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7.0℃
  • 흐림강릉 10.1℃
  • 서울 8.0℃
  • 구름많음대전 5.2℃
  • 박무대구 2.1℃
  • 박무울산 8.7℃
  • 구름많음광주 8.5℃
  • 구름조금부산 13.3℃
  • 흐림고창 10.6℃
  • 구름많음제주 13.9℃
  • 흐림강화 8.6℃
  • 흐림보은 1.2℃
  • 흐림금산 2.3℃
  • 흐림강진군 6.3℃
  • 맑음경주시 2.9℃
  • 맑음거제 7.8℃
기상청 제공

문화

언제까지 탁아연극에 머물 것인가

URL복사

언제까지 ‘탁아연극’에 머물것인가


아동극, 고질적 문제 해결 요원



겨울방학을 맞이해 아동극이 쏟아지고 있다. 정동극장은 ‘겨울어린이극장’이라는 타이틀로 ‘산너머개똥아’(극단 연희단거리패)를 공연했고,
연이어 ‘흥부놀부’(극단 서울), ‘놀보, 도깨비만나다’(극단 민들레)를 올린다. 문예회관에서는 ‘징검다리’(극단 사다리), ‘마당을 나온
암탉’(민들레)을, 예술의 전당은 ‘강아지똥’(극단 모시는 사람들)에 이어 ‘춤추는 강아지’(성 시어터라인)를 선보이고 있다. 청담동 유시어터에서
공연중인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는 올 겨울 아동극 돌풍의 주역.

이외에도 겨울방학특집 ‘어린이 난타’, ‘장발장’(서울시극단), ‘마법의 성’(동아예술단)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여기에 조악한 포스터를
붙인 동네극장용 아동극까지 포함하면 양적인 방대함은 아동극 시즌임을 실감나게 하고도 남는다.


저급한 장르로 폄하

성인극 시장이 얼어붙은데 비해, 아동극 시장은 이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요즘 연극계에서 “아동극이 된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규모도 커졌으며, 문화적 부분에 대한 교육열이 높아지면서 관객수도 늘어났다. 작품의 수준도 좋아졌다. 작품성은
어느 정도 관객수나 눈높이에 비례하기 마련. 아동극을 전문적으로 만들어온 극단들의 연구와 경험이 쌓인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질적 향상을 거듭했지만,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극단 민들레 송인현 대표는 아동극에 대한 잘못된 가치 판단이 아동극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보았다. “심하게 말하면 ‘탁아연극’이다.
엄마가 쇼핑하는 동안에 아이가 보는 연극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동극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주변의 폄하로 인한 자괴감이 크다. 연극계에서도 아동극을 저급한 장르로 취급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그러다보니
아동극계에는 한번 걸러진 인재가 들어오기 쉽고 작품의 질도 한 단계 떨어지게 된다. 악순환인 것이다.

안일한 제작방식도 문제다. 사고가 정립되지 않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인만큼, 만드는 사람들이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편이다. 송 대표는 “아동극은 어떤 연극보다 실험정신이 필요하다. 실험을 위한 실험이 아니라 어린이의 시각에 맞추어서 늘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며, 아동극계에 타성에 젖은 연극인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돈벌이로만
여기는 경향 팽배


주도적으로 아동극의 발전을 이끌어온 소수 극단을 제외하고는 아동극을 단지 돈벌이로만 여기는 경향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극단 사다리의
아동극 연출가 임도완씨는 “돈벌려고 아동극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아동극을 하겠다는 사람은 적다”며,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향상이
따라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학이나 5월 시즌에 맞춰 조악한 공연을 내어놓는 단체가 숱하다.

작년부터는 방송사나 거대 기획사의 물량공세도 대폭 늘었다. 아동극 시장의 확대라는 면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특별한 연구가 필요한 아동극을
상업적 논리로만 접근하는데 따른 부작용도 크다. 반짝 성수기를 겨냥한 작품에서 고민과 정성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실제로 무대만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작품이 대다수이며, 창작극은 찾기 힘들다.

이른바 ‘명작’은 단골 아이템. 송 대표는 ‘명작’의 기준이 합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일본의 근대 메이지유신 때 뽑아놓은 것이
지금까지 ‘명작’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 작품이 “대부분 아동에 대한 깊은 성찰이 부족하다”며, “꿈과 희망이 아니라,
사치와 허영을 심어주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밝혔다.

대규모 작품들은 홍보에 있어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는 것이 더욱 문제다. 매스컴에 약한 한국사회에서 작품성과 상관없이 대형 공연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전문 아동극단들은 영세함을 벗어나기가 어려워진다.


전용극장,
평론 부재


제도적인 취약점도 심각하다. 아동극전용극장은 십 년 이상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지만, 아직도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창작이 활발한 극단에
전용극장을 지어주는 선진국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대부분 아동극은 성인극이 없는 오전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트를 움직여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심미안이 높은 장치는 아예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대와 객석 거리, 좌석, 극장 주변환경 등 아동에게 적합한
시설은 아동극의 기본이지만, 정책적 배려가 전무한 상태이다.

평론의 부재도 아동극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소다. 국제아동청소년 연극협회 세계본부 이사인 김우옥씨는 평론이 관객에게 작품을 결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뜩이나 상업적 이윤에 열중하고 있는 아동극단들에게 일차적인 경각심을 줄 수 있다”며 평론이 지향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 또한, 아동극 평론의 활성화가 시급함을 인지하고 최근에 ‘어린이도서연구회’의 문화부와 특별한 작업을 준비중이다.
20년 넘게 아동 시장에 대해 공부해 온 사람들의 축적된 성과를 공연물 시장에 대입하는 것이다.



편의 아동극이 미래를 바꿀 수도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요즘은 동아리를 형성해서 서로 추천하고 비판하는 적극적인 부모들도 많아졌다. 매스컴에 현혹되지 말고 인터넷 등을
통해 작품 정보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부모의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극단을 보는 것은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다. 사다리,
두레 민들레, 모시는 사람들, 님비곰비, 놀이터, 예성 동인 등이 10년 안팎의 세월동안 진지하게 아동극에 전념해 온 극단들이다.

연출가 임씨는 “교육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지나치게 기성세대의 잣대로 단정하는 것도 위험하다”며, 작품 가치를 판단하는 어른들의 기준이 성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관람예절의 모범을 보이고, 가르치는 것도 부모의 몫이라고 말했다.

아동극의 현실은 이처럼 문제 투성이지만, 전망은 입을 모아 밝다고 말한다. 고정 관객이 확보되어 있으며, 아동 문화에 대한 욕구는 점차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7차 교육과정에서 연극이 정식 교과과목으로 선정된 만큼, 아동극은 교육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국어나 수학 등의 과목을 연극으로 풀어 가는 수업이 진행중이다. 캐릭터 사업 등 잘만하면 부수적인 수입을 증폭시킬 수도 있어 산업적인 면에서도
기대가 크다.

연출가 임씨는 “좋은 아동극 한편이 세계적인 예술가를 배출시킬 수도 있다”며, 아동극이 아이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토로했다.
아동극의 관객은 성인극의 예비 관객이며, 나아가 미래 그 자체이다. 연극계나 정부가 인식의 변화를 갖고, 제도적인 정비를 해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