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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언제까지 탁아연극에 머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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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탁아연극’에 머물것인가


아동극, 고질적 문제 해결 요원



겨울방학을 맞이해 아동극이 쏟아지고 있다. 정동극장은 ‘겨울어린이극장’이라는 타이틀로 ‘산너머개똥아’(극단 연희단거리패)를 공연했고,
연이어 ‘흥부놀부’(극단 서울), ‘놀보, 도깨비만나다’(극단 민들레)를 올린다. 문예회관에서는 ‘징검다리’(극단 사다리), ‘마당을 나온
암탉’(민들레)을, 예술의 전당은 ‘강아지똥’(극단 모시는 사람들)에 이어 ‘춤추는 강아지’(성 시어터라인)를 선보이고 있다. 청담동 유시어터에서
공연중인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는 올 겨울 아동극 돌풍의 주역.

이외에도 겨울방학특집 ‘어린이 난타’, ‘장발장’(서울시극단), ‘마법의 성’(동아예술단)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여기에 조악한 포스터를
붙인 동네극장용 아동극까지 포함하면 양적인 방대함은 아동극 시즌임을 실감나게 하고도 남는다.


저급한 장르로 폄하

성인극 시장이 얼어붙은데 비해, 아동극 시장은 이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요즘 연극계에서 “아동극이 된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규모도 커졌으며, 문화적 부분에 대한 교육열이 높아지면서 관객수도 늘어났다. 작품의 수준도 좋아졌다. 작품성은
어느 정도 관객수나 눈높이에 비례하기 마련. 아동극을 전문적으로 만들어온 극단들의 연구와 경험이 쌓인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질적 향상을 거듭했지만,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극단 민들레 송인현 대표는 아동극에 대한 잘못된 가치 판단이 아동극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보았다. “심하게 말하면 ‘탁아연극’이다.
엄마가 쇼핑하는 동안에 아이가 보는 연극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동극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주변의 폄하로 인한 자괴감이 크다. 연극계에서도 아동극을 저급한 장르로 취급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그러다보니
아동극계에는 한번 걸러진 인재가 들어오기 쉽고 작품의 질도 한 단계 떨어지게 된다. 악순환인 것이다.

안일한 제작방식도 문제다. 사고가 정립되지 않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인만큼, 만드는 사람들이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편이다. 송 대표는 “아동극은 어떤 연극보다 실험정신이 필요하다. 실험을 위한 실험이 아니라 어린이의 시각에 맞추어서 늘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며, 아동극계에 타성에 젖은 연극인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돈벌이로만
여기는 경향 팽배


주도적으로 아동극의 발전을 이끌어온 소수 극단을 제외하고는 아동극을 단지 돈벌이로만 여기는 경향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극단 사다리의
아동극 연출가 임도완씨는 “돈벌려고 아동극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아동극을 하겠다는 사람은 적다”며,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향상이
따라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학이나 5월 시즌에 맞춰 조악한 공연을 내어놓는 단체가 숱하다.

작년부터는 방송사나 거대 기획사의 물량공세도 대폭 늘었다. 아동극 시장의 확대라는 면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특별한 연구가 필요한 아동극을
상업적 논리로만 접근하는데 따른 부작용도 크다. 반짝 성수기를 겨냥한 작품에서 고민과 정성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실제로 무대만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작품이 대다수이며, 창작극은 찾기 힘들다.

이른바 ‘명작’은 단골 아이템. 송 대표는 ‘명작’의 기준이 합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일본의 근대 메이지유신 때 뽑아놓은 것이
지금까지 ‘명작’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 작품이 “대부분 아동에 대한 깊은 성찰이 부족하다”며, “꿈과 희망이 아니라,
사치와 허영을 심어주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밝혔다.

대규모 작품들은 홍보에 있어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는 것이 더욱 문제다. 매스컴에 약한 한국사회에서 작품성과 상관없이 대형 공연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전문 아동극단들은 영세함을 벗어나기가 어려워진다.


전용극장,
평론 부재


제도적인 취약점도 심각하다. 아동극전용극장은 십 년 이상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지만, 아직도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창작이 활발한 극단에
전용극장을 지어주는 선진국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대부분 아동극은 성인극이 없는 오전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트를 움직여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심미안이 높은 장치는 아예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대와 객석 거리, 좌석, 극장 주변환경 등 아동에게 적합한
시설은 아동극의 기본이지만, 정책적 배려가 전무한 상태이다.

평론의 부재도 아동극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소다. 국제아동청소년 연극협회 세계본부 이사인 김우옥씨는 평론이 관객에게 작품을 결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뜩이나 상업적 이윤에 열중하고 있는 아동극단들에게 일차적인 경각심을 줄 수 있다”며 평론이 지향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 또한, 아동극 평론의 활성화가 시급함을 인지하고 최근에 ‘어린이도서연구회’의 문화부와 특별한 작업을 준비중이다.
20년 넘게 아동 시장에 대해 공부해 온 사람들의 축적된 성과를 공연물 시장에 대입하는 것이다.



편의 아동극이 미래를 바꿀 수도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요즘은 동아리를 형성해서 서로 추천하고 비판하는 적극적인 부모들도 많아졌다. 매스컴에 현혹되지 말고 인터넷 등을
통해 작품 정보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부모의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극단을 보는 것은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다. 사다리,
두레 민들레, 모시는 사람들, 님비곰비, 놀이터, 예성 동인 등이 10년 안팎의 세월동안 진지하게 아동극에 전념해 온 극단들이다.

연출가 임씨는 “교육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지나치게 기성세대의 잣대로 단정하는 것도 위험하다”며, 작품 가치를 판단하는 어른들의 기준이 성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관람예절의 모범을 보이고, 가르치는 것도 부모의 몫이라고 말했다.

아동극의 현실은 이처럼 문제 투성이지만, 전망은 입을 모아 밝다고 말한다. 고정 관객이 확보되어 있으며, 아동 문화에 대한 욕구는 점차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7차 교육과정에서 연극이 정식 교과과목으로 선정된 만큼, 아동극은 교육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국어나 수학 등의 과목을 연극으로 풀어 가는 수업이 진행중이다. 캐릭터 사업 등 잘만하면 부수적인 수입을 증폭시킬 수도 있어 산업적인 면에서도
기대가 크다.

연출가 임씨는 “좋은 아동극 한편이 세계적인 예술가를 배출시킬 수도 있다”며, 아동극이 아이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토로했다.
아동극의 관객은 성인극의 예비 관객이며, 나아가 미래 그 자체이다. 연극계나 정부가 인식의 변화를 갖고, 제도적인 정비를 해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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