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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국 낭자군, LPGA 완전정복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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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낭자군, LPGA 완전정복 ‘초읽기’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빅3에 신진 세력 가세 최고 파워 군단 맹위



18번홀 연장 서든데스. 박희정의 티샷이 왼쪽 러프로 감겼다. 그러나
그녀는 세컨샷을 노련하게 레이업 한 뒤 서드샷을 홀컵 2.5m 지점에 떨어뜨렸다. 반면 한희원은 어프로치샷 미스로 똑같이 3온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10m 거리의 부담스러운 버디퍼팅을 남겨뒀다. 먼저 한희원의 퍼팅. 구르던 볼이 홀컵 오른쪽으로 궤적을 그리며 빠져나가자 실망과
초조의 빛이 얼굴에 가득했다. 박희정 차례. 퍼터를 떠난 공이 정확히 홀컵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두손을 치켜올렸다.

정확히 일주일 후, 3타차로 여유로운 경기를 펼치던 김미현이 17번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벌타를 먹어 한희원에 1타차로 쫓겼다. 승부처인
18번 홀, 김미현은 쉽지 않은 거리였지만 침착하게 파퍼팅을 성공시켰다. 한희원은 회심의 버디퍼팅이 홀컵을 빗겨가 2주 연속 준우승에 머무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우리나라 선수들끼리의 대결이지만 엄연히 세계최고의 무대에서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전세계의 내로라 하는 여성 골퍼들이 자웅을 겨루는 LPGA에서
한국의 낭자군이 무시무시한 우먼파워를 과시하며 세계골프계를 뒤흔들고 있다.


다승·상금랭킹 탑10 진입 등 2관왕 눈앞

지난 5일 김미현이 웬디스챔피언십을 제패하면서 LPGA 사상 최초로 한국선수들이 3개 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7월 22일
김미현의 자이언트이글클래식 우승, 같은 달 29일 박희정의 빅애플클래식 우승, 8월 5일 다시 김미현의 우승. 기왕의 박세리가 두 번 우승한
것까지 한국은 올 들어 열린 20번의 대회중 5번이나 제패해 우승확률을 무려 25%로 끌어올렸다.

이 같은 추세라면 남은 9개 대회에서 박세리와 김미현이 적어도 1∼2승 이상을 따내고, 브리티시오픈에서 최고의 샷감각을 자랑한 장정과 그
밖에 박지은, 박희정, 한희원 등이 선전해 준다면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소렌스탐이 분전하는 스웨덴(6승), 미국(5승)을 제치고 다승 1위 국가에 등극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국선수들은 상금랭킹 부문에서도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등이 10위 내에 포진, 명실상부 세계 최강을 자랑하고 있다. 박세리가
3위, 김미현이 4위, 박지은이 7위 한희원이 9위를 기록 중이다. 비록 1, 2위는 아니카 소렌스탐과 줄리 잉스터에게 내줬지만 3명을
포진시킨 미국, 2명의 호주를 당당히 제쳤다.

그뿐만이 아니다. LPGA의 2부격인 퓨처스투어에서는 강지민이 프로 데뷔 첫 대회에서 우승했고, 골프 유학생 14세 소녀 박인비는 US여자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대회 사상 두 번째 어린 나이로 정상에 올랐다. 미국아마추어여자골프 최소타 기록 보유자인 김초롱도 있다. 김초롱은 내년 LPGA 풀 시드권을
획득, 아마의 명성을 프로까지 가져간다는 각오다. 송아리·나리(16) 자매도 사상 최연소 LPGA 데뷔를 준비중이다. 그들은 지금 투어
진출을 위한 특별허가를 받기 위해 LPGA 사무국과 협의중이다.


한국여자 왜 강한가

워낙 한국선수들의 활약이 뛰어나다 보니 이를 시기하는 세력들도 있었다. 작년에는 자신들의 파이를 야금야금 갉아먹는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선수들이
한국선수들을 따돌리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었다.

미국선수 미셸 맥건의 말에는 이런 위기감이 잘 드러나 있다. 미국의 한 인터넷사이트(www.dispatch.com)와의 인터뷰에서 맥건은
“한국선수들과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미국선수들이 뒤지는 것 같다. 우리는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국선수들과는 근로 윤리
자체가 달라 그런 것 같다”며 “한국에서 온 선수들은 쉬지 않고 퍼팅연습을 하는 등 철저한 프로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선수들은 왜 강한가. 맥건이 지적한대로 쉬지 않고 연습하면서 퍼팅실력을 향상시킨 것도 한 요인이다. 박세리, 김미현, 박희정 등은 투어초기
생소한 미국 그린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 라운드당 퍼팅수가 30개를 훌쩍 넘기며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옛날 이야기다. 작년
김미현은 전체 LPGA 선수들 가운데 가장 퍼팅을 적게 한 선수였다. 다른 선수들도 퍼팅수를 현저히 줄였다.

한국여성의 강인한 정신력도 빼놓을 수 없다. 박세리가 담력을 기르기 위해 공동묘지에서 훈련을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골프는 18홀을
돌면서 끊임없이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한다. 구름처럼 몰려든 겔러리들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버디행진에도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공이 러프에 빠졌을 때도 희망을 버리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골프에 거의 목숨을 건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은 최대의 장점중
하나다.

부모의 헌신적인 지원은 가장 큰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부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생활을
포기하고 뒷바라지에만 전념한다. 부모들이 너무 극성맞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있긴 하다. 특히 아버지들이 너무 나선다는 것. 이른
바 ‘바짓바람’. 성공만을 바라보며 자식을 어릴 때부터 필드로 내몰고, 하루라도 빨리 미국무대에 올리기 위해 자식과 함께 골프유학을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나친 열성과 기대는 자칫 슬럼프를 유발하고, 경기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선수들이 낯선 이국 생활을
견딜 수 있는 가장 큰 버팀목이 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LPGA의 선수층이 의외로 얇은 것도 한국선수들이 강세를 띠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대학 진학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골프에
매진한다. 그러나 대학에서도 공부를 제대로 해서 학점을 따야하기 때문에 골프에 전력투구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일찌감치 골프를
직업으로 선택했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혹독한 훈련을 견딘 한국선수들의 근성과 경기력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절정에 달해있고, 탄탄한 실력을 갖춘 골프 꿈나무들의 LPGA 러시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세계 여자
골프의 완전 접수도 머지않아 보인다.









꿈의 무대, 우리도 간다


강수연 등 국내 톱랭커 LPGA 퀄리파잉 스쿨 도전


국내 골퍼들의
LPGA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강수연, 박현순, 김영, 이주은 등 국내 톱랭커들이 미국 LPGA 진출 여부를 가늠하는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한다. 강수연은 이번 도전이 5번째.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지만 미국만 가면 힘을 못 썼다. 그녀는 이번 스쿨에서 떨어지면
미국 진출에 대한 꿈을 완전히 접는다는 각오로 출국길에 올랐다. 최근 열렸던 국내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컨디션이 절정인 점이 기대를
걸게 한다. 국내에서 실력을 과시한 이선희는 작년에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이미 미국무대에서 뛰고 있다.

박찬호의 사촌누이인 박현순도 도전에 나선다. 박현순은 지난 겨울 박찬호의 집에 머물며 현지 적응 훈련을 해왔다. 김영은 지난해
LPGA 2부리그에서 뛴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이주은은 1997년 드롭 실수로 탈락한 아픔을 두 번 되풀이하지
않을 작정이다.

더 높은 곳을 향한 이들의 도전이 한국 골프의 LPGA 전성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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