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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침 향기] 사법부의 정의는 무엇이고, 나라의 보루는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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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오늘 20대 국회 정식 개원앞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확한 현실인식에 바탕한 참 의미있는 말을 했다.  우리 국가 사회에 가장 회의스러운 일 세가지가 있다는 것이 그 골자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정치권에서 늘 얘기한 것처럼 민생문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 각 당의 기본적인 입장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사회현상을 보면 국민들의 걱정거리가 너무 많은 것 같다"고 운을 떼면서 한 말 가운데  그가 말한 '회의스러운 일' 세가지는 이렇다.


첫째는 ‘국민의 안전이 국회에 의해서 공정하게 관리되고 있느냐’에 대한 회의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국민들이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최근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에서 발생한 것대로 비정규직의 인생이라는 것은 마치 파리 목숨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예를 들었다.  두 번째로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가 ‘우리가 낸 세금이 우리를 위해서 제대로 공정하게 쓰이고 있느냐’는 것이다. 국회의 예산 운영과정을 보면 국민들이 이 점에 대해 굉장히 회의를 많이 가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세 번째로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국가의 최고 보루인 사법부가 공정한가’이다. 최근 정운호 사건을 필두로 한 전관예우 등등을 보았을 때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매우 의아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위의 세가지 우려스런 일, 회의감이 드는 세가지 가운데 가장 우려스런 일은 세번째 것이다. 사법부의 공정성은 그야말로 국가 정의의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존립 근거다. 국민들의 마지막 의지처다. 이게 무너지면, 다 무너진 셈이다. 그래서 법원의 엠블렘이 좌우 대칭저울이 아니던가. 역대 사법비리들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만 봐도 우리를 암울하게 하건만 드러나지 않은 채 전관예우와 대형 로펌의 힘, 정확한 법리와 양형에 의한 재판 대신 여론재판과 개인 감정에 의한 재판, 부당한 권력기관의 압력에 의한 재판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부정한 판결이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나라 법원의 무죄율 혹은 무죄판결 선고율이 유독 외국의 그것에 비해 높은 이유가 무엇인가.  법원의 무죄율이 죄목에 따라 생명형이냐, 실형이냐, 혹은 재산형 즉 벌금형이냐 등에 따라 상이할 수는 있지만 관할법원별로 큰 편차를 보이는 가운데 대략 15% 안팎에 이르는 현실이다. 형사사건 10건 중에 1.5건은 무죄로 풀려나고, 이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 등이 원인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무리한 검찰의 기소가 존재한다는 명백한 논리이며, 이보다 더 한심한 일은 무리한 기소를 법원이 매한가지로 무리한 판단을 하여 죄목을 씌웠다가 뒤늦게 갖은 노력에 의해 무죄로 밝혀지는 예도 우리 법원사에는 수두룩하게 많다.


수백 수천억원의 방산비리(방위산업비리) 연관자가 구속수사받고도 1, 2심을 거치면서 무죄석방되어 나오는 것은 무언가.  음파탐지기라는게 있는데, 세월호 구조 때 한몫 해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알고 보니 몇 십 년 전에 장비들을 써서 무용지물였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통영함 납품비리에 연루됐던 황 모 전 해군참모총장 1심에 이어서 어제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던 것이고 또 다른 해군대령도 무죄를 받았던 예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이같은 선고가 전자에 가까울 수 있다는 추정이라면, 후자는 흔히 보아오는 '억울한 옥살이' 사례들이 그것이다.  지난해 자료이긴 하지만, 최근 4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범은 모두 4400건으로 이들에 대해 국가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보상금 형식으로 형사보상금 2200여억원을 지급해준 것은 검찰의 허물이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외국의 비근한 예는 비일비재하다.  진범이 잡혀 9년만에 석방된 예로, 진범 자백에 의해  ‘자유의 몸’이 된 억울한 옥살이가 최근 외신을 타고 우리 언론에 보도됐다. 14세에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미국 흑인 청년이 진범이 잡혀 9년만에 석방됐다.  지난 5월 7일 미국 미시간 주 웨인 카운티의 제3구역법원 로버트 설리번 판사는 검찰과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 데이번티 샌퍼드(23)의 살인 유죄판결을 무효화 한 것.  이에 따라 미시간의 어퍼 퍼닌슐러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샌퍼드는 곧 석방될 예정, 모든 혐의를 벗게 됐다.  샌퍼드는 14세이던 2007년 디트로이트의 한 주택에서 4명의 사망자를 낸 총격 사건으로 체포됐고, 15세 때 2급살인 유죄를 인정했다.


중국에서는 이보다 더 한 예도 있다. 살인방화 혐의 23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50대 남자에게 국가가 5억원을 배상한 예다. 중국의 뉴스포털 신랑망(新浪網·시나닷컴)에 따르면 하이난(海南)성 고급인민법원은 이날 살인 방화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풀려난 천만(陳滿.53)씨에게 275만 위안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한다. 


보도에 따르면 천씨는 1992년 하이난성 하이커우(海口)시에서 발생한 살인 방화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됐다. 공안은 당시 사망한 중(鐘)모씨와 임대관계로 다툰 사실이 있던 천씨가 사건 발생 당일 중씨를 찾아가 주방에 있던 과도로 중씨의 머리와 목 부위 등을 찔러 살해하고 주방에 있던 가스통을 거실로 가져와 불을 질러 사체를 훼손했다고 발표했다.  하이커우 중급인민법원은 1994년 천씨를 살인 방화죄로 사형과 2년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하이난성 고급인민법원은 2심에서 천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유효 판결을 내렸다. 이후 천씨와 가족들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무죄 입증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1979년 형사소송법 시행 이래 처음으로 최고인민검찰원이 법원 판결에 중대한 착오가 있음을 인정한 무죄 항소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마침내 천씨는 지난 2월 1일 법정에서 무죄가 선고돼 23년간의 억울한 옥살이에서 풀려나 가족의 품에 안겼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드러난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웠다.  강씨는 "진실을 왜곡한 검찰과 판사, 그리고 법원도 사과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서대필 조작사건’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3년간 옥고를 치르고 재심 무죄 확정 판결을 받기 까지는 무려 24년이 걸려야 했다.


진실을 밝히려는 재판부의 노력은 옳았는가? 성범죄재판에서 오류 투성이인, 일방 주장에 의한 정황재판, 여론재판, 인민재판식 강압재판은 언젠가는 역사앞에 명명백백히 드러나는 법이다.  성자 예수의 무죄함이 밝혀지는데는 무려 2000년이 걸여야 했던 것처럼.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진실은 밝혀지는 법이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김종인 대표의 말이 새삼 새롭게 뇌리를 스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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