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3 (화)

  • 흐림동두천 1.8℃
  • 흐림강릉 7.3℃
  • 서울 4.1℃
  • 흐림대전 4.3℃
  • 구름많음대구 5.2℃
  • 구름많음울산 10.7℃
  • 흐림광주 9.0℃
  • 흐림부산 14.3℃
  • 흐림고창 10.4℃
  • 구름많음제주 16.1℃
  • 흐림강화 1.8℃
  • 흐림보은 2.2℃
  • 흐림금산 2.8℃
  • 구름많음강진군 11.1℃
  • 구름많음경주시 6.9℃
  • 구름많음거제 9.3℃
기상청 제공

국제

'앵무새 죽이기' 작가 하퍼 리, 향년 89세로 별세

URL복사

[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현대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작가 하퍼 리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남부 앨라바마 주 먼로빌에서 향년 89세로 숨졌다.

뉴욕타임스(NYT)와 NBC뉴스 등에 따르면 마이크 케네디 먼로빌 시장과 출판사 측은 이날 하퍼 리의 사망을 확인했다. 하퍼 리의 조카는 리가 요양 시설에서 잠자던 중 숨졌다고 전했다.

하퍼 리는 1926년 4월28일 먼로빌에서 변호사인 아버지 콜만 리와 어머니 프랜시스 리 사이에서 4남매의 막내 딸로 태어났다.

헌팅턴 여자 대학과 앨라바마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1949년 뉴욕으로 이주해 이스턴 항공사와 브리티시 오버시스 에어웨이 항공사에서 일하며 글쓰기를 병행했다.

하퍼 리는 친구들의 재정 지원으로 생활비를 마련한 뒤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57년 에세이 2편과 단편소설 3편을 들고 J.B.리핀코트 출판사 편집장을 찾아갔다.

하퍼 리의 소설을 읽은 편집장은 단편소설 1편을 장편소설로 바꾸라고 권유했고, 이듬해 '파수꾼'(Go Set a Watchman) 원고를 편집장에게 보냈다. 그러나 다시 고쳐쓰라고 권유받았고 1959년 '앵무새 죽이기'를 완성했다.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 대공황기인 1930년대 앨라바마의 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6살짜리 말괄량이 소녀 진 루이스 핀치(별명 스카우트)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재판에 넘겨진 흑인 남성을 변호하는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의 얘기를 다뤘다. 애티커스 핀치는 스카우트의 아버지로, 정의로운 법조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퍼 리는 이 소설을 통해 당시 사회 문제와 흑인 차별 실태 등을 낱낱이 고발했다.

이 소설은 1960년 7월11일 출간된 지 2년 만에 500만 부 이상, 전체 4000만 부 이상이 팔리고 10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하퍼 리는 '앵무새 죽이기'로 출간 이듬해인 1961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미국 영어교사협회 발표에 따르면 1988년 미국 전체 중·고등학교의 74%가 '앵무새 죽이기'를 교재로 사용했다. 400여 개의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에 출간됐고 영화와 연극으로도 각색됐다. 1962년 '앵무새 죽이기' 영화의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 역할을 맡았던 그레고리 펙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수십년간 뉴욕에 거주하던 하퍼 리는 2007년 뇌졸중을 앓은 뒤 고향 먼로빌에 돌아왔다.

하퍼 리는 '앵무새 죽이기'로 국민 소설가 지위에 오른 것에 큰 부담을 느끼며 살아왔다고 NYT는 보도했다. 미리 써뒀던 소설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를 출간한 이후 공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앵무새 죽이기'가 예상치 못한 흥행을 거두자 하퍼 리는 이보다 더 나은 소설을 쓸 수 없다는 두려움에 은둔 생활에 들어갔다.

하퍼 리는 시상식에 참석하거나 명예 학위를 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은둔 생활 때문에 외부 활동 자체가 중요한 뉴스 거리가 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이 경우에도 하퍼 리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단지 "고맙다"라는 감사 인사만 짤막하게 전했다고 한다.

'앵무새 죽이기' 출간 직후를 제외하고는 언론의 인터뷰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퍼 리는 1964년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앵무새 죽이기'로 이런 성공을 거둘 줄은 절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설 '파수꾼' 원고는 '앵무새 죽이기' 출간 55년 만인 지난해 2월 하퍼 리의 개인 금고에서 발견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20년 뒤 얘기를 다뤘다. 스카우트가 20대 중반의 숙녀로 등장하고 시점도 3인칭으로 바뀌었다. 26살이 된 그녀는 뉴욕에서 살다가 자신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가 있는 고향 앨라배마 주 메이컴(가상의 마을)을 방문하고, 70대 노인이 된 아버지가 인종차별주의자로 변한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파수꾼'은 지난해 7월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더불어민주당, 2차 종합 특검법 발의..12·3비상계엄 내란, 외환·군사반란 혐의 등 수사 대상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2차 종합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성윤 의원은 22일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률안 제2조(특별검사의 수사대상)제1항은 “이 법에 따른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은 다음 각 호의 사건 및 그 관련 사건에 한정한다. 1. 2024년 12월 3일 위헌ㆍ위법적 비상계엄(이하 ‘12ㆍ3 비상계엄’이라 한다)을 선포하여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등의 내란을 저질렀다는 범죄 혐의 사건. 2. 12·3 비상계엄과 관련하여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등의 방법으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여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는 등으로 외환·군사반란을 시도하였다는 범죄 혐의 사건. 3.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내란·외환 등 범죄 혐의와 관련하여,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가 12·3 비상계엄에 동조하거나 12ㆍ3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후속조치를 지시·수행하는 등으로 그 위헌·위법적 효력 유지에 종사하였다는 범죄 혐의 사건. 4.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내란·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