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슈틸리케호가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모의고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아시안컵 체제로 돌입한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4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퍼텍 경기장에서 사우디와 평가전을 벌인다.
아시안컵 개막 전 마지막으로 벌이는 평가전으로 슈틸리케 감독이 구상하고 있는 전략과 전술을 시험할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남다르다.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요르단(14일)·이란(18일)과의 원정 평가전을 통해 모의고사를 치렀지만 당시는 아시안컵 출전 멤버를 정하기 위한 옥석가리기에 무게감이 쏠려 있었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선수 구성을 토대로 아시안컵을 대비한 전략을 집중적으로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다. 그동안 훈련해 온 결과를 확인하고 내용적인 측면에서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사우디는 이번 대회 본선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파링 상대로 손색이 없다.
사우디는 중국·북한·우즈베키스탄과 함께 B조에 묶였다. 오만·쿠웨이트·호주와 함께 A조에 편성된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8강 토너먼트에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상대가 사우디다. 사전 탐색 개념에서도 의미가 있다.
아시안컵 통산 3회 우승(1984·1988·1996년)의 경험이 있는 사우디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2위로 한국(69위)보다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다.
역대 전적에서는 16전4승7무5패로 한국이 다소 열세에 있다. 아시안컵에서는 4차례 만나 3무1패(승부차기 패는 무승부로 간주)를 거뒀다.
마지막으로 붙었던 2007년 대회에서는 1-1로 비겼지만, 2000년 대회 준결승에서 1-2로 고개를 떨군 상대가 바로 사우디다.
최근 사우디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아시안컵을 눈 앞에 두고 사령탑을 새로 선임했다. 코스민 올라로유(45·루마니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올라로유 감독은 베테랑 멤버 위주로 아시안컵 대비 명단을 꾸렸다.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공격수 나세르 알 샴라니부터 A매치 125경기 출전에 빛나는 미드필더 사우드 카리리(이상 알 힐랄) 등으로 구성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30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평가전에서 1-4의 대패를 당했다. 조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사우디와의 평가전을 통해 상대적으로 불안한 1선 공격진을 집중적으로 테스트할 계획이다.
박주영(30·알 샤밥)을 대신해 최전방 공격수로 낙점받은 이정협(24·상주)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 가능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협의 합류로 이근호(30·엘 자이시)·조영철(26·카타르SC) 등 상대적으로 공중볼 장악력이 떨어지는 공격자원으로 제로톱 전술(가짜 공격수)이 불가피했던 것에서 포지션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186㎝, 76㎏의 이정협은 제공권이 뛰어나고 스피드, 유연함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고 평가를 받는다.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괴롭힐 수 있는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그는 원소속팀에서도 주로 후반 교체 멤버로 출전해 공격의 활기를 불어 넣곤 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이번 아시안컵에서 그를 조커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동에 강한 이근호는 조영철, 남태희(24·레퀴야)와 함께 상대 수비를 흔들며 공격 찬스를 만드는 역할이 기대된다. 필요한 때에 터뜨릴 수 있는 한 방도 갖췄다.
대표팀 핵심으로 평가받는 손흥민(23·레버쿠젠)은 붙박이 왼쪽 측면 미드필더다. 활발한 좌우 스위칭은 물론 최전방으로 올라가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는 결정력이 있다.
소속팀 일정 때문에 뒤늦게 합류한 기성용과 이청용(27·볼턴)은 체력적인 부담으로 후반전 교체 출전이 전망된다.
기성용이 버티고 있는 중앙 미드필더로는 한국영(25·카타르)과 이명주(25·알 아인)가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이청용의 자리인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에는 발빠른 한교원(25·전북)이 메울 것으로 보인다.
곽태휘(34·알 힐랄)와 김주영(27·서울)이 중앙 수비를 책임질 것으로 보이고, 김진수(23·호펜하임)와 차두리(35·서울)가 좌우 풀백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문장으로는 주전 골키퍼를 상징하는 등번호인 1번을 꿰찬 정성룡(30·수원)을 중심으로 김승규(25·울산)와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이 끝까지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축구대표팀은 사우디와의 평가전이 끝나면 오는 6일 육로를 이용해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리는 캔버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