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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나갈래? 쫓겨날래?…실제로 본 ‘해고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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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장수 맘대로’ 업무능력 부족…법망 교묘히 피하는 대기업

[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직원을 해고하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회사들이 있다.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이라는 형식을 빌지만, 사실상 특정인을 해고하려는 조치들이 진행된다.

우선 전문성과 크게 관련이 없거나 집에서 먼 근무지로 발령을 내는 것은 '스스로 나가라'는, 해고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히 낯선 업무를 맡기는 것뿐만 아니라 관리자급 부장을 아래 직급인 직원으로 발령을 내는 식의 '강등'도 일어난다.

인천의 모 공사에서는 통상임금 청구소송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특정 직원을 전보한 뒤, 회사에서 내보내는 일이 있었다. 이 직원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7위를 기록한 '일 잘하는' 직원이었다. 그러나 통상임금 관련 청구소송에 참여한 것이 빌미가 됐다. 이 직원은 관리자급 업무를 맡았지만, 연관성이 없는 다른 부서로 배치되더니 결국 스스로 퇴사했다.

KT도 모욕적인 해고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회사다. KT는 저성과자나 노조 활동을 하는 직원들을 1~2명만 근무하는 섬으로 발령을 냈다. 명분은 성과 향상과 직무 전환이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직원들에게 업무를 주지 않고, 컴퓨터나 집기 하나 없는 사무실 책상에서 시간마다 독후감이나 반성문을 쓰게 했다. 심지어 기혼 여직원에게 전봇대를 올라가야 하는 개통업무를 맡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여성이었던 이 직원은 결국 업무 부진을 이유로 해고됐다. 이렇게 '퇴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부분 직원이 스스로 퇴사했으며, 버텼던 소수 직원 역시 다른 명목으로 끝내 해고됐다.

한 공기업은 부산에서 일하던 직원을 서울로 발령냈다. 업무실적이 하위라는 이유에서 내린 징계성 인사였다. 해당 직원은 이 인사발령에 반발하며 출근을 거부했고, 회사는 무단결근을 이유로 그를 해고했다. 이 사례는 결국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법원은 "인사발령 자체가 부당하기에 이에 불복한 결근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K증권도 직원을 대기발령한 뒤 해고했다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 K증권은 직원 H씨를 대기발령한 뒤 업무능력 향상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했다. H씨는 인보험 대리점 시험에 합격하고, 보험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등 업무능력 향상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했다. 그러자 K증권은 H씨에게 업무에 필요한 주민단말기번호를 부여하지 않았고, 단말기도 제공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객과의 통화가 불가능 한 곳으로 배치해 사실상 영업실적을 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후 실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H씨를 해고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S반도체는 직원을 내보내기 위해 근무 기간에 8차례나 부서이동과 승진누락을 시켰다.

또 2014년 D사는 공장장 Z씨를 시급직 생산사원으로 발령했다.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Z씨가) 정신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모욕감,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부당전보라고 판정했다.

이처럼 모욕적이고 징계에 가까운 각종 조치를 했는데도 해당 직원이 스스로 나가지 않으면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당히 잔인할 정도로 해당 직원을 괴롭힌 사례도 종종 노동위원회에 접수되고 있다.

권고사직을 받아들이지 않자 부장급을 부원으로 발령내고, 회사에서 '왕따'를 시킨 사례도 있다. B회사는 안전관리담당자였던 K부장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했으나 그가 받아들이지 않자 생산팀의 부서원으로 발령했다.

이후에도 그를 쫓아내기 위한 회사의 노력은 상당히 집요했다. 기숙사에서 쫓아냈고, 연봉협상을 하지 않아 사실상 임금을 동결했다.

사내에서는 공식적인 '왕따'를 시키기도 했다. K부장은 부서회의에서도 배제됐고, 회사가 '성과개선계획'이라는 업무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공지를 받지 못했다. 봄가을 회사 아유회에도 참석할 수 없게 했다.

F회사는 영업직 상무였던 L씨가 뇌출혈로 3년 동안 산재 요양을 마치고 돌아오자 영업 업무를 맡길 수 없다는 이유로 대기발령했다. 이후 인사팀 간부의 보고서를 토대로 “임원으로서 요구되는 역량에 미달한다”며 연봉을 삭감하고, 전남 목포시로 전보했다. L씨 집은 부산이었다.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정신적 장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인지 회사가 입증하지 못했다”며 부당징계로 판단했다.

모 연구소에서도 특정 직원을 찍어낸 사례가 있었다. 2009년 유휴인력이 발생하자 이 연구소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신청받은 것이 아니라 특정 직원을 지목해 압력을 넣었다. 이 직원은 명예퇴직을 거부한 뒤 몇 차례 인사조치를 받았고, 연구사업 성과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2개월 감봉 징계를 받기도 했다. 한마디로 나갈 때까지 인사조치로 괴롭혔다는 이야기다.

위 사례는 모두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부당해고로 판정됐다. '나갈 때까지 괴롭히는' 방법이 법 테두리 안에서는 사실상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민주노총 박은정 정책국장은 “문제는 이런 모욕적인 조치를 당한 직원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고 부당해고 판정을 받는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라며 “대부분 직원은 끝까지 버티지 못한 채 스스로 그만두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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