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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현대캐피탈 여오현 "저 자존심 안 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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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아마 자존심이 상했을 겁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플레잉 코치를 맡고 있는 리베로 여오현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최 감독은 4라운드까지 여오현과 신동광을 번갈아 기용하는 더블 리베로 시스템을 구사했다. 지난 십여 년간 최고의 자리를 지키던 여오현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대목.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여오현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살이 되는 여오현의 체력을 아껴준 뒤 승부처가 될 리그 막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최 감독의 배려에 여오현은 실력으로 보답했다. 여오현은 15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세 세트를 모두 책임지며 팀의 세트스코어 3-0(25-20 25-19 25-19) 완승을 이끌었다.

여오현은 19개의 리시브 중 16개를 정확히 세터의 머리 위로 배달했다. 10개의 디그는 동료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여 코치는 오늘 경기가 올 시즌 들어 제일 잘 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최 감독은 팀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은 여오현의 희생에 고마워했다. 최 감독은 "스태프 미팅을 통해 4라운드까지는 신동광과 함께 쓰면서 후반에 대비하자고 했다. 아마 여 코치가 두 명과 번갈아 뛴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상당히 어색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자존심이 상하고 어색했을 것이다. 감독으로서 알고 있었지만 5~6라운드 마지막을 위해 그렇게 운영했다. 여 코치가 잘 참아줬다.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에 여오현은 "자존심은 상하지 않았다. 신동광이 워낙 잘한다. 코트에 들어가면 잘해줬다"면서 "다만 코트안에서는 조금 어색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어 "감독님이 5라운드 이후 전 경기에 뛰도록 안배해줬다. 자존심은 상하지 않는다.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날 경기에서 여오현은 수비 뿐 아니라 토스 실력까지 뽐냈다. 2세트 12-9에서 최민호에게 허를 찌르는 토스를 넘겨줘 퀵오픈을 완성한 것은 그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동안 훈련 중 틈틈이 연습한 것이 빛을 발했다.

여오현은 "나도 하고 난 뒤에 놀랐다. 평소에 센터들과 연습 전에 몸 풀기 식으로 가끔 했는데 경기에서 나오니 좋다"고 웃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훈련할 때 그런 장면들을 몇 번 했다. 사실 3~4일 전에 '경기에서 써먹지도 않으면서 뭐 하러 하냐. 이제 하지 마라'고 했는데 오늘 보여줬다"고 미소를 지었다.

대한항공을 넘고 13연승을 달린 현대캐피탈은 760일 만에 1위 자리를 꿰찼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도 나서지 못하며 체면을 구겼지만 이제는 정규리그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여오현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 있다. 선수들 눈빛만 봐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 믿음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면서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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