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5 (화)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특집

잃어버린 추석…

URL복사

잃어버린 추석…


조선족, 코시안, 탈북자, 수재민… 삶이 막막한 사람들의 추석나기



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온가족이 모여 앉아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한가위. 하지만 돌아갈 곳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추석은 평일보다 못한 날이다. 내년 3월이면 중국으로 전원 출국해야
하는 조선족.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은 올 추석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아시아계 외국인노동자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사는 코시안(KOSIAN)
한국인 여성들은 명절이 되면 서러움이 북받쳐 오른다. 외국인노동자와의 결혼을 탐탁지 않게 여긴 부모, 형제들로부터 외면당한 채, 가까운
곳에 가족이 있어도 찾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북쪽에 가족을 두고 떠나온 탈북자들에게도 추석은 괴롭기만 하다. 이번 추석은 특히 태풍의
피해로 집을 잃은 수재민들에게는 전혀 풍요롭지 못한 명절이다.


“나도 한국인 입니다” 조선족들의 눈물겨운 추석

중국 하얼빈에서 병원장을 지낸 오종일(가명·60)씨. 고향이 충남 연기군인 그는 두 살 때 독립운동을 하던 부모를 따라 하얼빈으로 이주했다.
고향을 그리워하던 그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년 반 전. 그러나 한국사람들은 조선족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일제시대 때 도주하다시피
미국으로 망명하거나 친일파로 일본에 살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귀빈 대접을 받더군요. 그런데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간 교포들은
괄시만 받게 되죠. 이게 말이 됩니까.” 고향이 그리워 한국을 찾아왔지만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조선족들의 형편과 한국인들이 조선족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배신감이 들었다고 한다.

“지난 추석 때는 고향인 연기군에 갔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고향도 가고 싶지 않아요. 그냥 같은 조선족 동포들과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것이
나을 것 같군요.” 하루빨리 하얼빈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노씨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가득하다.

한국에 온 지 5년이 지났다는 조선족 김순영(가명·55)씨는 한가위를 맞아 마련되는 ‘한중친선 한가위대잔치’가 조선족들의 가슴 아픈 잔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한가위 잔치는 눈물의 잔치가 될 겁니다. 내년 3월이면 모두 돌아가야 하지만, 돈을 벌기는 고사하고 대부분이
한국에 오면서 진 빚을 채 갚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불법체류자로 분류된 조선족들은 내년 3월이면 중국으로 강제출국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추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많은 조선족들이 임금체불, 사기 등으로 인해 1,000만원 이상의 빚을 진 형편이다.


빚을 진 채 강제출국 앞둔 조선족

용정 출신인 송미숙(가명·57)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보고 싶은 남편은 중국에 있지만 갈 수가 없어 이번 추석은 더 외로일 것이라는 허씨.
“말이 통하고 고향 같은 곳이라 빚을 지고 한국에 왔는데, 추방이라니 말이 됩니까. 우리 조선족 중에 송출브로커나 한국 사람들에게 사기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불법체류자가 되어 숨어 산 생활도 하루 이틀이 아니에요.”

조선족들은 불법체류자 자진신고를 통해 체류허가를 받았지만 이들에 대한 규제는 여전하다. 지난 9월2일에는 집회·시위에 적극 참여했다는 이유로
조선족 4명이 법무부에 연행돼 강제추방 명령이 내려졌다. 서울조선족교회는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이들이 단식, 삭발을 하게 된 이유는
정부가 지난 3월 모든 불법체류자들을 내년 3월이전에 전원출국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라며 “중국동포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연행해 강제추방하려는 것은 인권유린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9월 2일 출입국관리사무소측에 연행돼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으며 곧 강제추방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조선족교회 최황규 목사는
“빚이 1천만원씩이나 되는 상태에서 이를 갚지 못한 채로는 도저히 귀국할 수 없는 조선족 동포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교회에 와서 호소한 것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했다. 최목사는 “더구나 국무조정실이 최근 이러한 동포들의 호소를 받아들여 내년 3월 전원출국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더욱더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쓸쓸한 추석 보내는 코시안

안산에 있는 코시안 가정들에게도 추석은 쓸쓸하다. 코시안(KOSIAN)이란 말은 한국인(KOREAN)과 아시아인(ASIAN)의 합성어로
한국인과 아시안의 결혼으로 태어난 자녀를 가리키는 용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 살아가는 아시아 국적의 사람들이란 의미로
쓰인다. 코시안은 현재 2만여 가정쯤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시안 가정의 한국여성들은 부모 형제를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할아버지는 제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반대를 참 많이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께서는 저희 부모님에게 딸 하나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1999년에 스리랑카 노동자와 결혼해 살고 있는 지모(27)씨는 결혼에 이르기까지 가족들의 반대가 얼마나 심했는지 모른다며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라고 했다. 지씨는 18개월 된 아들과 남편, 이렇게 셋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려있는 안산 원곡동에 살고 있다.

그녀는 이번 추석에는 충북제천에 있는 친정에 내려가 볼 용기를 냈다. 하지만 남편은 함께 가지 못한다고 그녀는 전했다. 왜 함께 가지 못하냐는
물음에 그녀는 대답을 흐렸다. “그냥 일이 바빠서….” 정말로 일이 바빠서는 아닌 듯 했다.


친정도 못 가고 시댁도 못 가고

대부분의 코시안 가족은 명절에도 집에 가지 못 한다. 가족과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국인, 그것도 동남아인과 결혼한
것을 두고 집안 망신이라며 아예 받아주지 않는 가족도 있다.

장모(여·30)씨는 필리핀 노동자와 결혼했다. 장씨는 아이를 낳았을 때 그녀의 부모가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이 아직도 가슴에 상처로 남았다.
“당신의 딸 다섯이 모두 자녀를 낳았을 때 부모님이 직접 산후조리를 해주시고 모든 것을 도와주셨는데, 제가 딸을 낳았을 때는 연락도 없으셨습니다.
제 얼굴을 보려고 하지도 않는 걸요”

코시안 가정의 한국여성들은 아이를 낳아도 호적에 올릴 수 없다. 외국인 여자는 한국 남자와 결혼하면 바로 장기체류비자(F-2비자)가 발급된다.
하지만 외국인 남자는 한국 여자와 결혼을 했을 경우 길어봐야 1년 혹은 6개월 정도 체류가 허용되는 한시방문동거비자(F-1비자)가 발급된다.
사실 한국 여성의 국제 결혼도 4년 전인 1998년에야 허용됐다. 그 이전에는 한국 여성이 외국인 남자와 결혼했을 경우 여성은 남편의 나라에
가서 살아야만 했다. 남편이 귀화를 하지 않으면 2세에게는 한국국적이 부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아팠을 때도 의료보험이 안 돼
병원가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 초부터 불법체류자 자녀들에게 학교입학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비자허용기간을
넘긴 남편들이 언제 붙잡혀 강제출국 될지 모르는 불안한 현실에서 이들은 가슴 졸이며 살아가고 있다.

안산에 있는 많은 코시안 가정은 이번 추석 때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가 마련하는 행사에 참가하는 것으로 쓸쓸함을 달래려 하고 있다. 친정에
가도 환영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등지의 시댁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정수영 기자 cutejsy@sisa-news.com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양곡관리법·농안법, 국회 본회의 통과...농안법도 국회 본회의서 가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前대통령 1호 거부권'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과잉 생산된 쌀을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찬성 199표, 반대 15표, 기권 22표로 가결했다. 쌀값이 급락한 경우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됐다가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이 처음 행사돼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이 재추진한 이번 개정안의 수정안에서 여야는 사전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통한 수급 조절, 당해년도 생산 쌀에 대한 선제적 수급조절 및 수요공급 일치, 쌀 초과 생산 및 가격 폭락 시 수급조절위원회가 매입 관련 심사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수산물 시장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내용의 농안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 찬성 205표, 반대 13표, 기권 19표가 나왔다. 농안법 개정안은 국내 수요보다 농수산물이 초과 생산되지

경제

더보기
IBK기업은행, 창립 64주년 기념식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IBK기업은행은 1일 창립 64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6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은행장은 중소기업을 향한 사명감과 진심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온 기업은행의 역사를 돌아보며 글로벌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밝혔다. 김 행장은 “특히 올해 전례 없는 각종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미국 발 관세위기 등 대내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중기대출 지원으로 중기금융 역대 최대 점유비를 달성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금융을 적극 실천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하남데이터센터 이전’과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유치’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자등록 원스톱 서비스’,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도 그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어 “불확실성의 위기가 심화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을 향한 진실 되고 선한 마음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혁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