 한 명은 193㎝ 이하로 제한했고, 동시 출전은 2·4쿼터에 한정했다.
이날 오전 개막 기자회견에서 감독들 대다수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신임 김영기(78) 총재의 주도하에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통과시켰다.
어쩌면 현재 프로에서 뛰는 선수들보다 중·고등학교에서 땀 흘리는 어린 선수들에게 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인지도 모른다.
5명이 팀을 이루는 농구에서 2명의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된다. 그들의 문은 좁아졌고, 그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승리를 최우선에 두는 감독들에게 외국인선수는 필승 카드일 수밖에 없다. 국내선수들은 자연스레 들러리로 전락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전창진(51) KT 감독, 유재학(51) 모비스 감독이 국내선수들의 위축을 우려하며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배경이다.
이번 제도 개선은 유소년들의 방향 제시에 있어 심각한 혼란을 가중시킨다. 자신의 신체조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생존을 위한 무리한 포지션 변경, 기본기 훈련 소홀 등이 우려된다.
한때, 고교농구에서는 자신의 신장은 고려하지 않고 모두가 슛을 쏘는 기현상이 일었던 적이 있다. 외국인선수들이 득세하는 골밑에서 경쟁력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KBL은 여러 가지 규정 개정을 통해 숨통을 터주곤 했다. 외국인선수 동시 출전을 없앤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제도 개선은 국내 스타플레이어를 많이 발굴해 국내선수 중심의 리그로 재편하자는 기조에서 시대에 역행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단순히 다득점이 흥미로울 것이라는 일차원적인 생각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요즘 아마농구는 선수가 부족해 한 팀이 5명 미만으로 경기를 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문고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서울에는 초등학교 농구부가 4개에 불과하다. 지방은 고사 위기에 처한 지 오래됐다.
한 현역 고교 지도자는 "(프로의 경우)외국인선수 동시 출전이 가능해짐에 따라 국내선수로는 가드 1명, 슈터 1명, 전문 수비수 1명만 잘 꾸리면 조합이 나온다"며 "가장 많은 195㎝ 전후의 애매한 신장의 어린 선수들은 설 곳이 줄었다. 갈피를 잡기 어려워질 것이다"고 했다.
외국인선수 동시 출전이 허용되던 시기에 프로에서 뛰었다는 이 지도자는 "193㎝로 신장제한을 했지만 구단이 테크니션형 외국인선수를 뽑진 않을 것이다. 잘 찾아보면 그 신장대의 2옵션 빅맨을 얼마든지 뽑을 수 있다. 신장을 낮게 속일 수도 있다"며 "구단은 성적이 우선이다"고 했다.
이어 "학원 스포츠에서 농구가 갖는 위치가 예전같지 않다. 다른 종목으로의 이동도 많다.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