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1 (일)

  • 구름많음동두천 0.4℃
  • 구름많음강릉 10.6℃
  • 구름많음서울 1.8℃
  • 구름많음대전 6.3℃
  • 구름많음대구 11.5℃
  • 구름많음울산 13.4℃
  • 흐림광주 7.8℃
  • 구름많음부산 14.8℃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1.7℃
  • 구름많음강화 0.8℃
  • 구름많음보은 5.8℃
  • 흐림금산 7.3℃
  • 흐림강진군 8.9℃
  • 구름많음경주시 12.1℃
  • 구름많음거제 13.9℃
기상청 제공

문화

전시/ 2002년의 수호신, <말>특별展

URL복사

2002년의
수호신, 말 (午)


임오(壬午)년 맞아 <새 천년의 역군, 힘과 희망을 주는 말> 특별전 열려


2001년 12월,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으려는 산모들의 발길로 산부인과는 인산인해를 이루웠다. 2002년이 되기
전에 아이를 출산하기 위한 움직임은 하나같이 말띠해에 여자아이를 낳지 않기 위해서였다. 예부터 말띠 여자들이 팔자가 세다는 속설이 전해져
왔었기 때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가 구문회 씨는 속설이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확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는 말띠 여자에 관한 속신이 없었습니다. 조선시대에만 해도 말띠 왕비가 많았지요. 이야기는 일본 도쿠가와 막부시대에
생겨났어요. 여자들 중에 극성스러운 여자들이 많았나봐요. 이후 일본에서는 말띠 여자가 시집가면 남편을 깔고 앉아 기세를 꺾기 때문에 말띠를
피하는 습속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말에 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없애고 우리문화에서 가지는 말의 의미와 모습을 찾고자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마사회와 공동으로 <새 천년의
역군, 힘과 희망을 주는 말>(이하 말)특별전을 개최했다. 3월 4일까지 48일간 펼쳐지는 <말>특별전에서는 다양한 말의
모습을 사진, 그림, 유물, 책 등을 통해서 볼 수 있으며 말에 얽힌 속담과 이야기는 만화로 소개하고 있다.


신화에서 생활 속 모습까지

<말>특별전에서는 말에 관한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말의 모습은 시대마다 말의 의미와 기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근대시대, 말은 교통수단 및 생활수단이었다. 또한 하나의 신앙으로도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유물로 확인할 수 있다. 근대에 와서는 말의
여러 기능들이 퇴화하면서 잊혀져 갔지만 현대에 이르러 말은 여러가지 의미나 상징으로 생활 곳곳에 다시 이용되고 있다”

학예가 구 씨의 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되어왔다. 말을 빌릴 수 있는 증빙으로 사용하던 ‘마패’와
말의 두수현황을 점으로 표시한 ‘각도마필분포도’는 말의 쓰임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다. ‘편자(말발굽)’와 ‘말안장’, ‘말안장덮개’등도
말이 교통수단으로 애용되면서 나타나게된 물품들이다. 옆에는 조선시대 말과 소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간행된 ‘마의방’도 보인다.

말은 마을을 지키는 기병과 장군의 모습에 빗대어 민간신앙으로도 자리잡았다. 구 씨는 “마을사람들에게 말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을
상징한다. 말을 타고 온 장군처럼 사람들은 말이 온갖 어려움으로부터 자신들을 구제시켜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갖게 되었다”며 십이지
말 그림을 가리켰다. ‘만봉스님의 십이지 말그림’과 ‘목각 십이지 오상’, ‘전 김유신묘 십이지 오상 호석탁본’ 은 바로 이러한 믿음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말에 얽힌 신앙은 공주시에 위치한 ‘마성황당’사진과 마을 수호신이 잡귀들과 싸울 때 타고 다니는 말조각인 ‘국시말 조선’에서도
엿보인다.



말인형은
주로 무덤 속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이승에서 저승까지 말을 타고 가라는 조상들의 계세사상을 말인형에 담은 것이다. 상여의 앞뒤에 부착하는
‘시립용’이나 ‘고종 인산때 죽안마 행렬’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백제시대 풍납토성에 발견된 ‘말의 턱뼈’는 불(火)을 의미하는 말이
기우제의 희생물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말’은 교통수단과 민간신앙에서뿐만이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조선시대 원형 테두리 속에 쌍마를 새긴 ‘별전’이나 고려시대
성행했던 놀이 ‘격구’를 보면 돈과 놀이로 이용됐음이 확인된다. 또한 말의 꼬리로 만든 ‘망건’, ‘탕건’, ‘사모’, ‘갓’ 등도 전시돼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오늘날에 말은 상징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장기알의 마(馬)와 말표 브랜드, 숭실대학교 상징인 백마, 야구단과 축구단의 마스코트, 말 캐릭터
등 말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또다른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강한 힘과 역동성, 남성으로 대표되는 말의 의미는 여전히 살아있다.


만화에
담긴 말이야기


이번 전시회에서는 전해져 오는 유물과 자료로 다 보여줄 수 없는 말에 관한 이야기를 정동희 씨의 만화를 통해 전해주고 있다. 다른 전시회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발상이다.

만화를 살펴보면 말에 얽힌 이야기와 속담, 신화 등이 가득하다. 말은 어떻게 잘까? 말은 힘줄로 근육에너지의 소모를 억제하면서 서서 잔다고
한다. 맹수가 가까이 오면 쉽게 도망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기다란 목 또한 힘줄이 있어 고개를 곧게 세우고 자도 지치지
않게 도와준다. 그래서 예부터 말이 누워 있으면 어딘가 아픈 거라고 알려져 있다.

‘말날’이라는 것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말날이 좋은날’이라 하여 정월 상오일(上午日)에 간단히 제사를 지내고 찬을 주어 말을 숭상하였다.
또한 말날 장을 담그면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말이 좋아하는 콩으로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맛있다의 ‘맛’과 ‘말’의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등 이에 대한 해석도 가지각색이다.

말띠 여자가 팔자가 세다고 잘못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져 있다. 결혼식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옛날에는 결혼을 할 때
꼭 흰말을 탔다고 한다. 흰 말이 순결과 광명을 나타내 결혼식이 신성하고 부부의 앞날이 길해지기를 바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 말이 신부집에
크게 울면 첫아들을 낳고 결혼식날 비가 와 말발이 비에 젖으면 잘 산다고 전해진다.



만화로 된 말이야기는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다. 겨울방학을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에는 아이들의 관람이 끊이지 않았다. <말>특별전을
찾은 아이들은 만화로 그려진 말이야기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아이와 함께 전시회를 찾은 한 관람객은 “만화로 보는 말에 관한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말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된 계기가 되었다”며 관람평을 전했다.

만화전시회 말고도 눈길을 끄는 또하나의 장이 있다. 바로 말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말타기같은 직접적인 체험은 아니지만 고구려의 수렵도를
사람크기로 제작한 세트장을 마련해 말을 타고 있는 장군이 되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사진촬영이 가능하다. 설날 전후로는 말
스탬프를 준비하여 연하장을 만들어 주므로 이 시기에 맞춰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말>특별전은 130여점의 자료와 만화, 체험의 장을 마련해 말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번 전시회는 매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띠에 관한 특별전의 연장으로 우리 문화에 대해 올바른 인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말을 떠올리면 경마와 승마가 먼저 떠오르고
말띠여자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요즘이다. <말>특별전을 통해 말이 2002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희망을 안고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문의 : 02) 734-1346

이혜선 기자 hyesun@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대법원 예규 제정에도 여야 내란전담재판부 정면충돌...“연내 설치법 처리”vs“명분 없다...중단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률안의 국회 통과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내란재판과 내란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신속한 내란 종식과 제2의 지귀연 같은 재판부 원천 차단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넘도록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책무인 내란청산을 외면해 왔다. 지귀연 재판부의 노골적인 늑장 재판을 방치한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며 “예규 하나로 내란재판 지연과 사법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