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여자 프로배구 사령탑들이 올시즌 공공의 적으로 IBK기업은행을 꼽았다.
여자부 6개 구단 감독들은 14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시즌 V-리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상대팀에 대한 탐색전은 덤이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어김없이 등장하는 공공의 적의 올해 주인공은 단연 IBK기업은행이었다.
취재진들은 분위기 과열을 막기 위해 올해 플레이오프 진출 예상 3개 팀을 꼽아달라고 수위를 낮췄지만 어김없이 초점은 우승 후보에 맞춰졌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인 GS칼텍스의 이선구 감독은 "이 자리에서 어느 팀이 1~3위를 한다고는 장담을 못한다"면서도 누가 1~3위가 될지 모르겠지만 IBK기업은행이 전력상으로 가장 좋지 않나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흥국생명과 현대건설도 선수를 많이 보강해서 두 팀이 이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GS칼텍스는 차근차근 1승씩을 쌓아서 플레이오프에만 진출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선구 감독이 포문을 열자 표적의 주인공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먼저 선을 긋기에 나섰다. 큰 화(?)를 피하고자 하는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이 감독은 "지난 2012~2013시즌에는 거의 모든 팀이 우승 후보로 GS칼텍스를 지명했지만 우승은 우리가 했다. 또 지난해에는 IBK기업은행을 우승 후보로 지명을 많이 했지만 반대로 우승을 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이선구 감독의 작전인 것 같다"며 몸을 숙였다.
소나기를 피하고자 했던 이정철 감독의 바람은 수포로 돌아갔다.
현대건설의 양철호 감독은 "올해 전력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IBK기업은행이 가장 안정적인 것 같다"면서 "하지만 우리도 나름의 보강을 많이 했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 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공의 적으로 IBK기업은행을 꼽았다.
평범한 답변으로 먼저 예의를 갖춘 양 감독은 이어 본심을 살짝 드러냈다.
그는 "현대건설도 전력이 상당히 보강됐다. 우리 현대가 플레이오프에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흥국생명도 빨라지고 전력이 향상됐지만 플레이오프에 끼워주고 싶은 생각은 없고, KGC인삼공사 역시 안정적인 팀이지만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접전을 펼치리라고 예상을 한다. IBK기업은행, 현대건설, 도로공사가 플레이오프에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사령탑들도 IBK기업은행을 경계하는 속에서도 자신의 팀들을 깨알같이 홍보하는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KGC인삼공사 이성희 감독은 "시즌 전 평가를 가지고 이유와 명분을 대서 3개 팀을 고르자고 하니 상당히 난감하다"면서 "단순하게 생각해서 도로공사, IBK기업은행, KGC인삼공사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속팀을 어필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고 첫 시즌을 앞두고 있는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은 "IBK기업은행이 전력상 굉장히 안정적이라고 느낀다. 해설할 때도 예측한 팀들을 별로 맞힌 적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흥국생명이 잘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령탑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은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오빠 리더십'으로 다른 감독과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그는 "나는 선수들하고 나이차가 별로 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오빠 리더십'이다"며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소속팀 염혜선은 "일단 감독님과 나와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약간 삼촌의 느낌이 난다"고 답해 또 한 번 웃음을 선사했다.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온 양 감독은 "그것(오빠 리더십)이 독보다는 약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감독님들은 모두 저보다 선배 감독님인데 어리다고 우승 못한다는 보장은 없다. 우승이 목표이고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찬 포부를 곁들였다.
이에 질세라 처음에는 몸을 사렸던 다른 감독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비장한 각오를 들려줬다.
공공의 적으로 지목을 받은 IBK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은 "우리 팀이 나름대로 준비를 잘 했다. 지난 시즌에 통합우승을 못해 0.2% 아쉬웠던 점을 이번에는 잘 메우도록 하겠다. 욕심 같아서는 정규리그 3연패를 하고 싶다. 전 시즌에 못했던 챔프전 우승을 올해는 꼭 이루도록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KGC인삼공사의 이성희 감독은 "우리는 지난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올해 좋은 경기를 보여주도록 하겠다. 선수, 구단, 스태프가 하나 되는 마음으로 팬들한테 감동을 주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꾸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자유계약(FA)으로 탄탄한 선수 보강을 이룬 도로공사의 서남원 감독은 "여기 있는 다른 팀들은 모두 한 번씩 우승을 경험한 팀들이지만 우리는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올해 FA를 통해 훌륭한 선수들을 영입해 우승에 가까워진 기반을 만들었다. 올해는 마지막 우승의 기회라는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