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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못질해대는 세상 붕대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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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설치작가 귄터 위커 ‘고통받는 사람들 - 치유의 은사’展


못은 이중성을 지닌다. 끝은 긁거나 구멍을 내는 식의 공격성을 지니지만 머리는 그 대가로 둔기에 얻어맞는 희생을 치른다. 해를 주기
위해 자신이 해를 입는다. 무서우면서도 측은하다. 밉다가도 연민이 생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못과 사람은 닮은꼴인지도 모른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이가 더 큰 상처를 받고, 상처를 입은 이가 상처를 준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다.



‘못 조각가’로 불리는 독일 설치작가 귄터 위커(75)도 이러한 공통점에 착안한 것은 아닐는지. 3월31일까지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 ‘고통받는 사람들 - 치유의 은사’는 ‘인간에 의한 인간에 대한 학대’를 못을 이용해 표현했다.


못은 폭력, 붕대는 치유

동독에서 태어나 나치즘의 광란과 분단을 경험하고 통일 후 독일 극우단체들이 외국인에게 가한 폭력과 인종차별을 목격하면서 귄터 위커는 ‘고통’의
순간에 천착, 이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1992년부터 1993년까지 작업한 16점의 오브제와 60개의 단어들로
구성된 드로잉은 그 대표작들로 폭력을 상징하는 못과 돌, 생명을 의미하는 나무, 순환과 죽음의 재, 치유의 붕대를 재료로 사용했다.
특히 붕대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핵심이다. 위험해 보이는 오브제를 붕대로 감음으로써 그는 보는 이에게 공포가 아닌 ‘평화’를
안겨주고자 노력한다. 생채기를 핥는 성스런 행위다.



농기구인 써레(소나 말이 끌게 하여 논밭의 바닥을 고르는 데 쓰는 기구)나 갈퀴 등 원래의 목적이 그렇지 않음에도 위협적으로 변할 수
있는 도구를 붕대로 겹겹이 두른 작품들은 인간의 무의식적인 폭력성과 이를 치유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돌이 매달린
숲도 마찬가지다. 돌로 표현되는 상처와 고통을 족쇄처럼 안고 사는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그들 하나하나를 붕대로 감싸주면서 애정을 표현했다.
‘원수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인간에 의한 인간에 대한 학대

나무판에 모눈종이처럼 정확하게 눈금을 그리고 수백개의 못을 박아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공격의 들판이나 날카로운 돌조각들이 뚫고 나온 회화적인
정원 등은 서로에게 ‘못질’을 해대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작품 앞에 서면 관객의 몸은 절로 움츠려들고 약간의 공포감이
느껴진다. 지금 그러한 사회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라는 질문이 던져진다. 바늘을 빳빳이 세운 고슴도치 같은 우리네 모습이다.



네모난 상자에 원한이 맺힌 듯 마구잡이로 못질을 해대고 그 안쪽에 불을 찍은 화면이 내보내지는 화재현장은 외국인 거주지 방화 사건을
목격하면서 그 안에 있었던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상상으로 표출한 것이다. 작가는 “인간사회를 인간답게 만들어야 하는 책무가 있는 예술가로서
견딜 수 없었기에” 이를 작품으로 만들어 고발하고 분노한다. 그러나 악행은 비단 근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
때부터인지는 몰라도 고대부터 존재해왔다. 구약에서 온 60개의 단어는 구약성경에 나온 ‘고통’을 의미하는 단어들과 극우세력들의 폭력적
행동, 예를 들면 ‘가스를 집어넣다’ ‘내팽개치다’ 등의 어휘를 종이에 쓴 작품이다. 오랜 과거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본성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닌 이제는 근절돼야 할 대상으로 삼는다.


원수도 사랑하라

작가는 가슴아픈 현실에 대해 하얀 눈물을 흘리고 이 눈물도 붕대로 닦는 의식을 치른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외친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말고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보라고. 그러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 거라고.



전시된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밝고 화사한 느낌의 큰 황색 이미지는 이런 소망을 담고 있다. 의도적으로 캔버스 뒷면에 작업해 우리가 늘
보던 앞면이 아닌 볼 수 없었던 뒷면을 보여줌으로써 그 이면에 대해 고민할 것을 권고한다. 한발자국 물러서서 타인의 말과 행동에 감춰진
속뜻을 파악하려 한다면 싸움과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상처 주는 이가 상처받고 상처받은 이가 상처를 준다. 다시 생각해보면 상처가 깊은 자일수록 상처받을까 두려워 먼저 상처를 준다. 그리고는
더 큰 상처를 받고…, 악순환이 계속 된다. 이 연결고리를 끊는 방법은 ‘이해’와 ‘포용’이다. 주먹을 이길 수 있는 건 똑같은 주먹이
아닌 감쌀 수 있는 보자기다. 귄터 위커는 지금 주먹질 해대는 세상을 붕대로 감싸고 있다. 그는 ‘치유의 은사’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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