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넥센 히어로즈 타자 강정호과 삼성 라이온즈 투수 안지만이 '위험한 내기'를 시작했다. 이택근의 한마디가 시발점이었다.
3일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넥센 주장 자격으로 참석한 이택근은 행사 말미에 안지만을 향해 돌발 질문을 던졌다.
"내가 아니고 정호가 하는 제안이다.", "내가 아는 안지만이라면 반드시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몇 차례 뜸을 들인 이택근은 안지만을 향해 "강정호에게 초구에 직구를 던져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물론 "정호는 무조건 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택근의 돌발성 질문에 안지만은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렵게 마이크를 잡은 안지만은 "충분히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내가 팀에서 중간계투를 맡고 있다. 나 하나 때문에 승패를 망칠 수는 없다. 페넌트레이스라면 하겠지만 한국시리즈는 생각해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대로 물러날 이택근이 아니었다. 이택근은 "페넌트레이스라면 이런 제안도 안 한다"면서 "내가 아는 안지만이라면 무조건 할 것"이라면서 안지만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물론 안지만도 넋 놓고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유쾌한 성격을 겸비한 안지만은 "자존심 싸움인 것 같다"면서 "무조건 초구에 직구를 던지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모두가 두 선수의 설전을 유쾌하게 지켜봤지만 단 한 명만은 예외였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었다. 유심히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던 류 감독은 안지만이 반드시 직구를 던져야 하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초조해진 듯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한마디가 압권이었다. "볼로 던져야죠." 안지만이 약속을 지키면서 좋은 강정호에게는 공을 주지 않아도 되는 묘수를 생각해낸 것이다.
류 감독의 한 마디에 혈투를 하루 앞둔 선수들은 긴장감을 잊고 모처럼 호탕하게 웃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