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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특집]‘누리과정 갈등’…보육대란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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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교육감, 예산편성 둘러싸고 ‘네 탓 공방’…해법은 없나?

[시사뉴스 이상미 기자]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보육대란이 점점 현실화 되고 있다. 서로 비난의 수위만 높일 뿐 어느 한 쪽도 뾰족한 방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양자간 ‘네 탓 공방’으로 학부모들의 속만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형국이다. 정치권과 교육청을 향한 학부모들의 분노가 터지기 일보직전이지만 해결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누리과정 유치원과 어린이집 예산을 모두 편성하지 않은 곳은 서울, 경기, 광주, 전남으로 이들 지역 학부모들은 당장 이달부터 최대 29만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생겼다. 사립유치원은 교육비 22만원과 방과후비 7만원을, 공립유치원은 교육비 6만원과 방과후비 5만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보통 유치원은 매달 20~25일 교육청으로부터 지원금을 직접 받기 때문에 예산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당장 이달부터 문제가 생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엄연히 직무유기"라며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을 포함한 법적·행정적·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고 초강수를 뒀지만 여전히 7개 시도교육청에선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교육청간의 힘겨루기는 결국 국민들에게만 피해가 돌아가는 만큼 적절한 해결점을 시급히 찾아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교육청 여력 있다” vs “정부가 만들었으면 책임져라”…엇갈리는 해결책

접점이 보이지 않는 누리과정 예산 갈등에 전문가들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측 모두 입장이 분명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양측 입장 모두 맞다고 볼수 있다"며 "법령대로 교육청이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문제지만 교육청에서 '중앙 정부가 예산 부담을 떠넘긴다'고 하는 부분도 틀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시도교육청이 먼저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사실 마음만 먹으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모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라며 "예산이라는 것이 탄력적이기 때문에 내년도 예산을 미리 가져와 쓰고 나중에 메꾸는 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청이 우선 예산을 편성하고 정부에게 교부금을 요구하는 등으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성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사무처장 또한 교육청에게 해결의 열쇠가 있다고 봤다.

조 사무처장은 "지방재정법 시행령상 누리과정 예산은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라며 "지난해 11월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교육청에서 이월되는 금액이 4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누리과정 예산이 4조원이니 지방교육청에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 시행 주체인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전체적으로 지방교육청들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길 기대했다.

송 교수는 "유아교육비 지원예산비가 2011년 2500억원에서 2015년 4조원으로 늘었다"며 "1년에 1조원씩 증가한 셈인데 그만큼 교부금도 1조원씩 늘어났어야 했지만 제자리걸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교육청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면 된다고 하지만 그건 정부도 마찮가지다"라며 "올해 담배소비세 증가분이 예상보다 8000억 더 나왔다. 같은 논리라면 이 초과세입을 교육부에 투입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앙정부가 만든 사업이니 재원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서로 양보해 급한 불부터 꺼야

전문가들은 결국 양쪽이 서로 양보해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심의보 한국유아교육·보육복지학회 회장은 "누리과정은 중차대한 문제"라며 "중요 사업을 국가가 떠넘기기 식으로 밀어붙이는 건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다만 심 회장은 "법령이 만들어졌으니 일단 교육청이 법규대로 예산을 편성하고 난 후에 대정부투쟁을 벌여서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며 "정부도 책임지고 법규를 제대로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교육청이 우선 양보하면 정부가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지방교육청도 나름대로 문제를 풀어보려는 노력을 하고, 교육부에서도 특별교부금이라는 인센티브를 줘서 해결해나가야 한다"며 "사안이 급하니 우선 단기적으로 이렇게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누리과정은 중·장기적 문제…큰 그림으로 봐야

박정수 교수는 정부와 지방교육청 모두 누리과정을 큰 그림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용자 측면에서 보면 지역교육단체에서도 누리과정 예산을 '내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며 "주민들이 '우리지역은 애들을 챙기는구나'하고 생각하게되면 지역간 차별화가 나타난다. 이것이 지방자치가 아니겠나"하고 꼬집었다.

정부 역시 복지 방향을 큰 틀에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모든 사람에게 복지혜택을 줄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면 보편적 복지 부분을 재검토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정호 교수는 "정부가 이참에 누리과정과 출산 지원 과정을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며 "저출산은 경제성장의 중요축이 무너지는 심각한 문제로 지금부터 대책을 마련해도 효과가 20~30년 후에나 나타난다. 저출산을 장려하는 것 이상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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